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회사측 유성기업 노조 설립은 무효”…어용노조 철퇴

“회사측 유성기업 노조 설립은 무효”…어용노조 철퇴
“사측 주도 설립, 노조 자주성 없어”
‘노조파괴 전략’에 따른 복수노조 악용에 법적 제동 걸어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 2016년 04월 15일 금요일


사측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 가동 시기와 맞물려 만들어진 기업노조 ‘유성기업 주식회사 노동조합(이하 유성노조)’의 설립이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회사 측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 설립 무효 소송 중 최초 승소 사례임에 따라 ‘어용노조’를 이용한 사측의 노조 탄압에 법적 제동을 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권혁중)는 지난 14일 “유성기업 주식회사 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 노조는 설립 자체가 피고 회사가 계획하여 그 주도 하에 이루어졌고, 설립 이후 조합원 확보나 조직의 홍보, 안정화 등 운영이 모두 피고 회사의 계획 하에 수동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바, 피고 노조는 그 설립 및 운영에 있어 사용자인 피고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자주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 3월 24일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서울시청광장 한복판에서 동료 한광호의 분향소를 설치하지 못한 채 경찰에 둘러싸여있다. 고 한광호 조합원은 유성기업의 끊임없는 노조파괴 및 괴롭힘에 시달리다 3월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장슬기 기자.


이는 유성기업 내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지회 노조인 유성기업지회(이하 유성지회)가 2013년 1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 낸 노동조합설립무효확인 소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유성지회는 “피고 노조(유성노조)는 그 설립 및 운영에 있어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피고 노조의 설립은 무효”라는 주장의 소송을 냈다.

현대자동차 부품 협력사인 유성기업에는 현재 두 개의 노조가 있다. 하나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지회인 유성기업지회(이하 유성지회)이고 다른 하나는 유성노조다. 유성노조는 지난 2011년 사측과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진행되던 중 만들어져 지회로부터 ‘어용노조’라 불리고 있다.

2011년은 지회가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관철하기 위해 각종 쟁의행위를 벌였고 사측이 이에 즉각 ‘직장폐쇄’로 대응했던 때다. 지회와 사측은 2010년 야간노동을 강제했던 주야 맞교대제를 폐지하고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된 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으나 사측이 2011년까지 합의에 제대로 나서지 않자 지회는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재판부는 유성노조가 사측의 계획과 주도하에 설립됐다고 판단한 근거로 창조컨설팅이 사측에 보낸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를 지적했다. 제안서엔 회사의 대응전략으로 ‘온건·합리적인 제2노조 출범’이라는 내용과 핵심과제로 ‘건전한 제2노조 육성’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재판부는 사측과 창조컨설팅이 가진 전략회의와 그에 따른 문건, 그리고 유성노조의 설립 및 운영과정을 비교할 때 유성노조가 전략회의에 따른 산물임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복수노조 이후 행한 유성지회에 대한 각종 탄압 시도와 관련해 “창조컨설팅이 피고 회사에 보낸 각종 문건에는 원고 노조(지회) 소속 조합원과 피고 노조(유성노조) 소속 조합원 간에 징계 양정에 있어 차등을 둔다든지, 임금 협상에 있어 원고 노조와 피고 노조 사이에 차등을 둔다든지 하는 등의 피고 노조의 조합원 수를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 피고 노조의 조합원 확보가 예상보다 미진한 원인에 대한 분석 및 이에 대한 대책, 피고 노조의 안정화 방안 등에 대하여 기재하고 있다”며 “이 내용들은 대부분 앞서 본 전략 회의에서 그대로 논의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전략회의의 자문에 따라 2011년 7월 14일 유성 노조 설립 총회가 진행됐고 이들의 노조 설립신고서는 전략회의 논의에 따라 회사가 작성해 준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2011년 7월 25일 열린 ‘노사 상생을 위한 선언식’에서 유성노조와 사측이 교환한 ‘노사 상생을 위한 선언문’이 3일 전 7월 22일 전략회의에서 논의됐던 ‘선언문’과 대동소이하다고 밝혔다.

▲ '제2노조'를 전략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창조컨설팅의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 사진=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자료


유성노조의 운영도 사측이 주도했다고 보는 근거는 상집간부회의 등 노조의 주요한 일정이 전략회의에서 논의된 계획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 노조는 2011. 11. 17. 상집간부회의를 개최하였고, 2011. 11. 24. ‘상생의 길’이라는 노보를 발간하였으며, 2011. 11. 29. 노조 간부들에 대한 노동교육을 실시하였다. 또한 2011. 12. 8. 피고 노조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피고 노조에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2011. 12. 9.에는 아산공장에서, 2011. 12. 16.에는 영동공장에서 각 피고 노조 현판식을 개최하였다”면서 “위와 같은 일련의 행보는 앞서 전략회의에서 피고 노조의 세력화 및 안정화 방안으로 논의된 내용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유성노조를 회사 과반수 노조이자 교섭대표노조로 만들기 위해 유성지회를 상대로 벌인 사측의 여러 행태 또한 전략회의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유성기업은 노동자들을 개발 면담하면서 ‘유성노조’로의 가입을 종용했고 유성노조가 과반수 노조가 되지 못함에 따라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별적인 임금협상을 진행했다. 회사는 유성노조와는 신속하게 체결했으나 지회와는 현재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정도로 교섭 해태를 보였다. 또한, 유성노조는 2012년 ‘관리직 사원’들이 가입하며 과반수 노조로 인정받고 교섭단체가 됐다. 모두 사측과 창조컨설팅의 전략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다.

유성기업 범시민 대책위원회(범대위)는 14일 즉각 성명을 내 “유성기업 회사와 어용노조가 맺은 모든 단체협약은 무효이며, 유성기업 내의 유일한 교섭단체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임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노조 설립을 즉시 취소해야 한다”면서 “유성지회 조합원들이 어용노조에 맞서 싸우다 회사에게 받은 해고와 징계는 모두 무효일 수밖에 없다. 유성기업이 이제라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조파괴 공작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복수노조를 악용한 회사 측의 ‘노조파괴 전략’이 가동되는 가운데, 복수노조 하에서 회사 측 노조를 상대로 낸 노조 설립 무효 소송이 승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범대위는 “2011년 복수노조 설립 이후 전국의 수많은 사업장에서 회사가 어용노조를 만들어 과반수노조를 점하게 하고 민주노조를 고립시켜 무력화시켜왔던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첫 판결”이라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결성하지 않은 않는 노조는 무효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환영했다.


출처  “회사측 유성기업 노조 설립은 무효”…어용노조 철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