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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통합진보당 탄압

“20년 활동 경험 비춰 ‘RO 조직원’ 추측”

국정원프락치 A씨 “20년 활동 경험 비춰 ‘RO 조직원’ 추측
A씨, ‘소설’ 근거 들며 “‘RO’ 조직원들, 지침 없어도 어떻게 할지 다 알아”
[민중의소리] 최명규 기자 | 발행시간 2014-06-03 02:05:29 | 최종수정 2014-06-03 02:05:29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인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석기 의원이 탄 호송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양지웅 기자

2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핵심 증인인 국가정보원 프락치 A씨는 1심 증언과 마찬가지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른바 지하혁명조직 'RO'의 조직원 여부 판단 관련 주요 근거가 자신의 '추측'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5·12 서울 합정동 모임 이후 권역별로 이른바 '내란폭동'을 위한 준비를 했다는 자신의 진술의 근거가 '추측'이라는 점도 시인했다.

이날 오전 서울고법 형사9부(이민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5차 공판에 A씨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자신이 참가한 '3인 모임'과 2013년 5·10 곤지암 청소년수련원, 5·12 마리스타 수사회 강연모임 등을 녹음해 국정원에게 전달한 핵심 증인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를 'RO'의 실체와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하는 출발점으로 삼았다.

A씨는 이날 공판에서 김근래 피고인이 "제가 RO 성원이 맞느냐"고 묻자 "확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근래 피고인이 "근거가 무엇이냐"고 다시 묻자 그는 "활동 경험이나 경력을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근래 피고인이 "(뒤늦게 1심 재판부에 제출됐던) 2010년 국정원 진술조서에서는 RO 경기동부권역 책임자로 조양원 피고인이라고 진술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나기 한 달 전 국정원 조사서에서는 저로 진술했다"며 "그 근거가 뭐냐"고 질문하자 A씨는 "20년 넘는 운동 경험 상 그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다"며 "누구한테 듣거나 문서로 본 건 아니다. 그러나 활동 경험에 비춰 그렇게 추측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추측 근거로는 "행사에서 주요 인물로 소개됐고 5·12 회합에서도 토론을 주재하고 발표하는 모습을 봤을 때 지휘성원급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5·12 이후 '지침'이나 '명령', '준비'도 없었다
A씨 "'RO' 조직원들, 지침 없어도 어떻게 할지 다 안다"


지난해 9월 검찰 진술조서에서 A씨가 '5·12 모임 이후 물질·기술적 준비가 권역별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 관련해 오전 공판에서 변호인이 '다른 권역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아느냐'고 묻자 A씨는 "알면 이상한 조직"이라고 기존과 다른 답변을 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이 오후 공판에서 다시 추궁을 하자 "알 수는 없고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지침에 의해 부족한 부분을 준비했을 거라는 것"이라며 자신의 '추측'이 근거라고 답했다.

A씨는 5·12 모임 이후 이른바 '총공격 명령'과 같은 지침이 없었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시인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정세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세가 변했다는 것을 누가 판단하느냐'는 변호인의 추궁에는 "제가 아니고 지도부에서 했을 것"이라며 "제 추측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A씨는 이른바 '3인 모임'에서 5·12 이후 '내란 폭동' 관련한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3인 모임' 참가자인 한동근 피고인이 "제가 구체적으로 폭동 관련해서 무엇을 준비하거나 말한 것을 작은 것이라도 듣거나 보거나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A씨는 "듣거나 보거나 하지 않았다"며 "일거수 일투족을 다 확인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고, 24시간 붙어 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모른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5·12 모임에서 '내란 폭동'을 위한 결의가 있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과거 혁명가 일대기를 다룬 '애국시대'라는 소설을 근거로 들며 "대남혁명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지침이 없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기본적으로 다 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혁명적 결의를 모은다는 것은 명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 합의했다면 추후 매뉴얼이나 지침이 내려오면 그대로 실행하겠다는 수준까지 마음을 모으는 자리"라고 말했다.


A씨 '정세 인식' 1심과 달라져…"생각 바뀔 수도 있지 않나"

A씨는 이석기 의원 강연의 배경이 되는 '정세인식' 부분 관련해 1심과 달라진 내용의 진술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1심에서 이 의원의 강연이 '미국이 북을 선제공격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이번 항소심에서는 '북한에 의한 전쟁상황'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술이 달라진 배경에 대해 그는 "당시 강연 내용을 보면 북이 남을 침략한다는 내용은 없었지만, 북의 전쟁지침이 바뀌었고, 올해에도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했다"며 "그러한 것을 다시 생각해 보니 포함하는 게 맞겠다"고 설명했다. '왜 1심에서는 북한이 남한을 침략하는 상황을 얘기 안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A씨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 않나"라고 맞섰다. 이에 변호인은 '원심 판결문을 보고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고, A씨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RO의 강령과 규약이 있다'고 주장해 온 A씨가 과거 2010년 국정원 초기 진술조서에서는 '강령과 규약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데 대해서도 변호인단의 추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A씨는 "처음에는 국정원 조사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고 위축됐다"며 "제 생각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강령과 규약은) 문서화 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변호인단은 재판 중에 검찰이 A씨와 약 3주 전에 5·12 모임이 있던 마리스타수사회에 다녀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변호인 측이 약 2주 전에 마리스타 수사회를 방문했을 당시 한 수사와 대화를 나눴는데 '검사가 1주일 전에 제보자와 함께 왔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이와 관련한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재판부에 밝혔다.

검찰은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오해다. 국정원 수사관과 동행해서 갔는데 제보자와 인상착의가 동일할 수 있다"며 "제보자를 만나 매수해서 범죄현장에 같이 간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출처 : 국정원프락치 A씨 “20년 활동 경험 비춰 ‘RO 조직원’ 추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