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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여론조차 등 돌린 정권의 ‘노동개혁’

여론조차 등 돌린 정권의 ‘노동개혁’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5-09-25 08:13:59


민주노총 최종진 부위원장과 대표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삼일대로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노사정위 합의 규탄 결의대회에서 노사정 합의문을 손으로 찢어버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여론조차 ‘노사정 합의’에 등 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9~23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전국 19세 이상 임금근로자 803명을 대상으로 ‘노사정 합의 여론조사’(유선전화면접방식)를 했는데, 그 결과 “거부와 반대”가 압도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사정 합의를 주도한 정권의 이른바 ‘노동개혁’이 여론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셈이다. 정작 당사자인 노동자들조차 거센 우려와 반발을 하고 있으니 이번 노사정 합의는 “노동개혁이라 받아쓰고, 노동개악으로 불리는 꼴”이 됐다.

합의 과정에 노동자의 입장이 반영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불과 11.8%에 그쳤고, 정부와 재계의 일방적 입장이 반영됐다는 의견이 61.3%로 압도적이었다. 정권의 우격다짐식 일방통행에 한국노총이 기껏 들러리 선 꼴이란 민심이다. 합의의 내용에 대해서도 거부와 반대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 시 그 요건을 완화한 것에 대해 10명 중 8명 이상(81.2%)이 “우려가 있다”고 응답했다.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으로 “해고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답변은 53.6%에 달했다. 10명 중 6명 정도(59.2%)는 이번 노사정 합의가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22.8%에 머물렀다.

놀라운 사실은 응답자의 70%가 합의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답하였는데, 이는 정권의 이중적 작태에 대한 고발과 같다. ‘노동개혁’ 구호만 요란할 뿐, 정작 합의내용과 파장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인면수심을 고스란히 드러내준 결과라 할 수 있다.

반발여론은 당연한 귀결이다.

해고요건의 완화는 정리해고의 대체입법이나 매한가지다. ‘경영상 부득한 사유’로 제한됐던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도, 언제든지 일반해고를 할 수 있게 됐으니 하는 말이다. 정권의 ‘노동개혁’이 현실화하면 거리마다 해고자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된다는 의미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광범위한 노동조건 후퇴도 훤히 예상된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삭감은 물론이고 성과연동 임금체계 변동도 가능해 같은 임금을 놓고 쟁탈전을 벌여야할 판이다. 노조 간부나 밉보인 사람을 저성과자로 찍어 해고해도 합법이니 자본의 노동자 탄압도 면죄부를 받게 된다. 그러니 귀가 있고 눈이 있다면 누군들 반대하지 않겠는가.

누차 강조하거니와 노동개혁의 1순위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다. 비정규직 사용의 남발을 더 강하게 규제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의 단축은 일자리 창출의 직접적 해결책으로 시급하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청년고용할당제 도입 등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도 절박하다.

이렇듯 화급한 노동개혁은 내팽개친 채, 재벌은 500조원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있건만 노동자의 고혈만 쥐어짜니 참고 견디는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저항과 투쟁은 필연이며, 이는 정권의 자업자득이다.

민주노총은 23일 1만여 노동자들의 노사정 야합 항의·규탄 집회를 개최한데 이어 총파업은 물론이고 민중총궐기투쟁본부도 꾸려 각계각층의 힘을 결집해 11월 14일 10만명이 참가하는 투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제2의 정리해고’라 불리는 노동개악을 둘러싼 격돌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최대현안이 되었다.


출처  [사설] 여론조차 등 돌린 정권의 ‘노동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