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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내몰리는 민간위탁 노동자, ‘노동부 가이드라인’의 빈틈

거리로 내몰리는 민간위탁 노동자, ‘노동부 가이드라인’의 빈틈
민간→공공 바뀌자 해고..‘고용승계’ VS. ‘공정채용’ 딜레마
[민중의소리] 김백겸 기자 | 발행 : 2020-02-02 15:35:38 | 수정 : 2020-02-02 15:35:38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경기지역지부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분회는 20일 경기도청 앞에서 ‘완전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무기한 24시간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2020.01.20 ⓒ뉴시스

노동부가 공공부문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민간위탁 노동자들은 여전히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경기도는 민간에 위탁한 ‘따복공동체지원센터’에서 사회적경제지원 분야 업무를 하던 직원 29명에 대해 지난해 12월 말로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위탁업무를 맡던 수탁기관이 민간에서 공공기관으로 바뀌면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따복공동체지원센터’가 맡고 있던 사회적경제지원 업무와 마을공동체지원 업무를 둘로 나눠 각각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마을공동체지원 센터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다른 민간법인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경기도가 출현한 기관인 ‘경기도 일자리재단’에 위탁됐다.

다른 민간기관으로 위탁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우선 채용’ 절차를 밟았으나, 공공기관으로 위탁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기존 노동자 29명에 대한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다.

경기도 측은 수탁기관이 공공기관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공공기관 채용 원칙에 따라 공채 과정을 통해서만 채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채용기관이 공공기관이라서 공채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어서 채용보장을 할 수는 없다”면서 “공공기관 채용문제가 작년까지만 해도 사회적 이슈였지 않느냐. 어떤 경우도 채용담보는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새로운 수탁기관인 일자리재단은 1년 8개월 동안 일할 계약직 공채를 이달 말 공고한 상태다. 경기도는 내년 말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최종적으로 ‘사회적경제원’으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다.

채용 공고에는 우대사항에 ‘중간지원 조직 근무 경력’이 포함했지만, 다른 모든 지원자에게도 적용되는 사항일 뿐이다.

손석환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노조 분회장은 “여기서 일한 경력을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공고문 뜬 건 그런 내용은 없다”면서 “공채 절차는 정규직과 같아서 여기서 5년간 일한 직원들은 경력을 인정 받을만한 특별한 게 없는 상태로 공채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례는 광주에서도 발생했다. 노동부로부터 광주근로자건강센터를 그동안 위탁받아 운영하던 조선대병원 산학협력단이 ‘위탁 포기’를 결정하면서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위탁계약이 종료됐다.

이에 올해부터는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이 새롭게 위탁을 받아 운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8년 동안 건강센터에서 근무한 8명의 노동자들은 고용승계 대신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채용은 공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계약이 해지된 8명의 노동자들은 강력한 항의에도 노동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자 2월 중 있을 채용 공고를 기다리고 있다.

박인숙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 대행은 “(순천병원 측에서는)근무환경은 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맞게 계약한다고 했는데 100% 고용승계는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최대한 모두 고용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광주근로자건강센터노조. ⓒ민중의소리


정작 핵심은 놓친 공공부문 정규직 3단계 ‘가이드라인’

민간위탁 노동자들은 위탁계약 기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간이 정해진 정규직’이다. 이 때문에 위탁계약이 종료되거나 수탁기관이 변경될 때마다 민간위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에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5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 중 3단계 민간위탁 정규직화를 위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수탁업체가 변경될 경우에도 고용승계와 노동조건 역행 방지를 약속하는 확약서를 받는 것 등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위의 사례와 같이 수탁기관이 민간에서 공공으로 변경될 경우에 대해서는 어떠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노동부는 ‘공공부문 공정 채용’의 원칙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들도 채용 비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고려를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공정 채용’이라는 원칙과 ‘고용안정’ 사이에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불가’라는 빈틈이 생긴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되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에서 ‘공채를 통한 전환’ 방법에 대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문제와 맞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3단계 정규직화’를 진행하면서도 정작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은 셈이다.

노동부도 이에 대한 보완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그런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가이드라인에 대한 해석이라든지 보완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자료사진) ⓒ사진 = 뉴시스


‘민간→민간’ 수탁기관 변경도 전원 고용승계 안 돼

민간에서 민간으로 수탁기관이 변경될 경우에도 고용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경우는 민간에서 민간으로 수탁기관이 변경됐다. 기존 민간위탁 노동자들에 대해 우선채용 절차가 진행됐지만 모두 고용승계가 된 건 아니었다.

‘따복 센터’에서 마을공동체지원 분야에서 일하던 기존 노동자 19명 중 18명이 우선채용 과정을 밟았으나 재계약이 된 것은 15명 뿐이었다.

재계약이 안된 3명 중 2명은 면접 뒤 불합격 통지를 받았고, 1명은 면접장에서 면접조차 거부당했다. 이에 동료 직원들은 근로 계약 체결을 거부하고 경기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며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운수노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마을공동체 지원 업무를 하던 15명만 면접에서 합격됐고 나머지는 총무와 기획, 홍보 쪽에서 일하던 분들”이라며 “지난해에 교섭할 때는 걱정말라고 하더니 했는데 선별채용으로 가면서 문제 된 것”이라고 성명했다.

이어 “노동부 가이드 라인으로도 민간위탁기관이 바뀔 때 고용승계를 하라고 하는데 수탁 법인이 전원고용하지 않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수탁 법인은 나머지 3명에 대한 재계약 대신 1개월 기간직을 제안한 상태다. 1개월의 이직 기한을 주겠다는 취지다.

위탁을 준 경기도는 위탁계약 당시 ‘우선채용’ 항목을 넣었지만 인사 자체에 개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공모부터 협약할 때 ‘우선채용’ 내용을 넣었지만 100% 고용승계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업무의 연속성·전문성 등을 고려해서 수탁기관에서 채용할 때 얼마나 재계약할지는 수탁기관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의 취지는 전원 고용승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전문관리자 등 수탁 법인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든지 특별한 사유가 아니라면 가급적 100% 고용승계가 가이드라인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출처  거리로 내몰리는 민간위탁 노동자, ‘노동부 가이드라인’의 빈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