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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박정희·박근혜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거부 ‘정면 대응’에 정치권 갈등 확산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거부 ‘정면 대응’에 정치권 갈등 확산
[긴급진단 정수장학회] ② 무엇이 문제인가
[경향신문] 송윤경·박홍두 기자 | 입력 : 2012-02-23 22:21:23 | 수정 : 2012-02-24 00:53:08


정수장학회가 23일 장물 논란과 사회환원 요구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현재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요구도 거부했다. ‘이사진 일동 명의 보도자료’ 형식으로 공식입장을 밝힌 것이다. 지난 20일 박근혜 위원장은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저와 장학회는 관련이 없다. 장학회 주인인 이사진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는 그 답으로 ‘정치공세’ ‘입장불변’ 자세를 분명히 한 것이다.

정수장학회가 강경 대응을 천명하면서 정치적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야권은 ‘최필립 뒤의 박근혜’에 공세의 초점을 맞췄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최 이사장은 누구인가. 박 위원장의 말에 움직이는 철저한 아바타가 아닌가. 아바타의 뒤에 서 있는 박 위원장이 장학회와 무관하다는 설명은 누가 봐도 치졸한 변명이자 말장난”이라면서 “박 위원장은 최 이사장 뒤에서 조종하지 말고 당당하게 걸어나와 강탈한 정수장학회를 진실화해위 권고대로 정식으로, 실질적으로 사회에 돌려주라. 육영재단, 영남학원에 대해서도 똑같은 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장학회 이사진에게 공이 넘어가 있는 것 같다”(이상돈 비상대책위원)던 새누리당은 장학회 입장이 나온 뒤 난처한 모습이다. 당 공식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친박 측 핵심관계자는 “할 말이 많지만 이야기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친박계 중진은 “박 위원장이 정치적으로라도 해결을 해야 하는데 정수장학회 이사들이 여지를 만들어 주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수장학회가 “박근혜와 아무 관련 없다”고 다시 못박으면서 박 위원장과의 관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일단 정수장학회의 ‘역사’는 박근혜 위원장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를 ‘5·16장학회’, 훗날 ‘정수장학회’로 만든 장본인이 박 위원장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국정원은 2005년 과거사진상규명위 조사에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언론장악 의도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1962년 부일장학회는 부산일보·부산문화방송·한국문화방송을 소유하고 있었고 현재 정수장학회도 문화방송 주식 30%와 부산일보 주식 100%를 갖고 있다.

이후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일가와 측근 중심으로 운영됐다. 군사정권에서 핵심 요직을 차지했던 엄민영, 김현철 등 관료 출신이 2·3대 이사장을 맡았고, 육영수 여사의 동생 육예수씨의 남편 조태호씨가 5대 이사장이었다.

박 위원장 자신도 1995년부터 10년간 이사장으로 재임했다. 박 위원장은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예고되고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2005년 3월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재임기간 중 박 위원장이 받은 고액 보수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재임 중 8년 동안 11억3720만원을 받았다. “공익법인 취지나 사회통념상 과다하다”는 감사결과(2005년 서울시교육청)가 나올 정도였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최근 팟캐스트 방송에서 “1999년 외환위기 뒤 박 위원장 연봉이 1억3500만원에서 2억5350만원이 됐다”면서 “상근으로 바뀌어서 (연봉을) 올렸다는데 출근도 안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해마다 2억5000만원(연봉)이면 몇 명분 장학금인가. 지금은 손뗐다면 과거 장물에서 얻은 과실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공격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정수장학회 역시 박 위원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느냐다. 정수장학회는 박 위원장이 7년 전 이사장에서 물러났다는 점만 강조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이사진 구조다. 최필립 현 이사장은 1974년 박 전 대통령의 의전비서관을 지냈다. 최 이사장은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1978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불러 ‘큰 애(박 위원장) 주변이 좀 시끄러운데, 자네면 잘할 거야’라면서 박 위원장 담당 공보비서관을 맡겼다”고 말했다. 나머지 이사진 역시, 3명은 박 위원장이 임명한 ‘친박’ 인사와 최 이사장이 임명한 2명이다. “나와 관계없다”는 주장만으로는 끊을 수 있는 사이가 아닌 것이다.


출처 :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거부 ‘정면 대응’에 정치권 갈등 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