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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줄잇는 노동자 사망 사고, 사업주를 구속하라

줄잇는 노동자 사망 사고, 사업주를 구속하라
[민중의소리]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 최종업데이트 2016-06-02 11:56:41


2016년 6월 1일 하루에 2건의 참사가 이어졌다. 오전 7시 27분쯤 남양주시 진접선 복선전철 제4공구 공사현장에서 가스폭발사고로 노동자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3시간 뒤인 오전 10시 17분쯤 경북 고령군 제지공장에서 탱크청소를 하던 노동자 3명이 황화수소에 질식사하는 참사가 이어졌다.


참사의 원인은 마땅히 해야 할 사업주의 의무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양주 가스폭발사고의 경우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날 사용하고 남은 잔류가스에 의한 폭발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5m 지하작업장에 작업 전 이루어졌어야 할 절차가 무시된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

전날 사용한 산소 또는 LPG가스가 지하작업장에 남아있었으나 매일 작업을 시작하기 전 해당가스 농도측정으로 폭발과 화재를 방지해야하는 사업주 의무(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96조 지하사업장 등)를 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다. 사업주는 가스의 농도를 측정하는 사람을 지명하고 그로 하여금 해당 가스의 농도를 측정하도록 해야 하지만 안전조치를 외면했다.

▲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진접선 지하철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 ⓒ양지웅 기자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현재순 제공

경북 질식사고의 경우 원인은 탱크와 같은 밀폐 공간 작업 시 지켜야 할 사업주 의무사항이 마찬가지로 지켜지지 않은 채 청소작업이 진행된 것이 참사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이 탱크는 물과 약품을 넣어 종이를 분해하는 용도로 찌꺼기 청소를 하러 들어간 3명의 노동자가 황화수소가스에 차례로 질식되었다.

사업주는 작업 시작 전 공기 상태가 적정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측정, 평가(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19조 밀폐 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 수립·시행 등) 후 실시해야 하지만 어떤 절차도 없었다. 마스크도 없이 들어간 노동자는 가스에 질식되었고 먼저 쓰러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연거푸 들어간 2명도 질식되었다.

이후 발생한 2명의 질식사는 제625조(대피용 기구의 비치)를 지켰다면 막을 수 있었다. 사업주는 밀폐공간에서 비상시 필요기구를 갖추어 두어야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노동자를 살릴 수 있었던 생명줄은 없었다.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현재순 제공


반복되는 사고 막으려면, 중대재해 기업처벌 강화법 제정부터 해야

2012년 10월 목포 대불공단 원당중공업 가스폭발사고부터 이번 경북 질식사고까지 일과건강이 성명서를 발표한 9건의 사고의 유형은 모두가 지하 및 밀폐 공간 내 질식, 폭발사고이다.

그런데 이 9건의 사고원인은 판박이처럼 똑같다. 사업주 의무인 작업 시작 전 농도측정과 측정결과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모두 막을 수 있는 재해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사업주가 기업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조금이라도 우선해서 생각하게 할 수 있다면 이러한 전근대적인 사고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한 사업주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처벌강화로 노동자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내 사업장에서 이 정도 안전절차를 준수하게 만들지 못하면 구속이 되고 회사가 망할 수 도 있겠구나’라는 인식이 사업주에게 각인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영국, 호주, 미국 등 선진국들이 산업재해를 기업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고 기업살인법을 제정하여 강력히 처벌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 중대재해 현황.밀폐, 지하작업장 폭발, 질식사고 현황(2012~1016)_일과건강 ⓒ현재순 제공


죽어가는 노동자의 대부분은 하청노동자들이다

남양주 폭발사고는 철도시설관리공단이 발주하고 포스코건설이 시공하고 매일ENC가 하청을 받아 진행한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때문에 피해자는 당연히 하청노동자이다.

4년 동안 같은 유형과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의 사망자는 총 34명, 부상자는 39명에 이른다. 모두 지하, 밀폐 공간 내에서 일어난 사고로 가스누출에 의한 용접폭발이 4건, 질식이 5건이었다. 9건의 폭발, 질식사고 중 하청업체 노동자가 아닌 경우는 이번 경북 질식사고 뿐이었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모으고 있는 서울메트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의 피해자도 하청업체 노동자로서 비극을 맞았다. 위험의 외주화와 다단계 하도급, 최저가 낙찰제로 인해 하청노동자들은 그야말로 목숨 걸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참사를 계기로 하청노동자들이 죽음의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


출처  [현재순 칼럼] 줄잇는 노동자 사망 사고, 사업주를 구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