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박 대통령 발언 계기로 논쟁 점화…노동계 반발 커져

박 대통령 발언 계기로 논쟁 점화…노동계 반발 커져
통상임금 둘러싼 논쟁 흐름
[한겨레] 이정국 기자 | 등록 : 2013.09.05 08:25 | 수정 : 2013.09.05 09:36


▲ 대법원의 통상임금에 대한 공개변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입구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올바른 통상임금 기준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통상임금 문제는 지난해 3월 대법원이 금아리무진 노동자들이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 “분기별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며 노동자 쪽 손을 들어줄 당시만 해도 사회적 쟁점으로 불거지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논쟁에 불을 지핀 건 박근혜 대통령이다.

지난 5월8일 미국을 방문중이던 박 대통령은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 “통상임금 문제를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요청하자 “꼭 해결하겠다”고 대답했다. 당시 한국지엠은 통상임금 관련 국내 소송에서 2심까지 패소한 상태였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성명을 내어 “대통령이 지엠 회장의 문제제기에 공감한 것이라면 사법부의 판단을 거스르겠다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행정부는 재계 손을 들어줬다. 박 대통령 발언 나흘 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통상임금에서 상여금을 제외해야 한다”고 발언해 노동계를 자극했다. 이어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도 법원 판례를 따르는 대신 통상임금 범위를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대화를 제의했다.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까지 “통상임금은 대화의 대상이 아니며 그동안의 판례에 따르면 된다”며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재계는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통상임금의 범주 재설정을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재계는 “통상임금 확대 시 기업의 추가 비용이 38조원에 이른다”며 정부를 압박했고, 한국노총은 “추가 비용은 5조원 정도이며, 그마저도 (이미 지급했어야 할) 체불임금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한겨레> 5월21일치 9면) - 재계 “38조” vs 노동계 “5조”…통상임금 추가비용 진실은?

통상임금 갈등은 공공부문의 잇단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6월1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보험지부가 공공부문 최초로 통상임금 소송을 냈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같은 달 20일 정부는 노동계를 제외한 채 임금제도 개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회는 지난달 12일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기업들 36%가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초과근로를 단축할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논란 속에서도 법원의 일관된 판결이 이어졌다. 7월26일 서울고법은 또다른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업적연봉도 통상임금”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와중에 8월5일 대법원은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낸 통상임금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이는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바꿀 수도 있다는 신호로 해석돼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앞두고 재계와 노동계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9월3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은 “현명한 판결을 바란다”며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4일 양대 노총 역시 “올바른 판결을 내려달라”며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바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출처 : 박 대통령 발언 계기로 논쟁 점화…노동계 반발 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