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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비밀TF 사건은 국정원 대선개입의 재판

국정화 비밀TF 사건은 국정원 대선개입의 재판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5-10-27 07:50:01


야당 교문위 의원들이 26일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비밀 태스크포스(TF)팀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의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밀 TF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서울 종로구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회관에서 발각된 국정화 비밀TF는 설치부터 운용까지 의혹투성이다. 왜 교육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가 아니라 교육부 소관의 외부 건물에 설치했는지, 왜 국립대 교직원 등 교육부 외부 인력을 정식 발령 절차도 밟지 않고 소집했는지, 아직 고시 확정 전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예고기간에 왜 이런 조직을 운용했는지 등에 대해 청와대와 교육부, 새누리당은 합당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TF 단장인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이 12일 교육부의 국정화 고시 이전인 7일부터 휴가를 냈고 TF의 사무실도 5일부터 사용됐다. 교육부는 고시 다음 날인 13일 비공개로 예비비 지출을 의결한 뒤 이 예산을 TF에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점을 미뤄볼 때 상당기간 전부터 TF 구성 등이 준비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학계와 국민들의 반대를 예상하고도 국정화를 밀어붙이기로 작심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청와대와 교육부 등의 앞뒤 안 맞는 해명을 보며 많은 국민들은 2012년 대선 직전 터진 국정원 여직원의 역삼동 오피스텔 대선개입 댓글 사건을 떠올린다. 당시 박근혜를 비롯해 여권은 ‘여직원 인권 침해’를 주장했으나 결국 국정원의 광범위한 대선 및 정치개입은 사실로 드러났다. 여권은 이번 사건 역시 국민들이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발뺌하며 정쟁으로 몰고가겠다는 전략이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6일 야당을 향해 “화적떼”라고 막말을 퍼부으며 “세작을 색출해야 한다”고 비민주적 언사를 동원한 것은 이런 전략을 잘 보여준다.

그간 경험으로 볼 때 국정화 비밀TF 사건은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진실의 일단을 확인하게 된 점은 성과다.

하나는 박근혜가 국정화 갈등의 ‘몸통’이라는 점이다. 국정화에서 별다른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제치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직속의 별동대를 가까운 곳에 꾸려 언론동향 탐지와 논리 생산 등의 임무를 수행케 한 것이 이번 사건이다. 청와대는 그간 국정화의 책임과 권한이 교육부에 있는 듯이 미뤘는데,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셈이다.

또 하나 박근혜 정부는 국정화를 일종의 정치공작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국정화가 그렇게 필요한 일이라면 그 첫째 업무는 학계 및 교육계와의 대화이며, 다음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다. 그러나 정부는 업무 폭주라면서도 고시 이전에도 이후에도 학계나 교과서 집필진 등과 진지한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비밀팀을 꾸려 언론동향을 감시하고 국민에게 주입할 논리를 짜고 이를 집행한 것은 명백히 대국민 정치공작이며 2015년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다.

역사학계 90%가 좌파이고, 국민과 특히 젊은이들을 그에 현혹된 우매한 대중으로 보는 박근혜 정부의 인식이 확인된 터다. 비정상적 수단까지 총동원한 정치공작을 통해 국민의 인식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국민들은 똘똘 뭉쳐 싸워야 한다. 특히 야당의 단호한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출처  [사설] 국정화 비밀TF 사건은 국정원 대선개입의 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