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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앞 래커칠에 5천만원 배상?…아사히글라스 ‘노조탄압’ 논란

공장 앞 래커칠에 5천만원 배상?…아사히글라스 ‘노조탄압’ 논란
‘전범기업’ 미쓰비시그룹 계열사 아사히글라스 한국 지사
래커칠 이유로 해고 노동자에 손해배상 소송…노동계 “노조 탄압”
아사히글라스, 2017년 고용노동부 ‘직접고용’ 명령 이행 안 해

[한겨레] 오연서 기자 | 등록 : 2019-08-20 15:54 | 수정 : 2019-08-20 20:48


▲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 차헌호씨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터 앞에서 열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회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항의서한을 일본대사관에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에 저지당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일본 기업인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 AGC화인테크노 구미 공장에서 2009년부터 비정규직으로 일해온 차헌호(45)씨는 2015년 6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아사히글라스의 불법 파견 등에 항의하며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였다. 아사히글라스는 휴대전화와 TV 액정용 유리 기판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당시 회사는 차씨 등 비정규직 노동자 178명에게 문자메시지 한통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회사 쪽이 차씨 등이 소속된 사내하청업체 지티에스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4년 2개월이 지나면서, 차씨 등 조합원 23명만 남아 길거리에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 1일 차씨 등 해고 노동자 4명에게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배상액은 5200만원이다. 지난 6월 19일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4주년을 맞아 구미 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면서 정문 앞 바닥에 래커로 ‘노동조합 인정하라’, ‘우리가 이긴다’ 등의 글씨를 썼다는 게 이유였다.

회사는 이 글씨를 지우기 위해 지난달 공장 진입로 재포장 보수 공사를 하느라 재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아스팔트 콘크리트 재포장 비용 4500여만원, 보도 표면부 래커제거작업 300여만원 등이다.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잡고)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등은 2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사히글라스의 손해배상 청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는 “대표적인 일본 자본인 아사히글라스는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그룹 계열사이기도 하다. 이런 기업이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헌법을 대놓고 부정하는데도 지난 4년 동안 노동자들만 외롭게 싸워왔다”고 밝혔다.

아사히글라스는 앞서 2017년 고용노동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법 파견으로 규정하고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하면서 17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회사 쪽은 시정명령을 2년 가까이 이행하지 않고 있다.

▲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 에이지씨(AGC)화인테크노 구미 공장 정문 앞에 칠해진 글씨. 사진 차헌호씨 제공.

노동계는 래커칠에 대한 회사의 소송 제기 역시 ‘전형적인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장석우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노조 조합원들은 적법하게 집회를 열고,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했다”며 “회사는 노동자로부터 손해를 보상받으려는 게 아니라 ‘이들을 괴롭히겠다’, ‘몇년 동안 재판에 나오게 함으로써 마음에 고통을 주겠다’는 목적으로 그야말로 보복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기창 금속노조 부위원장도 “집회 이후 노동자들이 래커칠을 지우기 위해 전문 기업에 견적서를 의뢰했더니 비싼 약품으로 도로가 오염되지 않도록 철거 작업을 하는 데 모두 780만원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런데도 회사는 견적서를 무시하고 도로를 뒤집어엎어서 작업을 새로 했다”고 주장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아사히글라스가 정부로부터 특혜만 받아 챙긴 뒤 고용노동부 명령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씨는 “아사히글라스가 국내로 들어올 때 정부가 토지 12만평을 무상 임대해주고, 5년 동안 국세 면제, 15년 동안 지방세 감면 등의 특혜를 줬다. 그런데 회사는 불법 파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 평균 1조원의 연 매출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아사히글라스는 2004년 구미 외국인 기업전용단지에 50년 동안 토지를 무상으로 받았다.

아사히글라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는) 도로를 빠르게 원상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전문업체에 의뢰해 확인한 결과, 래커칠은 약품으로 지워서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불가피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명령은 존중하지만 우리는 적법한 도급계약에 따른 고용이라고 생각해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토지 무상임대는) 아사히글라스만 특혜를 받은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공장 앞 래커칠에 5천만원 배상?…아사히글라스 ‘노조탄압’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