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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녹취록: 드러난 ‘범죄은폐’ 작전

최순실 녹취록: 드러난 ‘범죄은폐’ 작전
[박근혜게이트 청문회] 최순실, ‘휴대폰 제출’·‘정현식 폭로’·‘안종범 교체’에 당황하기도
[민중의소리] 신종훈 기자 | 발행 : 2016-12-15 19:50:30 | 수정 : 2016-12-15 19:50:30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녹취록을 공개하며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전 검찰조사와 국정조사에 대비해,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말맞추기', '사전지침'에 적극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게이트'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서 최 씨가 '범죄은폐'를 위해 적극 개입해온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최 씨 통화 녹취록은 총 3개다. 최 씨의 통화 상대는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라고 박 의원이 밝혔다.

노승일 전 부장은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 고영태 더블루K 전 이사 등과 함께 최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K스포츠재단의 직원이지만 미르재단과 더블루K를 수시로 오가며 최 씨를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물' 휴대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최순실

최순실 : 걔는 쓸데없는 얘기 뭐하러 해 그거. 그 폰을 그래서 냈대요?

노승일 : 예?

최순실 : 그 폰을 냈대 그래서?

노승일 : 그 폰, 예. 모르겠습니다. 그 폰을 제출했는지 어쨌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최순실 : 큰일났네 뭐라고 얘기해야돼..

노승일 : 예

최 씨는 자신의 심복인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검찰에 증거자료로 휴대폰을 제출했는지 여부에 대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최 씨가 핸드폰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헌영 전 과장은 "저게(녹취에서) 아마 제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며 "제가 기본적으로 쓰고 있는 제 휴대폰이 한 대가 있고, 최 씨와 고영태 씨의 요청으로 휴대폰 3대를 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대폰의 용도에 대해 최 씨와 통화하는 데에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정현식 폭로'에 당황한 최순실 "왜 못 막았어?"

이에 앞서 최 씨가 노승일 부장에게 전화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폭로를 왜 막지 못했냐'고 추궁하는 내용의 녹취록도 공개됐다.

정 전 총장은 K스포츠 재단의 모금 과정에서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 비서관과 최 씨의 지시를 받아 자신이 SK그룹에 80억원을 요구했다고 언론에 폭로한 인물이다.

최순실 : 사무총장이 뭐라고 얘기했다는 거야. 그럼 내가 SK를 들어가라고 했다고?

노승일 : 네, 회장님이 지시를 했고 최순실 씨가 지시를 했고 박헌영 과장이 기획서를 만들고. 박헌영 과장하고 본인하고 그 기업을 방문했고 안종범 수석이 또 확인 전화가 왔다, 잘 됐냐고. 이거를 다 얘기한 겁니다 벌써.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최순실 : 그럼 어떻게 해요. 국가 그걸로 가겠네?

최 씨의 지시를 받은 정 전 총장이 박헌영 전 과장과 함께 SK를 찾아갔고, 안 전 수석으로부터 이를 확인하는 전화가 왔다고 폭로했다는 사실을 노 전 부장이 보고하는 내용이다. 이에 최 씨는 왜 정 전 총장의 폭로를 막지 못했냐고 추궁한다.

최순실 : 왜 정현식 총장이 얘기한 거를 못 막았어?

노승일 : 아니 저기 정동춘 이사장님하고 김필승 이사님도 막으려고 했는데 본인이 너무 완고해 가지고.

최순실 : 우리는 뭐 SK에서 지시받고 그런 적이 없고 한 번 부탁을 해보라고 그래서. SK가 어떻게 이야기 했다고?

노승일 : 정현식 사무총장이 그렇게 얘기한 거죠. 아까 전에 말씀드렸듯이.

최순실 : 뭐라고.

특히 최 씨는 안 전 수석이 교체됐다는 얘기를 듣자 "교체?"라고 되물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순실 : 그거를 얘기를 좀 짜보고. 그리고 그쪽에서 안 수석하고 얘기를 했다는데 그게 뭐 말이 되느냐. 그리고 그 사람이 무슨 감정으로 얘기를 했는지. 안(종범)은 지금 뭐라 그런대요?

노승일 : 안 수석은 지금 어저께 기사로는 교체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그 뭐야 지금 청와대….

최순실 : 교체?

박영선 의원은 녹취록의 내용을 들어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향해 "뭔가를 감추려고 했다"고 추궁했다. 이에 정 전 이사장은 부인하며 "제가 막으려고 했다는 것은 본인(노 전 부장)의 주관적 판단"이라고 항변했다.


"이성한이 돈 요구한 걸로 몰아야", "분리 안 시키면 다 죽어"

아울러 전날 진행된 '박근혜 게이트' 국정조사 3차 청문회에서는 최 씨가 노 전 부장에게 검찰조사에 대비한 지침을 내리며 '말맞추기'를 시도한 결정적인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처음 공개됐다.

(고영태에게) 나랑 어떻게 알았냐고 그러면 가방관계 납품했다고 그러지 말고 옛날에 지인 통해서 알았는데 그 가방은 발레밀로(빌로밀로)인가 그걸 통해서 알았고 그냥 체육에 관심 있어서 그 지인이 알아서 연결을 해줘서 내가 많은 도움을….

사실 고원기획이고 뭐고 이렇게…. 저기 고원기획은 얘기하지 말고 다른 걸 좀 해 가지고 하려다가 도움…. 이렇게 나가야 될 거 같아.

참고로 '고원기획'은 지난 2014년 최 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고영태 씨가 광고감독 차은택 씨를 최순실 씨에게 소개한 뒤 함께 만든 유령업체로 알려져 있다. 회사명은 고영태 씨의 '고'와 최순실 씨의 개명 이름 최서원의 '원'을 합쳐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내려앉힐려고 보니 지금 큰일났네. 그러니까 고(영태)한테 정신 바짝차리고, 걔네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되고,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 분리를 안 시키면 다 죽어.

박 의원은 실제로 통화 이후 시점에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돈을 요구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최순실의 빈자리에 이름팻말만 놓여 있다. ⓒ양지웅 기자


출처  최순실 녹취록: 드러난 ‘범죄은폐’ 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