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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명절에도 이어지는 약속을 지키라는 노동자들의 투쟁

명절에도 이어지는 약속을 지키라는 노동자들의 투쟁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5-09-26 10:39:05


25일 오후 서울 중국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 위에서 107일째 농성 중인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 한규협 씨가 불빛을 밝히며 건물 아래 광장에서 열린 문화제에 동참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코 앞이다. 사람들은 정성껏 준비한 물건들을 싸서 가족친지들을 만나러 간다. 그러나 임금체불을 당하거나 해고가 되거나 혹은 추석 연휴에도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우리 곁에 있다.

불법적 요소가 명백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두고 9월중 임금피크제 완료를 지시한 국무총리실, 316개 공공기관에 대한 연내 임금피크제 100% 도입을 주문한 박근혜, 노사정위 야합을 빌미로 연내 일반해고 유연화 법안 발의 및 통과 등을 호언한 새누리당. 작금의 당정청은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삼위일체가 되어 군사작전 벌이듯이 밀어붙일 기세다.

대우조선해양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강병재의 60m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166일, 생탁과 택시 노동자 송복남 심정보의 158일 고공농성이 겨우 끝났지만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정명 한규협은 아직도 손바닥만한 전광판 위에서 고공농성 108일차를 맞고 있다. 추석을 하루 앞둔 오늘, 경찰은 물은 하루에 2리터, 전화기 배터리는 하루 한 개로 제한한다고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여름에 올라가 이제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불침남도, 밥 올리는 것도 제한을 건다.

기아차 원청은 1심 판결에서 소송을 제기한 3개 공장 노동자 468명이 모두 승소함으로써 원청의 불법파견이 인정되었지만 실제 권한을 가진 정몽구 회장은 전혀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아차는 “비정규직 465명을 내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경력 4년까지만 인정되는 사실상 특별채용 형식이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니다. 3개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3,400명인데 어떤 기준으로 465명만 특별채용 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제시한 바가 없다.

티볼리 출시를 앞둔 작년에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티볼리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 해고자 복직을 추진한다는 회사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티볼리 판매가 안정궤도로 올라간 지금도 복직 이행을 위한 어떤 노력의 조짐도 없다. 쌍용자동차 김득증 지부장은 추석을 앞둔 오늘 단식 27일차를 맞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노동부가 제출한 국감 자료에는 이번 추석 명절에 임금체불을 당한 노동자는 19만 명에 체불임금은 총 8,539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공식집계에 포함되지 않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제외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임금체불은 당연히 근절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 국민소득 2만 불이 넘은 나라에서 아직도 임금체불이 빈번하다는 것은 노동행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생사를 건 노동자들의 투쟁은 한결같이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의 추석 담화문은 경제 살리기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런 불법적인 기업의 행태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대책도 언급도 하지 않았다. 몇 년을 힘들게 싸워서 약속을 받아내도, 대법까지 가서 승소해도 약속이행을 하지 않는 기업들 때문에 오늘도 노동자들은 고공감옥에 갇혀서 하루하루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임금체불당한 노동자들이 20만 명을 육박하는 대한민국, 이것은 분명 생지옥이다.


출처  [사설] 명절에도 이어지는 약속을 지키라는 노동자들의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