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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서울메트로 충격적 중간착취

서울메트로 충격적 중간착취
10대 착취해서 떼 먹은 돈은 어디로?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6-04 17:39:24


전동차 정비,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 등의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의 외주화는 지하철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같은 현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신분을 나눠 차별·착취한다는 문제점도 크다.


충격적 중간착취

이번에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서 드러난 중간착취의 실태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외주화가 서울메트로 정규직 인원을 감축하기 위한 방편으로 진행되다 보니, 서울메트로는 용역업체에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도록 강요했다.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은 메트로 재직시 보수의 60~80%를 보장받고 정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5곳의 용역업체로 넘어갔다. 유실물센터 용역업체 파인서브웨이, 구내운전 용역업체 성보세이프티, 전동차 경정비 용역업체 프로종합관리, 모터카 철도장비 용역업체 고암, 스크린 유지보수 청소 용역업체 은성PSD 등.

해당 업체들은 전적자들로 필요 인원을 다 채울 수는 없어서 20~30대의 젊은 노동자들을 자체 채용해 서울메트로에서 위탁받은 각각의 업무를 수행했다.

▲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에서 추모행진을 시작한 시민들이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외주화는 필연적으로 중간착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서울메트로 외주화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예컨대 전동차 경정비는 차량기지에서 서울메트로 정규직-메트로 퇴직자-자체 채용 인원이 함께 정비 업무를 수행한다. 맨 말단에 있는 프로종합관리 자체 채용자의 경우 이중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차별의 내용 또한 심각하다.

이번에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를 하다 숨진 김 군의 경우 세금을 제하고 받은 월급이 144만원이었다. 그런데 서울메트로의 'PSD 유지관리 산출내역서'를 보면, 은성PSD 자체 채용자의 1인당 월평균 노무비는 244만원으로 설계돼 있다. 서울메트로에서 설계한 금액보다 100만원 가량 덜 받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서울메트로에서 퇴직하고 옮겨온 전적자들의 경우 'PSD유지관리 산출내역서'상 1인당 노무비가 월 434만원으로 설계돼 있다. 전적자들은 실제 월 4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았다. 용역업체 자체 채용 직원들에 따르면, 용역업체들이 낙찰을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적자를 확보하는 게 유리했기 때문에, 전적자들에게 설계비용 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했다는 곳도 있다. 이 비용은 용역업체의 이윤을 줄이지 않는 한, 자체 채용 직원들의 임금을 낮춰서 마련할 수밖에 없다.

복리후생비에서도 차별을 했는데, 자체 채용자들에겐 지급하지 않은 선택적복지비, 교통보조비 등을 전적자들에겐 지급했다. 용역업체 프로종합관리 소속으로 전동차 경정비 업무를 하는 유성권 서울지하철 비정규직지부장은 "자체 채용자들에겐 복지가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알바노조 등 여러 시민단체로 이뤄진 서울시 지하철 하청노동자 사망 재해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참가자들이 2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하청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책임자를 처벌과 상시적인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 등 재발방지 촉구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중간착취 근절하고 안전 업무 직영으로"

은성PSD에는 김 군과 같이 저임금을 받으며 중간착취를 당한 10~20대 노동자가 많았다. 서울시의회 이정훈 의원이 서울메트로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 현재 총원 143명 중 10대 22명(15%), 20대 17명(12%), 30대 21명(15%), 40대 10명(7%), 50대 26명(18%), 60대 47명(33%) 등이다.

용역비용에는 관리비, 이윤 등도 포함돼 있다. 결국, 용역업체 자체 채용자들에게 강도 높은 노동을 시키면서도 저임금으로 착취해, 서울메트로 전적자 임금 보전 내지는 업체의 이윤으로 더 가져갔다는 것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 그리고 서울메트로는 먹이사슬의 정점에서 단물을 빼 먹은 것이고, 서울시는 외주화로 중간착취 및 안전 부실의 토대를 계속 유지해왔던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구의역 사고 후 서울시의 외주화 등 간접고용 실태를 전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동차 경정비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묶어 자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에는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서울시-자회사 구조에서는 중간착취가 근본적으로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핵심 안전 업무는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메트로 구의역 참사가 대대적으로 이슈가 되는 이유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중간착취를 당하면서 위험까지도 외주화 되는 외주하청 노동자들의 삶에 많은 국민들이 공분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생명과 안전 영역의 업무는 더 이상 외주화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라며 "생명과 안전 업무는 외주화되지 않고 원청의 책임 아래 직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서울메트로 충격적 중간착취...10대 착취해서 떼 먹은 돈은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