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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우리는 이긴다. 끝까지 함께 싸워, 공장으로 복귀하자”

“우리는 이긴다. 끝까지 함께 싸워, 공장으로 복귀하자”
[현장] 평택공장 정문 앞 가득 메운, ‘쌍용차 투쟁 승리를 위한 범국민대회’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0-03 22:31:39


3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열린 '쌍용차 투쟁 승리를 위한 범국민대회'에서 34일째 단식중인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끝까지 함께, 공장으로 돌아가자"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 노동자들의 구호 소리가 하늘로 퍼졌다. 3일 오후 4시 이곳에서는 '쌍용차 투쟁 승리를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정리해고 된 후 7년째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서울에서 버스 4대를 타고 노동자, 시민 등이 내려왔다. 경기지역 등의 노동, 시민단체 회원들도 함께 했다. 2천여 명이 평택공장 정문 앞 도로 절반을 가득 메웠다.

해고자 모두가 공장으로 돌아가는 승리의 길을 열기 위해 34일째 단식중인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다리 골절 부상으로 몸이 편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범국민대회 현장을 찾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장하나 의원 등이 대열 맨 앞에 자리했다.

그 뒤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전국 각지에서 연대 온 노동자, 시민들이 함께 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입은 조끼의 등에는 '공장으로 돌아가자,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조사 약속 이행하라, 쌍용차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요구가 적혀 있었다.

쌍용차 투쟁 승리를 위한 범국민대회 ⓒ민중의소리



정리해고의 대명사 쌍용차
정부와 여당은 외면했지만
노동 시민사회 연대로 다시 교섭 국면 열려

쌍용차는 정리해고의 대명사다. 2009년 비정규직 350명, 정규직 2,646명 등 3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그리고 "해고는 살인"이었다. 우울증 및 불안장애 등을 겪은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 등 2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질환으로 사망했다. 박근혜는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국정조사를 약속했으나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는 우리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였지만, 정작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할 정부와 집권여당은 해고노동자들을 외면했다. 대신 전국 각지의 시민과 노동자들이 해고노동자들의 손을 잡았다. 그런 사회적 관심과 연대의 힘으로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복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다시 교섭 테이블에 앉았다.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등 쟁점에서 회사측은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고자 복직 기한을 명시하지 않고 '기약없는 선별 복직'안을 내놓았고, 33억 손배가압류 철회 거부,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 거부 등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난 7년 동안 15만 볼트 송전탑에 올라 171일을 견디고, 대한문 농성장에서 40일간 단식하고, 70미터 굴뚝에 올라가 101일을 싸웠다. 그리고 지금은 김득중 지부장이 '29번째 죽음을 막고 모두가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면서 무기한 단식을 시작해 3일로 34일을 맞았다. 또 지난달 23일에는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이 있는 인도로 원정투쟁길에도 올랐다.

쌍용차 투쟁 승리를 위한 범국민대회 ⓒ민중의소리



쌍용차 티볼리 판매 호조, 성적 좋지만
해고 노동자들은 아직 일터로 못 돌아가
"끝까지 함께 싸워, 공장으로 복귀하자"

이날 범국민대회에서는 끝까지 함께 싸워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노동자들의 의지가 느껴졌다. 쌍용차 정문 앞에는 '쌍용차는 파국의 문을 닫고, 해결의 문을 열어라', '7년의 고통, 죽음의 터널을 견뎌왔다. 쌍용자본은 해고자 원직복직하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공장안은 다른 세상이었다. 정문 안쪽으로 바로 보이는 큰 건물 외벽에는 '가장 혁신적이고 존경받는 대한민국 자동차회사'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 있었다. 그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쌍용차의 신차 소형 SUV 티볼리는 월 계약대수가 7,000대 수준이라고 한다. 현재 대기물량만도 6,000대를 넘어서, 한 마디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쌍용자동차 전체로 보면, 8월 내수 7,517대, 수출 3,254대 등 총 1만771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지난 1월 "티볼리가 기대이상으로 선전하면 저희도 기꺼이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오늘의 기업 쌍용차를 일구는데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된 후 아직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권영국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은 쌍용차 건물 외벽의 문구를 가리키면서 "쌍용차가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존경받는 회사가 될 수 없다"라며 "노동자들이 싸우는 한 우리는 이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본부장은 "싸우자! 이기자! 돌아가자 현장을!"이라고 선창했고, 모든 노동자들이 큰소리로 따라 외쳤다.

수배자 신세로 활동에 제약이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영상 메세지를 보냈다. 한 위원장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로 정리해고에 맞서 76일 평택공장 옥쇄파업을 이끈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 위원장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는 원칙을 갖고 싸워왔다. 정권은 노동자를 우습게 보고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다. 노동자의 힘으로 정리해고, 비정규직이란 말을 역사에서 지워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라며 "함께 손 잡고 복귀해서 티볼리도 만들고 코란도도 만들고 하는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자는 강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는 더 강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은 "신임 위원장으로 약속하겠다. 공장으로 복귀할 때까지 15만 금속노조 조합원과 함께 당당하게 투쟁하겠다"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 ⓒ민중의소리


쌍용차 투쟁 승리를 위한 범국민대회 ⓒ민중의소리



권력과 자본 없는 이들의 무기는 '연대'
용산참사·세월호 유가족, 밀양 강정에서도 참석
김득중 지부장 "제 단식에 중도 포기는 없다"

권력과 자본을 갖지 못한 이들의 무기는 연대다. 이날 대회에는 용산 참사 유가족, 세월호 유가족,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제주 강정 해군 기지 반대 주민 등도 참석해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힘을 줬다. 용산 참사 유족 전재숙 씨는 "여기 계신 분들이 공장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제주 강정 주민은 "이길때까지 싸우자"라고 외쳤다. 세월호 유가족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노동자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지난 7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건 연대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마워했다.

장경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은 "약자 편에 서주는 연대 동지들이 있기에 7년간 투쟁할 수 있었다"라며 "이 고생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장 조합원의 발언 후, 현장에 있던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모두 무대로 나와 노래에 맞춰 율동을 했다. 곧이어 쌍용차 투쟁을 기록한 영상이 나왔고, 영상의 마지막은 "7년의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는 그날까지 함께. 우리는 이긴다"는 문구가 장식했다.

이어 단식중인 김득중 지부장이 무대에 올랐다. 김 지부장은 "사측은 해고자들에게 또 다시 기약없는 기다림을 얘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7년 동안 복직을 위해 투쟁한 동지 단 한 명도 배제할 수 없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제 단식에 중도포기는 없다"고 말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유연화, 취업규직 변경은 노동자끼리 서로 죽고 죽이라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하면서 "저는 항상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는 승리한다고. 왜? 우리는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달려와주신 동지들이 있어서 7년간 버텨왔다. 고맙다. 조금만 더 힘을 모아 달라. 반드시 이 승리를 더 앞당길 것이다. 오늘 기세를 모아 당당하게 투쟁하겠다"라고 말했다.

약 2시간여의 대회를 마치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직접 준비한 따뜻한 밥 한끼를 대회 참가자들에게 대접했다.


출처  “우리는 이긴다. 끝까지 함께 싸워, 공장으로 복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