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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딸 팔아 8억 챙겼다니···” 유민아빠의 고백

“딸 팔아 8억 챙겼다니···” 유민아빠의 고백
생활고로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 잠정 중단한 김영오씨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2-05 23:02:55


“딸 팔아 돈 받아먹은 것도 부족했나요. 제발 부끄러운 줄 아세요”

문자를 보는 순간 하늘이 무너져내렸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딸을 팔아먹다니, 죽고 싶을 정도로 억울했다. 지난 2년 동안 딸을 위해 싸워오면서 빚진 것만 수천만원, 매달 이자 갚기도 벅찬데 딸을 팔아 수억을 챙겼다니, 당장 문자를 보낸 자를 찾아가 혼내주고 싶었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이미 보수언론과 일부 인터넷사이트 등에서는 ‘딸을 팔아 8억을 챙긴 아빠’로 낙인찍혀 있었다.


딸 생일 축하 글에 달린 악성 댓글
“딸 팔아 10원 한 푼 받은 적 없습니다”

▲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받은 문자와 악성 댓글 ⓒ김영오씨 제공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5일 “세월호 참사 이후 악성 문자와 댓글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지난 14일 딸 생일 날 올린 페이스북 글에는 “딸 팔아 정치하려고 그러느냐”, “통장잔고는 얼마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당신 딸이 죽었는데 돈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김씨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단돈 10원 한 푼 받은 적이 없어요. 딸에게 아무것도 못 해준 못난 아빠인데 딸을 이용해 돈을 받았다면 딸 얼굴을 볼 면목도 없습니다. 딸이 없는데 돈이 무슨 소용입니까?”

김씨는 딸의 여행자보험 명목으로 받은 1억을 이혼한 아내에게 모두 줬다. 딸이 죽었다는 이유로 받은 돈을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세월호 피해 가족 131가정과 함께 희생자 배상금 4억2천만원, 위로금 3억원도 모두 거부했다. 대신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딸 이 죽은 이유를 밝히기 위해 평생소원이던 정규직 꿈도 내던졌다. “다니던 공장에서 정규직이 돼서 딸과 함께 놀 수 있는 전셋집 한 칸 마련하는 게 꿈이었어요. 아등바등 일했고 정규직이 됐지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 발생 후 모든 꿈이 사라졌어요. 진상규명을 위해 거리로 나갔고, 공장에 나갈 수 없었고, 결국 작년 1월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김씨는 2014년 여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46일간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진상규명 활동에 앞장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김씨는 활동 과정에서 생계를 위해 대출을 받고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 진상규명을 위해 거리로 나온 김씨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1억원에 가까운 빚만 쌓여갔다. 더이상 대출을 받을 수도, 지인에게 돈을 빌릴 수도 없었다.

“생활비로 들어가는 비용만 한 달에 최소 150만원이 넘습니다. 돈을 못 버니 지인들에게 많이 의지했지요. 친한 사람들에게서 ‘보상금 수억 받고 왜 그러느냐’는 말을 들으면 정말 상처가 컸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더는 민폐를 끼칠 수가 없었어요. 일자리를 찾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생활고 때문에 잠시 활동 중단, “진상규명 포기한 게 아니다”

▲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딸이 공부하던 안산 단원고 교실을 찾아 딸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김영오씨 제공


김씨는 결국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진상규명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진상규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돈이 있어야 버티고, 우리 딸이 죽은 이유도 밝혀낼 수 있잖아요. 앞장서 할 수 없다는 것이지 진상규명을 포기한 것은 아니에요. 생계를 책임지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겁니다.”

단 그는 “후원은 절대 안 받는다”고 못박았다. “우리 딸을 이유로 10원 한 푼도 받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 힘으로 잘 버텨보겠습니다.”

김씨는 후원 대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함께 행동해달라”고 당부했다. “1년이면 끝날 것 같던 싸움이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세월호 가족들이 점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목숨 걸고 만들어낸 특조위마저 정부·여당의 방해를 받았고, 지금까지 단 하나의 진실도 밝혀진 게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세월호 피해 가족들은 특조위 조사 방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 개정 운동에 돌입했다. 가족협의회는 5일 ‘특별법 개정 촉구 범국민서명’을 시작으로 이후 특별법 개정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국회면담 등의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출처  [인터뷰] “딸 팔아 8억 챙겼다니···” 유민아빠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