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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청년 위해서라고?…대학가 ‘노동시장 개편 비판’ 대자보 잇따라

청년 위해서라고?…대학가 ‘노동시장 개편 비판’ 대자보 잇따라
‘청년 공감’, 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 등에 붙은 대자보 공개
‘임금피크제는 청년 볼모 삼아 임금 줄이는 법’ ‘정규직 과보호론은 허구’ 등

[한겨레] 김민경 기자 | 등록 : 2015-09-28 16:13 | 수정 : 2015-09-28 16:33


건국대 신동주씨가 붙인 대자보 ‘임금피크제는 노동 개혁이 아닙니다’ ⓒ청년 공감


노동시장 구조 개편에 노사정이 합의하고 새누리당의 5대 노동법 개정안이 발표되자 대학가도 술렁이고 있다. 대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를 비판하며 청년을 볼모로 내세우지 말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14여개 대학 단체들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네트워크인 ‘청년 공감’은 지난 15일 노사정 합의 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에 붙은 대자보를 공개했다.

이화여대 신태영(철학과 12학번)씨는 ‘정규직 과보호론은 허구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의 노동시장에서 청년들의 몫을 빼앗아가서 배불리고 있는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는 환상에 불과하다”며 “청년들의 고통을 빌미삼아 전체 노동자들을 더 큰 고통으로 몰아넣는 시도에 맞서 이제는 일하는 사람들이 노력한 만큼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얘기하자”고 주장했다.

한 서강대 학생(사과대 15학번)도 ‘노동자를 쥐어짜면 청년이 살아나나’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취업 준비 청년 100만명 시대에 청년들의 목소리 없는 합의가 청년을 살립니까?”라며 “미래의 노동자가 될 수많은 대학생 중 한 명으로서 저는 이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고 밝혔다.

한 고려대 학생(사범대학 13학번)도 “부모 임금 삥땅 쳐서 자식 임금 주겠다는 임금피크제,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비용 많이 든다고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지들 맘에 안 들면 자르겠다는 일반해고제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관련 가이드라인, 나이 들면 최저임금 주면서 파견 보내겠다는 파견법 변경…살기 힘들겠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학생이 붙인 대자보 ‘저들이 말한 국민 중에 너와 나는 간데 없고’ ⓒ청년 공감


건국대 신동주(경제학과 12학번)씨는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하게 되면 기업들이 그렇게 해서 줄인 인건비로 청년들을 고용할 것이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며 “임금피크제는 청년을 볼모 삼아 기업들에게 비용만 절감시키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청년 실업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청년 일자리와 관계없는 해고·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가이드라인,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채워진 노사정 합의에 대한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알바노조와 청년유니온 등 10여개 청년단체들은 25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 국민에게 쉬운 해고와 평생 비정규직의 굴레를 씌우는 ‘노동 개악’을 미래세대를 위한 고통 분담을 도모하는 개혁이라며 청년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듯 기만과 거짓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청년 고용과 양극화 해소를 포기한 노동 개악에 분노하며 지속적으로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신태영씨가 붙인 대자보 ‘정규직 과보호론은 허구다’ ⓒ청년 공감


민주노총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24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20~60대 임금노동자 803명 중 59.2%도 “합의가 청년 실업에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유지훈 ‘청년 공감’ 대표는 “노사정 대표가 다들 청년을 위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노사정 합의문에 청년 실업 관련 내용은 ‘노력한다’, ‘강구한다’뿐이고 정부는 실효성도 없는 청년희망펀드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청년 학생 입장들이 느끼는 불만과 짜증이 대자보로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청년 위해서라고?…대학가 ‘노동시장 개편 비판’ 대자보 잇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