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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민중총궐기’ 빌미 공안탄압, 박근혜 정부가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것”

“‘민중총궐기’ 빌미 공안탄압, 박근혜 정부가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것”
[인터뷰] 최근 구치소에서 출소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민중의소리] 허수영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1-27 12:22:10


▲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이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지난 1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빌미로 한 정부의 공안정국 조성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시민운동 진영의 냉철한 대응을 주문했다.

박 소장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다 1988년 그의 동생 박래전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인권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27년째 불모지였던 인권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 연대)’ 상임운영위원도 겸임하고 있는 박 소장은 세월호 참사 추모 활동 관련해서 미신고 집회주도 등 불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채 재판을 받다 지난 2일 10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왔다. 서울구치소 1.5평이 채 안 되는 독방에서 생애 다섯 번째 옥살이를 하다 나와 다시 세상과 소통 중인 그를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소장은 지난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경찰의 집회 대응수위가 위험선을 넘어 공안탄압으로 이어진 데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정부의 공안정국 조성에 대해 “그것은 저쪽(정부)도 그만큼 불안정하고 다급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시민사회의 냉철하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초창기 때부터 적극적으로 발을 담궈왔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정권 내에서는 완결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어떤 부분에서 진상규명이 돼야 하는지’ 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12월 1일 인권콘서트에 3천석이 꽉 찰 수 있도록 많이 와달라는 당부를 했다. 인권콘서트에는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쌍용차 노동자 등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걸쳐 장기간 탄압을 받고 있는 이들이 대거 참석한다.


“경찰 집회시위 대응 위험선 넘어…시위대를 탓하기 전에 근본원인에 대해 성찰해야”

- 출소한 지 얼마 안 돼 민중총궐기가 있었는데 당일 어떤 활동을 했나?
“구치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고 보석취소도 될 수 있는 상황이라 주변에서 너무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광화문 현장에는 있지 않고 주변에서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당일 현장을 담은 영상 등을 보면서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 정부와 경찰의 민중총궐기 당일 경찰 대응의 문제점은?
“우리나라 경찰들은 보수단체 집회를 빼면 집회시위를 보장하려는 태도를 가져본 적이 없다. 집시법 자체가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억눌러보려는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집시법 자체가 폐기돼야 한다는 것이 내 오랜 주장이다.”

“민중총궐기 당일 경찰 대응을 보면 과거 방어적으로 사용하던 살수차를 마치 전쟁무기처럼 공격적으로 사용했던 점이 이전과 다른 점이다. 실제로 농민 백남기 씨가 얼굴에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그런 사례가 더 있는지 언론이 적극적으로 찾아줬으면 한다. 인권활동가의 입장에서 얘기하면 경찰의 태도는 치안적 관점만 있고 인권적 관점이 없으며 이미 위험선을 넘었다고 본다.”

- “시위대가 아예 빌미를 주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
“뭐 시위대가 밧줄로 경찰버스 당기고 하는 것 자체보다는 그렇게 된 원인을 먼저 봐야 한다. 지금 정부가 장관은커녕 총리도 실권이 없이 대통령의 입만 쳐다본다는 것 온 국민이 다 알지 않나. 그래서 자꾸 대통령 개인의 결단을 압박하려는 방향으로 국민들의 행동이 표출되는 것이다.”

“막힐 줄 뻔히 알면서도 광화문 행만 고집하는 지도부의 태도도 문제 삼을 수는 있다. 민중총궐기에 많게는 15만이 왔다고 하는데 대부분이 밧줄 구경꾼으로 전락하지 않았나. 시민들을 주체로 세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 이번 민중총궐기에도 어김없이 종북몰이가 등장했는데?
“이석기 석방 구호가 나왔다고 하는데 10만이 넘는 민중이 다양한 요구를 갖고 나온 것 아닌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제시한 11대 요구가 중심인데 이런 것 다 무시하고 일부가 외쳤던 구호를 부각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들도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많이 인식하고 식상하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아직 운동하는 사람들 내부에도 종북으로 몰리는 데 대한 두려움이 많이 있다.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1987년에는 지금보다 종북몰이가 더 심했는데도 재야운동에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6월 항쟁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 부분은 지식인들이 좀 더 목소리를 내주고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자신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 시민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인 것은 맞지만 결코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무슨 얘기냐면 현 정부가 무리하게 공안탄압으로 휘몰아치는 것은 저쪽도 그만큼 다급하고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 역량들을 잘 보존해 가면서 저들의 프레임에 말려들지 말고 잘 대처해 나가자. 현안 싸움을 계속하면서 시민 교육운동 등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간다면 우리가 언제고 불리한 위치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긴 싸움 될 것. 국민들이 유가족들에게 고마워해야”

- 구치소에서는 주로 뭘 하며 보냈나? 지금 건강상태는?
“독방에서 생활은 매우 단순하다. 정규일과 외에는 주로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면서 보냈다. 구치소 안에서도 신문과 TV뉴스를 볼 수 있고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으니 바깥세상 소식을 듣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몸이 굉장히 안 좋은 상태에서 구치소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이 회복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나와 보니 움직이는 게 굉장히 힘들다. 특별히 이상이 있는 곳은 없는데 항상 피곤해서 병원검진을 받으면서 몸을 추스르고 있다. 고생하다 나왔다고 여기저기서 술 사준다고 하는데 이젠 술도 좀 줄여야지.”

- 세월호 참사 관련 활동으로 구속당했다 나왔는데 최근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 조사 등으로 시끄럽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한 특별법은 여론 지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용하긴 했지만 이후에도 시행령, 예산편성 등으로 계속 방해하고 있지 않나. 특조위 여당추천 위원들이 대체로 이런 쪽에 올 사람들이 아닌데 왜 왔을까 궁금했는데 의문이 풀렸다. 대통령 관련 조사만큼은 무조건 막으려는 의도다. 관련해서 해양수산부 문건도 나왔는데 정부부처 문건이라면 청와대의 의중으로 봐야 한다. 진상규명은 아직도 갈 길이 험난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 특조위의 지금까지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내가 볼 때 위원장 등의 의지가 약한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내외의 집요한 방해공작이 있었고 지금까지는 어떻게 조사를 해 나갈 것인가 준비하는 단계라 밖에서 보면 아무것도 안한 것처럼 오해할 수는 있다. 특조위가 정부 기관임에도 정부의 협력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 그래서 특조위 위원들에게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국민들께 적극적으로 알리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은 잘 못하는 것 같다.”

- 앞으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나 4.16연대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보나?
“유가족들도 이번 정부 내에 진상이 완전히 규명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어차피 장기전이니까 특조위도 완결된 조사를 하려하기 보다는 이런 부분에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근거들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본다. 4.16 연대 같은 시민사회 그룹이 전문가들과 연계해 토론회도 활발하게 하고 진상규명의 근거들을 더 크게 모아나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은 잘 되지 않고 있다.”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년 7개월인데 외부에서 볼 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정말 잘 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중에 대부분이 단원고 같은 학년 학생들이지 않나. 다른 참사의 유가족들처럼 갑자기 형성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유치원 때부터 학부모로 이래저래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단원고 학생들이 1반부터 10반까지 있었으니까 아이들의 반 구성에 따라 부모들의 조직도 체계적으로 돼 있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이던 정부기관이던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내부에서 격론을 통해 주체적으로 하나하나 결론을 이끌어 온 점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정말 힘들어하고 있다. 부모로써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죄책감이 있지 않나. 그 위에 지지부진한 진상규명에 온갖 비방과 모욕이 더해졌으니 ‘내가 마치 불가촉천민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하는 분까지 있다. 그래도 그분들이 배보상 받고 끝내버렸으면 어떠했겠나? 자기 자식은 잃었지만 남의 자식을 잃지 않게 하려고, 안전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유가족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사회상식이 무너지면 모든 이슈가 인권문제가 돼…인권콘서트에서 서로 힘을 받자"

- 최근 자유권규약위원회에도 한국의 인권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인권의 현주소는 어떻게 보고 있나?
“인권이라는 것은 인류보편성을 갖고 있다. 각 지역의 특수성이나 이런 것 다 감안하고서도 최소한 지켜져야 할 기준을 인권이라고 하는 것이다. 10월 115차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지적 항목이 늘어나고 비판의 톤이 강해졌다. 그 사람들도 자꾸 얘기하는 데 말을 안 들으니까 화가 난 거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한계도 있었지만 인권 부분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 활동도 굉장히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대로 가면 아시아의 인권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섣부른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이 다 무너지고 후퇴하고 있다. 이렇게 사회의 상식선이 무너지게 되면 인권문제가 접근하지 않아도 될 것도 인권문제로 비화된다. 예를 들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교육권의 침해로 인권적 요구가 되는 식이다.”

- 12월 1일 장충체육관에서 인권콘서트가 열리는데 한 말씀 해 달라
“예전에는 양심수가 탄압의 상징이라 2006년 까지는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양심수가 그나마 많이 줄어 인권콘서트로 변화돼 왔다. 작년 인권콘서트는 표현의 자유를 중심으로 했는데, 올해는 너도나도 힘들어하니까 서로 손잡아 주고 힘을 받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 한다.”

“오후 7시 30분 본 행사 전에 밀양 할머니들, 강정 주민들, 용산참사 희생자들, 쌍용차 노동자들, 노점상 등이 모여 함께 식사하고 인사도 하는 희망만찬도 가진다. 다행히 기독교계에서 식사 비용을 대 주기로 했다.”

“서울구치소에 있을 때 동료들이 찾아와 인권콘서트 준비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하더라. 갇혀 있는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고 했더니 실무는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하고 나는 편지만 써 주면 된다더라. 구속된 박래군을 팔아보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그것은 이미 틀렸고(웃음)…. 어쨌든 2차 민중총궐기 준비도 한창이라 3천석이 다 채워질지가 걱정인데 많이들 와 주셨으면 좋겠다.”

▲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이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 문화예술인모임과 416국민연대, 인권재단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인권활동가 박래군 석방 촉구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석방 촉구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의철 기자


▲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구치소로 이송되기 위해 호송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출처  “‘민중총궐기’ 빌미 공안탄압, 박근혜 정부가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