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상대 소송낸 ‘삼성생명 100주’, 삼성 지배구조 흔들까

에버랜드 상대 소송낸 ‘삼성생명 100주’, 삼성 지배구조 흔들까
이맹희씨 소송에 긴장하는 삼성
임원명의로 보유하다 에버랜드로 넘어가
재분배땐 3남매 생명 지분 13~14% 비슷
형제들 합종연횡땐 그룹판도 달라질수도
[한겨레] 김진철 기자 | 등록 : 2012.02.27 08:27 | 수정 : 2012.02.27 08:27

▲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와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이의 ‘유산 다툼’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권이 뒤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분 재분할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김정효 기자

“이맹희씨가 삼성에버랜드에 반환을 요구한 삼성생명 주식 100주가 핵심이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가의 유산상속 소송을 두고 이맹희(81) 전 제일비료 회장이 반환을 요구한 이건희(70) 삼성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 주식보다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보유 지분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1998년 차명주식을 실명화한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이 이병철 전 삼성 회장(창업주)의 자녀들에게 재분할될 경우 삼성의 지배구조가 완전히 뒤바뀌기 때문이다.

이맹희씨는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내어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차명재산 중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실명전환한 삼성생명 주식과 △삼성전자 주식 △삼성에버랜드로 넘어간 삼성생명 주식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이 가운데 이 회장이 실명전환한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상속을 재분할하라고 요구했지만 나머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주식과 삼성에버랜드 보유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선 각각 20주와 100주만 돌려달라고 청구했다. 이는 초기 소송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속권 소송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이다. 이맹희씨 쪽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되면 삼성전자 주식과 삼성에버랜드가 가진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서도 정확한 상속 비율에 따라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맹희 승소 때 삼성생명 지분 변화

중요한 것은 이맹희씨 쪽이 삼성에버랜드 보유 지분 반환 소송의 승소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상속자 없이 삼성 임원들이 해당 주식 지분을 차명으로 갖고 있다가 삼성에버랜드 명의로 옮겨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삼성에버랜드로 옮겨둔 건 아예 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므로 소송을 통해 재분할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맹희씨 쪽은 삼성에버랜드 보유 지분 반환 소송에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현재 삼성생명 지분 19.34%(3869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3447만여주를 다시 상속비율에 따라 분배하라는 게 이맹희씨의 요구다. 해당 지분은 삼성 임원들 명의의 차명 주식 형태로 있다가 1998년 삼성에버랜드 명의로 변경됐다.

이건희 회장은 소송에서 패소해 자신의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형제들에게 넘긴다 해도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만 유지되면 현재의 삼성 지배구조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까지 빼앗기면 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두 회사의 연결고리가 와해될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와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와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며, 삼성전자는 전자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맹희씨가 승소하면,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은 19.34%에서 2.12%로,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20.76%에서 10.55%로 낮아진다. 반면 이맹희씨는 8.49%, 이창희·순희 각각 6.01%, 이인희·숙희·명희 각각 2.29%를 새로 갖게 된다. 여기에 현재 씨제이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5.49%와 11.07%를 포함하면, 이맹희씨를 포함한 씨제이 쪽은 13.98%, 이명희 회장 등 신세계 쪽은 13.36%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합쳐도 12.67%에 불과하고, 여기에 삼성전기·에스디에스(SDS) 등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63%를 모두 끌어모아야 14.3%가 된다. 결국 이맹희씨, 이건희 회장, 이명희 회장 3자의 지분은 13~14%로 비슷해지게 된다.

따라서 나머지 형제들이 이맹희-건희 형제 중 어느 쪽에 서게 되느냐에 따라 판도가 확연히 달라지게 된다. 특히 이병철 전 회장 사망 뒤 한 푼도 상속을 받지 못한 2녀 이숙희씨나 현재 이건희 회장 일가와 교류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진 고 이창희씨 유족이 나설 경우 삼성에버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삼성그룹의 지배권이 다른 형제들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나머지 형제자매들의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사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양 소송 당사자 쪽에서 나머지 형제자매 일가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나머지 형제들은 이건희 회장의 상속이 정당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재계 관계자는 “소송 추이에 따라 다른 형제들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출처 : 에버랜드 상대 소송낸 ‘삼성생명 100주’, 삼성 지배구조 흔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