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통합진보당 탄압

“내란음모사건의 타깃은 이석기, 진보당이 아니다”

“내란음모사건의 타깃은 이석기, 진보당이 아니다”
[인터뷰]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민중의소리] 정지영 기자 | 입력 2013-10-02 19:00:58 | 수정 2013-10-02 20:59:30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국정원발(發)로 불어온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의 타깃은 이석기 의원이나 진보당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번 사건은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촛불이 거세지면서 궁지에 몰린 국정원,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위기 탈출을 위해 꺼내든 카드로, 결국은 민주당과 전체 진보운동 세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종북 구도를 만들어 정치적 반대세력을 위축시키는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있으며, 민주당이 진보당과 ‘선긋기’를 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볼 때 이 같은 의도는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건의 본질이 이러하다면 당연히 국정원이 쳐놓은 종북 구도에 야당과 운동세력이 휩쓸려선 안 된다고 주문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이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당시 찬성 당론을 정한 것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집단은 민주당과 운동세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그는 경고한다.

▲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민중의소리

김 교수는 이른바 ‘녹취록’의 내용에 대해 한국현대사의 맥락에서 해석했다. 보도연맹사건과 같이 남한 정권이 전쟁 시기 정치적 반대자들을 먼저 잡아들이고 학살했던 경험이 한국현대사에 있기 때문에 “전쟁이 발생하면, 혹은 국지적 충돌이라도 일어나면 현재의 남한 정부가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녹취록’과 관련해 “일종의 ‘언더 조직’에서나 나올 이야기들이 제도권 의원이 참석한 모임에 나온 것에 대해 약간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을 한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진보당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북한 문제에 대해 일정 정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통일의 당사자일 순 있으나 북한도 그 나름의 문제점을 가진 하나의 국가이자 체제인 이상, “북한의 입장을 떠나서 남북이 공히 추구해야 할 민족문제의 노선에 대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군의 무기 도입 문제나 미군주둔으로 인한 피해, 동아시아 외교관계, 대북지원 문제 등 얼마든지 민족문제에 개입할 입지가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적 대안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9월 30일 성공회대 연구실에서 김동춘 교수를 만났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먼저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을 중심으로 한 현 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계신가.

대선개입으로 위기를 맞은 국정원이 상황 돌파의 일환으로 그 동안 준비해왔던 내란음모사건을 터뜨려서 방어적 공세를 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가 과거 박정희 정부 때처럼 애초부터 기획한 것이라기보다는 위기 돌파의 한 카드로 나온 것 같다. 현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인 비서실장,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이 모두 군 출신이거나 70년대 유신시절 역할을 했던 사람들로 ‘공안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단히 익숙한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번 내란음모사건의 타깃은 진보당이 아니라 민주당과 운동세력이다. 진보당 이석기 의원 쪽이나 이번 사건에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전체적으로 야당 혹은 사회운동세력을 위축시키는데 포석이 있는 것 같고, 어느 정도 그러한 의도는 먹혀들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일종의 공안정국 조성 시도를 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어느 정도 민주화가 됐기 때문에 그 정도의 약발은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과 법원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체제가 아니라서 의도했던 효과는 못 거둘 것이다. 다만 종북 구도를 만들어 반대세력을 위축시키는 정치적 효과는 충분히 거뒀다. 설사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해서 무죄까진 아니더라도 국가보안법이나 다른 것으로 처벌당한다 할지라도, 현 정부가 약간의 비판은 받겠지만 치명적인 타격은 입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전형적인 간첩조작사건과 비슷한 패턴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조금 벗어나 보이지만 채동욱 총장 문제도 큰 틀에선 비슷한 흐름에서 나온 것 같다.

검찰조직이 전형적인 상명하복 조직이고, 지금까지는 검찰이 보수정권과 혹은 국정원과 한 몸이 돼서 움직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채동욱 검찰총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원칙대로 수사하자 당황했다. 이 사람을 내려앉히지 않고서는 이후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여러 사건들에서 의도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여러 번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다. 법무부장관이 감찰 지시를 하고 보고서를 보면 새로운 증거도 별로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사표를 수리하는 등, 검찰조직을 빨리 장악해야 한다는 다급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법원이 과거처럼 움직여 줄지는 약간 의문이긴 하지만, 70~80년대에 굉장히 익숙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법원이나 검찰은 위에서 확실하게 처벌을 가하면 밑에서 따라 움직인다는 기본 생리를 알고 자기들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 공작정치의 시그널도 있다. 공작정치라는 건 아무리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하더라도 권력의 눈 밖에 나면, 저렇게 언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때리거나 감찰을 해서 약점을 잡은 다음에 꼼짝 못하게 복종시키는 방식인데 거기에 익숙한 사람들이니까...

현재의 공안탄압에 대한 야당이나 진보진영의 대응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시나.

저쪽에서 내란음모 혐의를 걸어 이렇게 하는 마당에 종북 담론에 쓸려 들어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쓸려들어간다면 이른바 한국의 범진보 세력이 다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북이라는 표현 자체도 조승수 전 의원이 처음 그런 표현을 쓰며 상대방을 공격한 것인데, 아주 잘못한 일이라고 본다. 이제 우파들이 빨갱이 대신 종북이라는 말을 쓰게 됐다.

민주당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 전통 야당인 민주당의 약간 기회주의적인 측면이 있다. 과거 나치 집권 과정과도 유사하고 ‘매카시즘’ 당시 미국에서도 그랬다. ‘나는 종북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하는데, 결국은 진보당이나 이석기 의원이 타깃이 아니다. 민주당이 타깃이다. 민주당이 무력화되면 저들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그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결국은 자기들이 다 죽게 되는 과정임에도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특히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대부분 출석해서 동의하지 않았나.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현행범으로 입증된 것도 아니고 아직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동료를, 이 사람이 어떤 사상이나 입장을 갖고 있든 체포동의안을 처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경태 의원 발언은 거론할 가치도 없다. 절차와 법에 따라 행동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국정원 공안몰이에 다 쓸려가고 있는 것이고, 그러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집단은 민주당과 운동세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 진보당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으면 한다. 이른바 ‘녹취록’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고, 어떻게 짜깁기된 것인지 등은 차치하고 거기에 담긴 발언 내용만 봤을 때, 이석기 의원 등 참가자들이 갖고 있는 정세인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

녹취록의 발언이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보면, 상반기 전쟁위기 당시 약간의 국지전이라도 일어나게 되면 과거 한국전쟁 때와 같이 예비검속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그런 경우에 대한 대응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인 것 같다. 한국현대사를 아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런 우려를 가질 수 있다.

▲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민중의소리
전쟁이 발생하면, 혹은 국지적 충돌이라도 일어나면 현재의 남한 정부가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하지 않을까 우려한 듯하다. 80년대까지 예비검속이 있었고, 정치적 반대자를 제일 먼저 체포해서 구금, 수용하거나 할 수 있다는 우려 말이다. 90년대 초 윤석양 이병의 기무사 사찰 리스트까지 나왔듯, 평소 사찰대상에 어느 정도 들어갔던 사람들은 1차적인 공격의 타깃이 된다는 것이다. 남한의 정치적 반대세력, 진보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사건처럼 남한 정부의 (민간인) 학살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안 당해야 한다’며 일종의 액션을 생각했을 수 있겠다. 특히 북한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북과 동조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전향한 보도연맹원에 대해, 북과 동조할 의사가 없는 사람까지 체포해서 죽였기 때문에 그렇게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이 서클 내에선 했을 수도 있겠다. 그게 전쟁의 두려움이다. 북한과 남한이 아니라 남한 내 진보-보수 세력 간의 전쟁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정세인식은 둘째 치고, 그 과정에서 일종의 ‘언더 조직’에서나 나올 이야기들이 제도권 의원이 참석한 모임에서 나온 것에 대해 약간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을 한 건 사실이다.

제도권 의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할 이야기들이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제도권에 들어온 정당의 관계자가 모임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적절치 않을뿐더러 굉장히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국회는 국가를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사람이 할 수 없다. 정치가가 자기 속생각을 노출시키지 않고 일반의 대중들에게 당을 지지해 달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회주의를 표방하든 어떤 걸 표방하든 자기 속생각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제도권 정치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마디로 말하면 제도권 정치활동은 대중들의 힘의 표현임과 동시에 제도권에 포섭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양면적 측면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반체제 운동이 계속 존재했고 그 운동의 존재 근거가 나름대로 있었다고 본다. 민주화 된 87년 이후에는 모든 운동세력이 다 정치세력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제도권에 들어가 역할을 해야 하는 제도권 진보정당도 필요하고 바깥의 사회운동, 통일운동이나 평화운동도 필요하다고 본다. 양쪽 다 필요하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진보당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조언을 하신다면.

북한 문제에 대해 일정 정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무조건 반북적인 입장을 취하라는 게 아니다. 북한이 통일의 당사자이자 주체일 수 있으나, 북한도 하나의 국가이고 자기 체제 유지가 일차적인 문제인 권력이다. 북한 체제도 특권층의 심각한 부패 문제 등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들을 냉정하게 보고, 북한의 입장을 떠나서 남북이 공히 추구해야 할 민족문제의 노선에 대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이정희 대표도 그런 활동을 많이 했지만 미군의 무기 도입 문제나 미군주둔으로 인한 피해, 동아시아 외교관계, 대북지원 문제 등 얼마든지 민족문제에 개입할 입지가 있다. 그런 부분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적 대안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수가 잘못된 정보에 의한 반북 정서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것을 전제하고 그 눈높이에서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잘못된 북한 인식은 깨우치려고 노력하지만, (자기 입장을)분명하게 이야기하기 않고 제도정치를 할 수는 없다. 그런 게 아니면 재야운동, 민족운동을 해야 한다. 평화운동이나 통일운동의 입지는 여전히 있다.

제도정치권에 들어가면 그 입장에 서서 조봉암 선생이 했듯 평화통일이나 남북통일의 대안들, 군비감축 등 그런 문제들을 가지고 적극적인 의회정치를 해야 진보당이 살아난다. 그렇지 않고선 별다른 출구가 없다.

향후 10년을 내다보면서 진보당이든 정의당이든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위한 바닥 작업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념.사상적 문제에서도 분명하게 잘 정리해서 북한문제든, 자본주의 문제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대안을 만들어가야 하는 때인데, 공안몰이의 희생자가 된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본인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공안세력, 보수세력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다.


출처 : “내란음모사건의 타깃은 이석기, 진보당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