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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서울대병원장에 전화한 경찰, 현재 청와대 근무"

"서울대병원장에 전화한 경찰, 현재 청와대 근무"
정용근 혜화경찰서장 올해 1월 청와대로 자리 옮겨
백남기 투쟁본부 "외압 자백한 것"

[오마이뉴스] 글: 선대식, 사진: 권우성, 편집: 손지은 | 16.10.04 17:02 | 최종 업데이트 16.10.04 18:57


백남기 투쟁본부 '부검 반대' '사망진단서 정정요구' 4일 오후 故 백남기 농민 빈소가 차려진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백남기투쟁본부와 유가족대리인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반대 의사를 재차 밝히고, 사망진단서 정정 및 서울대병원장 면담을 요구했다. ⓒ 권우성

지난해 11월 14일 농민 백남기씨가 쓰러졌을 때, 서울지방경찰청장 지시로 혜화경찰서장서울대병원장에게 연락해 백선하 신경외과장으로 하여금 수술을 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혜화경찰서장은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는 백남기씨 유가족이 지난 3월 대한민국과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이후, 경찰이 5월 재판부에 낸 답변서 내용이다. 백남기 투쟁본부 박석운 공동대표는 4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이 내용을 전하면서 "(외압을) 자백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장→혜화경찰서장→서울대병원장→백선하 과장

경찰은 이 의견서에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백남기의 부상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당시 이 사건 대회 관련 지역 책임을 맡고 있던 (정용근) 혜화경찰서 경찰서장의 근무를 종료시키고 곧바로 원고 백남기가 후송된 서울대병원으로 보내어 원고 백남기 치료를 위해 다하게끔 조치하였다'라고 밝혔다.

또한 '혜화경찰서장은 당시 주말 야간이어서 응급실에 인턴밖에 없던 상황에서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에게 긴급히 협조 요청하여 서울대 병원 신경외과 최고 전문의인 백선하가 급히 서울대병원으로 와서 백남기의 진료 및 수술집도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였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의료와 관련해 비전문가인 경찰이 직접 백씨에 대한 의료행위에 개입한 배경을 두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박석운 대표는 "백남기씨가 서울대병원에 도착했을 때, 응급의학과·신경외과 교수들 모두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백남기씨가 병원에 온 지 3시간 지난 뒤 등산복을 입고 나타난 백선하 과장이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지난달 25일 백남기씨가 숨을 거뒀을 때, 백선하 과장은 백씨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면서 지침을 어기고 사인을 '병사'로 적었다.

박석운 대표는 "경찰은 백남기씨가 쓰러졌을 때 최선의 구호조치를 했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재판부에 문서를 냈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진상이 숨겨져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외압의) 핵심선은 서울지방경찰청장→혜화경찰서장→서울대병원장→백선하 과장이다. (경찰은) 외압의 실체에 대해 자백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근 당시 혜화경찰서장은 지난 1월부터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다.

조영선 변호사는 "그 당시 병원에서 혜화경찰서장이 (서울대병원장과 한 전화통화를 통해 백 과장으로 하여금) 무엇을 진료하게 했는지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외압) 의혹을 풀 수 있는 첫 번째 단추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가족 "부검영장 공개 요구, 사망진단서 정정 요청"

서울대병원장 면담하러 출발하는 백남기 유가족 4일 오후 故 백남기 농민 빈소가 차려진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백남기투쟁본부와 유가족대리인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반대 의사를 재차 밝히고, 사망진단서 정정 및 서울대병원장 면담을 요구했다. 故 백남기 농민 부인과 변호사가 서울대병원장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장례식장을 출발해 병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 권우성

백남기 투쟁본부 '부검 반대' '사망진단서 정정요구' 4일 오후 故 백남기 농민 빈소가 차려진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백남기투쟁본부와 유가족대리인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반대 의사를 재차 밝히고, 사망진단서 정정 및 서울대병원장 면담을 요구했다. 유족 대리인 조영선 변호사가 서울대병원이 발급한 사망진단서 사본을 보여주고 있다. ⓒ 권우성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가족과 변호인단은 검찰과 경찰에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의 공개를 요구하면서 "부검을 전제로 한 협상에는 응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앞서 종로경찰서는 지난 29일 유가족과 투쟁본부에 "부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자 하니, 대표를 선정해 협의 일시·장소를 10월 4일까지 경찰에 통보 해달라"고 전한 바 있다.

유족의 법률대리인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는 "부검영장의 공개가 조건부 영장의 유·무효 논란을 종식시키고, 유족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취지의 법원 결정을 부검영장 집행 기관이 존중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유가족은 또한 서울대병원 쪽에 사망진단서 정정을 요청했다. 고인의 아내 박순례씨는 이은정 서울대병원 행정처장을 만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보내는 사망진단서 정정 요청서를 전달했다.

박씨는 이은정 처장에게 "(요청서를) 꼭 전달해 달라. (외인사라는 게) 너무나도 명백한 일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인데, ('병사'라고 적힌 남편의 사망진단서 때문에) 선후배와 동문들이 얼마나 기가 막히겠나. 시골 노인네라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출처  "서울대병원장에 전화한 경찰, 현재 청와대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