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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퇴직금 청구하자 ‘4대 보험금 징수’로 괴롭히는 사용자

퇴직금 청구하자 ‘4대 보험금 징수’로 괴롭히는 사용자
불순한 사용자의 ‘4대 보험’ 부당이득 논리
[민중의소리]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 | 발행 : 2019-02-04 10:42:45 | 수정 : 2019-02-04 10:42:45


노동부에 퇴직금 등 지급을 청구하며 진정을 하거나 고소를 하여 대리인으로 출석하면 상대편 대리인으로부터 단골로 들을 수 있었던 말이 있다. “퇴직금 등 못 받은 임금을 청구하면 우리는 여태껏 가입하지 않았던 4대 보험 등을 소급하여 가입하고 노동자 납부 부분을 한 번에 징수하겠다”라는 것이다. 그때 필자는 항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퇴직금을 안 준 것은 근로기준법 등이 정한 형사벌 대상이니 우리는 사용자를 형사벌에 처분하도록 할테니 그런 거 있으시면 소송을 하시면 됩니다’라고 말이다.

이러한 레퍼토리는 최근 법률대리인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사용자에게 이러한 형태의 자문을 상당히 많이 하였고 사용자들은 노동자에게 대놓고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말이다. “너 한 3년 일했나? 만약 퇴직금 달라고 하면 3년 동안 내지 않은 근로소득세며 4대 보험료를 다 받아 낼 거니까 그런 생각 말아!” 실제 필자 노무법인에는 이러한 협박을 당했는데 정말 퇴직금을 받을 수 없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 법원은 최근 노동자가 퇴직금 등을 청구하자 4대보험 등 노동자 부담 부분의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한 사용자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진 제공 = 뉴시스

우선 사용자가 펼치는 4대 보험 등 부당이득 반환에 관한 논리는 우리의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불순하다. 노동자에게 법상 보장된 권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부당이득 반환과 관련한 주장이 펼쳐지고 있는 것인데, 각종 4대 보험 및 세금 관련 공제의무자는 본래 사용자이고 이런 법상 의무를 면탈하다가 노동자가 임금 등을 청구할 때 비로소 권리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최근 법원은 노동자가 퇴직금 등을 청구하자 사용자가 4대 보험 등 각종 노동자 부담부분의 부당이득 반환청구에 대하여 1심, 2심 모두 사용자 원고 패소 판결하였다. (서울중앙지법 2018나38958) 법상 이론을 떠나 우리 일반적 사회상규상 당연한 결론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근로기준법 제17조를 위반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4대 보험 등 각종 세금 공제의무를 면탈한 사용자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인용한다면 어떤 사용자가 앞으로 4대 보험을 가입하고 근로계약을 작성할 것인가?

법원이 밝히고 있는 사용자의 청구가 부당한 이유는 이러하다. ▲ 첫째, 사용자는 노동자의 요구에 따라 4대 보험 등을 가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근로계약을 전혀 작성하지 않았다) ▲ 둘째, 사용자는 퇴직금 등 관련 법적 다툼이 시작하자 원천징수의무 위반 등으로 부담하게 될 수도 있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임의로 4대 보험료를 지급하였다고 보일 뿐이다. ▲ 셋째, 노동자는 본래 4대 보험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시급으로 급여를 받았고 적어도 4대 보험료 등을 노동자에게 부담시키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 묵시적 합의가 존재한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노동자가 퇴직 후 사용자가 4대 보험료를 납부하고 노동자 부담부분이 발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노동자의 부당이득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법원의 이와 같은 판결은 지극히 타당하며 오히려 사용자가 이미 노동자의 세전 급여에서 각종 세액을 공제하고도 이를 국세청에 납부하지 않거나 건강보험공단 등 4대 보험 기관에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즉 사용자야말로 추가적인 임금체불 상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는 4대 보험 등 각종 세액 문제로 권리행사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사실 위와 같은 사례는 현실에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사례이다. 이유인즉,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공제의무를 다하여 각 기관에 모든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더욱이 장기간 근로소득세 등을 전혀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가산세 등도 상당하다. (실제 위 법원 사례에서 사용자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주장을 하지 못한 이유는 가산세 등 세무조사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서이다.) 때문에 현실에서 사용자가 이러한 소송을 해올 가능성이 낮은 만큼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시길 권한다. 위 법원의 판단처럼 설사 사용자가 비용을 부담하고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한다고 하여도 이는 부당이득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역시 노동자에게 유리한 사정이다.


출처  [김승현의 첫 번째 시선] 퇴직금 청구하자 ‘4대 보험금 징수’로 괴롭히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