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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국정원 상대로 소송 건 국정원 직원들

국정원 상대로 소송 건 국정원 직원들
“애인에 기밀 누설 이유로 징계는 부당” 승소
“28년간 감청 탓 난청, 공상 인정” 요구는 패소

[경향신문] 박용하 기자 | 입력 : 2015-11-25 05:59:39


국가정보원 안보수사국 소속 ㄱ씨는 2008년 자신이 직무연수를 받고 있던 일본으로 여자친구 ㄴ씨를 초대했다.

ㄱ씨는 ㄴ씨에게 자신의 신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북한 관련 자료와 정보를 수집한다며 ㄴ씨를 데리고 일본 내 친북단체 주변을 찾아갔다. 그는 “일도 하고 산책도 하자”고 했다. 그는 건물들을 촬영하며 ㄴ씨에게 “사람들을 북한으로 보내주는 곳”이라거나 “북한을 위해 밀수를 하는 곳”이라며 친절히 설명하기도 했다. 숙소에서 정보를 지도에 입력하는 모습도 ㄴ씨에게 보여줬다. 이들의 특이한 데이트는 그렇게 계속됐다.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ㄱ씨는 이듬해 “다른 여성이 있다”면서 ㄴ씨에게 결별을 통보했다. 배신감을 느낀 ㄴ씨는 국정원에 “ㄱ씨가 결혼할 것처럼 속여 나를 성추행했고, 정보활동에 대한 설명도 했다”면서 진정을 넣었다. 국정원 측은 ㄱ씨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ㄱ씨는 불복했고 법원에 취소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국정원은 ㄱ씨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ㄱ씨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으며, 직무상 비밀도 누설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혼인빙자간음’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됐다는 점, 또 ㄱ씨가 알려준 정보들이 보호가치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징계가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연인 사이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사건의 특수성도 인정했다.


지난 19일에도 국정원과 관련된 재판이 있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변지영 판사는 국정원 직원 ㄷ씨가 낸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1981년 국정원에 들어간 ㄷ씨는 약 28년간 감청 업무를 해왔다. ㄷ씨는 귓속에 이어폰을 넣고 일해왔기에 항상 소음에 노출됐으며, 20여년간 난청·이명으로 고통당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난청이나 이명은 발병원인을 확인하기 힘든 질환이란 점에서 ㄷ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음성 난청은 양쪽 귀에 대칭적으로 오는데, ㄷ씨는 한쪽만 왔다는 점도 패소의 주된 이유가 됐다.


출처  국정원 상대로 소송 건 국정원 직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