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죽어서도 차별받는 비정규직 선생님

죽어서도 차별받는 비정규직 선생님
[민중의소리] 박상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0-01 10:06:04


▲ 팽목항 방파제에 ‘졸업을 함께 하고 싶다’는 꿈을 담아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주형 기자

현직 교사인 한 지인이 기간제 교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관리자가 쓰고 싶을 때 쓰고, 버리고 싶을 때 버리고. 아쉬울 것 없잖아. 비정규직들의 삶이 교사라고 다를 것 같아?" 교직원 사회에서도 차별과 불이익을 오롯이 떠안는 이들은 정해져 있었다. '정규직' 교사가 아닌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기타 등등의' 교사들. 그러나 이들에게도 교육공무원으로서 책임은 여전하다.

지난해 4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단원고등학교 교사 김초원, 이지혜 씨 두 사람은 기간제였다. 단원고 전 교장이 정부에 제출한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두 교사는 가장 빠져나오기 쉬운 선체 5층 객실에 있다가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다가 끝내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참사 1년 반이 넘었지만 두 교사는 사후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의 '변명'은 공무원연금에 '기간제 교사'는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공무원연금법에 '공무원은 상시 종사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지난 6월 유가족들의 순직 인정 재신청을 반려하며 내놓은 인사혁신처의 답변은 "공무원 연금법상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순직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한 인사혁신처장도 같은 말을 했다. 이근면 처장은 "교육부가 기간제 교사를 교육공무원이라고 정의하지 않아, 논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책임 떠넘기기' 발언에 불과하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지난 7월 국회에 출석해 '두 교사의 순직인정이 필요하다'고 답변을 한 상태였고, 이미 국회 입법조사처의 검토 결과 현행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해석도 나와 있었다. 무엇보다 인사혁신처는 현행 공무원연금법령에 따라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음에도 사실상 '무시'를 하고 있었다.

현행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정규 공무원이 아니라도 수행업무의 계속성과 매월 정액보수 지급여부를 고려해 인사혁신처장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무원연금법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공무원연금법이 적용되면 순직 심사도 받을 수 있다.

결국 인사혁신처가 '제 때' 판단을 했더라면, 1년 반 이상의 시간을 끌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지난 6월, 인사혁신처가 이미 두 교사의 순직인정이 가능하다는 공무원연금공단의 법률검토를 받았던 것까지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나 몰라라'는 이해하기 힘들다.

박근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을 완화하자는 것'이라며 노동개혁을 강변했다. 입이 부끄럽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노골적으로 기간제 교사를 차별하고 있는 정부가 노동개혁을 말할 자격이나 있나.


출처  [기자수첩] 죽어서도 차별받는 비정규직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