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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에 설 앞두고 대규모 ‘문자 해고’ 날벼락

엄동설한에 설 앞두고 대규모 ‘문자 해고’ 날벼락
[민중의소리] 정혜규 기자 | 발행 : 2017-01-25 11:38:33 | 수정 : 2017-01-25 19:52:24


▲ 동광기연에서 노동자들에게 보낸 해고 통보 문자 메시지. ⓒ민중의소리


자동차 '도어트림'을 생산해 한국지엠에 납품하는 동광기연이 설 연휴를 앞두고 노동자들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노동자들은 갑작스럽게 날아온 문자 하나에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처지가 됐다.

25일 금속노조 인천지부 동광기연지회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23일 (주)크레아에 기계설비를 매각하고 공장을 폐업한다고 문자로 해고 통보를 했다. 노조에 소속된 노동자는 62명인데, 연락처가 바뀐 8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이날 새벽 6시께 회사에 출근하자, 사측은 정문을 차로 봉쇄하고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저지했다. 조합원들은 "20년, 30년 이상 청춘을 바쳐 일했는데, 이 엄동설한에 설 명절을 코앞에 두고 헌신짝 버리듯 내쫓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사측은 봉쇄를 풀지 않았다고 한다.

동광기연은 지난 2014년 인천 남동공단 내 공장용지 1,000여 평을 매각하겠다며 회사를 익산공장으로 이전했다가 1년 뒤 원래 부지로 임대해 들어왔는데, 노조는 이때부터 사측이 치밀하게 폐업과 매각을 준비했다고 보고 있다.

노조 측은 "동광기연은 동광그룹과 순환 출자한 계열사 성격의 회사인데, 작년에 부동산업만 남기고 신설 법인으로 변경했다"며 "미리 짜놓고 매각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광기연은 지난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현재는 안산 지역으로 이전한 상태다.

▲ 동광기연은 차량으로 공장 정문을 봉쇄한 채 노동자들의 출근을 저지했다. ⓒ민중의소리


노동자들은 "회사가 매각할 때 노동자와 협의를 하겠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매각과 해고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에 따르면 공장을 이전하거나 매각할 때 노조에 사전 통보·협의하는 절차를 거치고 조합원 고용보장에 대해 합의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사측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지난해 사측이 경영설명회 자리에서 매각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노조에 공식적으로 협의를 요청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동광그룹의 모태이기도 한 동광기연은 1966년 설립한 회사로 2000년대 중반 매출액 1천억 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측은 최근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조에 자구안을 제시했는데, 노조가 수용하지 않아 폐업과 매각 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오제원 동광기연지회 사무장은 "사측에선 월평균 4억 손해를 2억으로 줄일 자구책으로 임금 10%·상여금 50% 삭감, 건강검진 등 복지혜택 축소 등을 제시했는데, 고용 보장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사무장은 "지난해 매각 얘기가 나왔을 때 회사가 2억 손해를 줄이면 매각을 안하겠다고 했고, 이후 노동자 18명이 퇴사해 손해분이 자연스럽게 줄었다"며 "지난주 회사와 면담을 할 때까지만 해도 사측은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하루아침에 매각·해고 통보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조에서는 사측에 단협을 지키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오히려 "단체협약 위반한 것을 안다. 고소하려면 하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노조는 법원에 공장 내 설비 이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오 사무장은 "회사가 단협을 위반했기 때문에 매각은 무효"라며 "고소·고발 등 회사의 일방적인 매각과 해고를 막기 위한 싸움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특히 사측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동광그룹은 국내외 계열사만 10여 개에 달하는데, 그룹 회장이 자녀들에게 승계를 시키기 위해 작은 기업을 만들고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전형적인 재벌 행태의 그룹"이라며 "동광기연은 용지를 매각한 대금 330억 원으로 계열사 주식을 높은 가격에 매입했는데, 적정 거래를 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고의로 회사 경영을 악화시킨 부분이 있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동광기연 노동자들은 현재 회사에 모여 사측의 설비 반출을 차단하고 있으며, 설 연휴에도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출처  엄동설한에 설 앞두고 대규모 ‘문자 해고’ 날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