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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Anti SamSung

삼성가 유산소송 캐스팅보트 쥔 사람은…

삼성가 유산소송 캐스팅보트 쥔 사람은…
삼성가 소송 뒤엔 ‘이재용-이재현’ 후계 다툼
확고한 입지 마련못한 이재용씨 후계논란 부담
“CJ·신세계쪽도 차명주식 받았다” 미확인 소문도
이명희 ‘캐스팅 보트’ 가능성…삼성 승계 속도낼 듯

[한겨레] 김진철 기자 | 등록 : 2012.03.05 20:30 | 수정 : 2012.03.06 10:55


▲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프로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28일 밤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고모인 이숙희(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씨가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유산 소송을 제기한 다음날이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베엠베(BMW) 회장과 전기차용 배터리 등에 대해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출국”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를 참관하려던 계획은 취소됐다. 자동차용 2차전지는 삼성그룹이 미는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다.

언론들은 ‘이재용의 광폭 행보’라고 보도했고, 재계에선 ‘이재용 사장이 뭔가를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게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유산 소송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소송 경과에 따라 삼성가의 3세 후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이재용 사장으로의 3세 승계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 관계자는 “이번 소송으로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가의 유산 소송은 장손인 이재현 씨제이(CJ)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사장 사이의 3세 후계 다툼 성격을 띄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이건희 회장 등 2세들은 70~80대, 이들 3세는 40~50대다. 4대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삼성의 3세 승계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려는 때에 소송이 터졌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사장은 쫓기는 처지다. 뚜렷한 경영성과가 없고 입지도 확고하지 않은 터에 유산소송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00년 손댔다가 실패한 이(e)삼성은 아직도 그의 꼬리표다.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씨제이그룹은 실적은 안정적이지만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 즈음 공격경영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마침 이때는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주식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단독상속’ 관련 확인작업이 국세청 등에 의해 이뤄지던 때다. 당시 서울 충무로 씨제이 새 사옥에는 이병철 창업주의 홀로그램 흉상이 만들어졌다.

삼성은 이번 소송에 상당한 불만을 제기한다. “이재현 회장도 이병철 선대 회장한테서 차명주식을 유산으로 받았다. 2008년 씨제이 자금팀장의 청부살인 사건 재판 때 이 차명주식이 확인됐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의 얘기다. 차명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독차지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재현 회장이 이건희 회장과 함께 차명주식을 나눠 받은 것이 확인돼도, 이맹희씨의 소송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송 제기에 대한 여론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재현 회장의 자금관리를 맡은 직원이 연루된 이 청부살인 사건 재판에서 씨제이 쪽은 이재현 회장이 차명주식 유산에 대해 세금 1700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관련 재판이 대법원 계류 중이다. 이 때문에 이재현 회장이 소송에 관련되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삼성 주변에선 ‘이병철 선대회장이 신세계 이명희 회장에게도 차명주식을 나눠줬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재계에선 이를 삼성의 다목적 포석으로 의심하고 있다. 소송 무효의 근거이자 이명희 회장에 대한 견제책이라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패소한다면 삼성생명의 지분을 이건희 회장과 삼성 계열사, 이재현 회장과 씨제이 계열사, 이명희 회장과 신세계 계열사가 각각 13~14%씩 나눠갖게 된다. 10%에 이르는 삼성문화재단·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생명 지분을 포함하면 이건희 회장 쪽이 20%를 넘어서지만, 이명희·재현 회장이 손을 잡으면 최대주주가 된다. 그러나 신세계 관계자는 “소송은 우리 쪽과 무관하다”고 말한다. 거리를 두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는 입장이다. 이명희 회장은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선 삼성의 3세 승계 작업이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빠른 시일 안에 지배구조를 견고히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삼성이) 향후 3~4년간 단계별로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지주회사를 분할해 재용·부진·서현이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출처 : 삼성가 유산소송 캐스팅보트 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