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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살던 시절 끝났다”

1천500명 홈플러스 노동자들 “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살던 시절 끝났다”
MBK 본사 앞 총파업 결의대회 진행... 이후 민주노총 결의대회 동참
[민중의소리] 오민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23 15:27:17


23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노동조합원들이 'MBK 직접교섭 촉구, 홈플러스 경영진 퇴진, 2015임금교섭투쟁승리'홈플러스 조합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MBK는 당장 나와라!”

전국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23일 ‘MBK 직접교섭촉구-2015 임금교섭 투쟁승리’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MBK 본사 앞에 모인 1천500명의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총파업 결의대회를 갖고 “지속적인 대화거부로 홈플러스 경영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MBK에 맞서 투쟁으로 새로운 홈플러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날 부산, 울산, 진해, 강릉, 순천, 목포 등 전국에서 조합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상경해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홈플러스 노조 설립 2년 만에 세 번째 파업이다. 빨간색 조끼를 입은 1천500명 조합원들이 만든 붉은 물결이 MBK 본사가 있는 광화문 D타워 앞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저임금-비밀먹튀 매각에 분노를 금할 수 없고, MBK가 직접 고용안정을 약속해야한다”면서 “쉬운해고 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 박살내자”,“고용안정 보장하라! MBK가 직접 약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광화문대로 건물들 사이로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말로만 하는 고용보장 아닌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약속 있어야

김기완 홈플러스 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모인 모습을 보니 전율이 흐른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16년간 우리는 대형마트에서 숨죽이고 살아왔지만 이렇게 모여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나서서 싸울 수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진짜 노동자가 됐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권리를 찾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말에 조합원들은 함성과 박수로 답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를 쥐어짜고 구조조정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MBK가 홈플러스의 주인이 됐지만 이렇게 노동자들이 하나가 돼 든든하다”면서 “우리는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결의를 다졌다.

23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노동조합원들이 'MBK 직접교섭 촉구, 홈플러스 경영진 퇴진, 2015임금교섭투쟁승리'홈플러스 조합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23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노동조합원들이 'MBK 직접교섭 촉구, 홈플러스 경영진 퇴진, 2015임금교섭투쟁승리'홈플러스 조합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민주노총 김욱동 부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계약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데 MBK가 여러분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고용이 보장돼야하고 비정규직의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면서 “지금의 홈플러스가 있기까지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고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을 때 그 기업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K는 지난 7일 매각협상 종료 후 “100% 고용승계와 고용조건 유지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 노동조합 측과 어떤 대화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노조는 “MBK의 대화거부는 홈플러스 경영에 대한 의지가 없는 투기자본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지난 16일부터 MBK 본사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투쟁으로 새로운 홈플러스 만들고
민주노총 총파업도 가장 선두에서 싸울 것”

이 날 결의대회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순분 안산 지부장은 무대에 올라 “안산점에서 16년동안 닭만 튀겼다, 안산 시민들 중 홈플러스 닭 안먹어본 사람 없을거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왔는데 월급은 매장을 열던 16년 전 그대로 100만원대”라면서 “우리는 회사를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해오기만 했는데 우리에게 100만원 주면서 5조원을 갖고 먹튀를 했다, 이걸 참을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몸이 아프고 힘들어도 뼈빠지게 일해왔는데 이런 현실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면서 “MBK가 노동조합 앞에 나와서 빨리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약속을 해야한다”고 조합원들과 함께 뜻을 모았다.

무기계약 체결을 3일 앞두고 계약해지 통지를 받은 부산 아시아드점 안수용 조합원은 “ 계산원으로 들어와서 행여나 계산착오 있을까봐 죽어라 일해도, 회사 잘돼야 잘 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면서 "그런데 회사는 매출 떨어졌다고 추석을 앞둔 대목에 해고를, 그것도 계약해지라며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힘없는 여성 비정규직이라지만 이렇게 무참히 내쫓을 수 있냐"면서 "그러나 회사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이다, 우리에게 이렇게 노동조합이 있다는걸 저들은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동지들이 함께 하고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걸 보여줄 수 있다"면서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싸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안 조합원을 포함해 부산 아시아드 점에서 해고된 조합원은 4명이다. 노조는 추석을 앞두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두고 계약해지 하는 것은 매각상황과 맞물려 구조조정 적용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참가자들은 테스코의 먹튀행각 저지와 홈플러스 경영진의 퇴진, MBK와 노조의 대화, 고용안정과 임금인상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하며 결의대회를 마쳤다.

이들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MBK본사 앞에서 경향신문사 앞까지 행진해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 합류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노동조합원들이 'MBK 직접교섭 촉구, 홈플러스 경영진 퇴진, 2015임금교섭투쟁승리'홈플러스 조합원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출처  1천500명 홈플러스 노동자들 “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살던 시절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