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람만 뽑아달라" 박근혜, 유권자에게도 지침?

"진실한 사람만 뽑아달라" 박근혜, 유권자에게도 지침?
국무회의 발언... 총선 5개월 앞두고 사실상 '야당 낙선' 주문
[오마이뉴스] 이경태 | 15.11.10 13:30 | 최종 업데이트 15.11.10 14:06

박근혜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쪽은 다양성을 얘기하지만 현재 7종 (검인정 역사)교과서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근현대사 분야 집필진 대부분이 전교조를 비롯해서 특정이념에 경도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 관계자들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 청구 방침을 밝힌 가운데, 박근혜 마저 '집필진 흠집 내기'에 가세한 셈이다.

박근혜는 10일 국무회의에서 "역사교과서 문제는 정쟁이 되어서도 안 되고, 정쟁의 대상이 될 수도 없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무엇보다 박근혜는 "분단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통일을 이뤄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서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고, 그들이 갖고 있는 국가의 자긍심과 정확한 역사관에 좌우가 된다"라면서 "현 역사교과서는 우리 현대사를 정의롭지 못한 역사로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또한 그 근거로 "(현행 역사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은 정부수립으로 북한은 국가수립으로 서술되고 대한민국에 분단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돼 있다"라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반노동자적으로 묘사하고 기업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해서 반기업 정서를 유발하면서 학생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주게 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렇게 잘못되고 균형 잃은 역사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은 대한민국을 태어나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나라로 인식하게 돼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잃을 수밖에 없다"라며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도 강조했다.

앞서 현행 검인정 교과서가 '좌편향·친북'이란 정부·여당의 기존 주장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얘기였다.

박근혜는 "정치·경제·헌법학자들은 물론 6·25 전쟁과 관련해서는 군사 전공자도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발언에도 힘을 실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의 발언 직후 "군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라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박근혜는 "정부는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가 담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고 국민들께 약속드린 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역량 있는 집필진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들이 집필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즉, 역사학계만 아니라 군사 분야의 전문가도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말로만 민생 부르짖어, 앞으로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도록"

한편, 박근혜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반발하는 야당을 겨냥, '낙선'을 주문했다는 논란도 예상된다.

박근혜는 이날 "지난 주말 여야가 상임위와 예결위 정상화에는 합의했지만, 조속히 처리돼야 할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 법안, 노동개혁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은 그동안 오랫동안 방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논의가 없어서 아쉽다"라며 야당을 정조준했다.

박근혜는 구체적으로 "이것은 국민들의 삶과 대한민국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라며 "모든 것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국회에서 모든 법안을 정체 상태로 두는 것은 그동안 말로만 민생을 부르짖은 것이고 국민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법안들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국회가 이것을 방치해서 자동 폐기된다면 국민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즉,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정쟁'으로 규정짓고 야당을 향해 '말로만 민생을 부르짖었다'고 비난한 셈이다.

특히 박근혜는 "이제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주시고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주어'는 빠져 있으나 차기 총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만을 선택해달라'라고 호소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발언,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바 있다.


출처  "진실한 사람만 뽑아달라" 대통령, 유권자에게도 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