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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처럼 ‘한 달 입원’ 교정시설 수용자, 5년간 28명뿐

박근혜처럼 ‘한 달 입원’ 교정시설 수용자, 5년간 28명뿐
2014~2019년 8월 외부병원 입원한
1만588명 중 한달 이상은 28명뿐
2014년 이후 3개월 이상 입원 ‘0명’
가난한 수용자 시설안팎 치료 어려워
“교정시설 의료체계 강화 개선 필요”

[한겨레] 박현정 기자 | 등록 : 2019-10-20 20:30 | 수정 : 2019-10-20 20:50


▲ 지난 9월 16일 유신폐계 박근혜가 법무부 호송차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가 어깨수술을 위해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언제 퇴원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서울성모병원은 박근혜 수술 직후 브리핑을 열어 “회전근 인대 파열에 동결견(오십견)까지 진행되는 등 증상으로 3개월가량 재활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처럼 교도소·구치소 수용자가 외부병원에 한 달 이상 입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성호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20일 <한겨레>가 확인해 보니,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전국 52개 교도소·구치소 수용자 가운데 박근혜처럼 외부병원에서 1개월 이상 입원한 이는 28명뿐이었다. 박근혜가 다른 수용자에 견줘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열악한 교정시설 의료 체계로 인해 발생하는 ‘수용자 건강 불평등’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자료를 살펴보면, 2014년~2019년 8월 수용자 가운데 외부병원 입원자는 1만588명이었고, 이 가운데 1달 이상 입원한 경우는 28명(0.26%)에 머물렀다. 서울성모병원은 박근혜에 대해 ‘3개월 입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2014년 이후 외부병원에서 석 달 이상 입원한 수용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외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수용자 10명 가운데 9명(88%)은 10일 이내에 퇴원했다. 입원 기간이 1~5일인 경우가 6945명(66%)으로 가장 많았으며, 6~10일(23%)이 그 뒤를 이었다.


교정시설 수용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시설 밖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것일까? 수용자들은 시설 내부에 의무과에서 진료를 받고 병사동으로 불리는 공간에 수용되거나, 시설 밖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올해 8월 기준 전국 52개 교정시설 내 의사·간호사·의료기사 등 의료인력은 384명에 불과하다. 수용자들이 시설 내 의무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조차 녹록치 않은 형편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부 병원에서 치료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을 보면, 시설 소장은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시설 밖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공개한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를 보면, 몸이 아파 급히 시설 내 의무과에 가고 싶었던 경험이 있는 수용자(606명)의 37.4%(227명)가 ‘의무과 방문이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시설 밖 병원 진료를 원했으나 신청조차 못한 수용자는 응답자(866명)의 23.6%(204명)이었다. 외부병원 진료를 신청하지 못한 이유는 ‘대기자가 많아서’, ‘영치금이 부족해서’, ‘질병이 경증이라’, ‘교도관 인력 부족’ 등이었다. 응답자 823명 가운데 17%에 이르는 140명은 외부병원 진료 요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교정시설 수용자가 외부병원에서 머물 경우 보통 주간 3명, 야간 5명의 교도관이 투입된다. 정성호 의원실에 따르면, 박근혜 입원실을 지키는 서울구치소 보안과 소속 교도관은 주간 3명, 야간 6명이다. 서울구치소의 경우 교도관 350명가량이 야간(4교대) 및 주간 근무를 위해 60~70명씩 5개팀으로 나누어 일하는데, 외부병원 입원 환자가 한꺼번에 2명 이상이거나 입원이 장기간 지속될 땐 교대조 편성이 흐트러지는 등 인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병원 치료가 쉽지 않고, 입원 기간도 짧은 배경엔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는 셈이다.

외부병원 진료·입원 치료에 드는 본인부담금은 대부분 수용자가 부담한다. 형집행법 38조(자비치료)를 보면, 교정시설 소장은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 의사에게 치료받길 원하면 시설에서 근무하는 의사 의견을 고려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재소자는 이러한 법 조항을 이용하기 어렵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 활동가는 “원칙적으로 교도소·구치소 내부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인력과 장비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행법상 돈이 많은 재소자일수록 시설 밖 치료 기회를 얻기가 더 쉬운 편이다. 건강 상태가 나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는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며 “검증 강화를 전제로 형 집행정지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성호 의원도 “교정시설 수용자 중 노령 환자와 정신장애인이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해, 의료서비스 접근권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단독] 박근혜처럼 ‘한 달 입원’ 교정시설 수용자, 5년간 28명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