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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가 된 요금수납원들의 도로공사 농성 해단식

‘투사’가 된 요금수납원들의 도로공사 농성 해단식
해고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 “조건 없는 직접고용 이행하라”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20-01-31 17:24:31 | 수정 : 2020-01-31 17:24:31


▲ 31일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을 해산하면서 마지막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모습. ⓒ민중의소리

“잘 싸웠다 동지야! 끝까지 함께 가자!”

31일, 145일째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을 벌이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농성을 해제했다.

이날 본사 앞에서 열린 점거농성 해단식에서 해고 요금수납원들은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아직 1500명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해고 요금수납원들은 앞으로의 결의를 담아 이 구호를 외쳤다.

요금수납원들이 외친 구호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145일의 본사 점거 농성에서 함께 의지하며 싸워온 동료들에 대한 위로’와 ‘앞으로도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직접고용을 관철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지난해 1500명의 요금수납원은 자회사 방식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다가 집단해고 상태에 놓였다. 수납원들의 직접고용하라는 요구에, 도로공사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대법원에서 승소한 이들에 대해선 직접고용 하겠다고 하면서도, 똑같은 내용의 재판을 기다리는 나머지 수납원들에 대해선 법원의 판결을 받고 오면 직접고용 해주겠다고 했다. 또 “2015년도 이후 불법파견 요소를 제거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법원에서 따져보지 못했다”며, 2015년 이후 입사자들에 대해서도 별도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이를 ‘갈라치기’라고 불렀다. 대법원 판결을 받은 수납원,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수납원, 2015년 이후 입사한 수납원을 가르는 ‘갈라치기’였다.

하지만 수납원들은 여기에 휘둘리지 않고 도로공사에 맞섰다. 생계 때문에 일부 이탈자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대다수가 “모두가 직접고용 되어야 한다”며, 함께 싸웠다. 도로공사의 제안을 받으면 자기 자신은 직접고용 될 수 있는 조건 속에서도, 직접고용 요구가 가로막힌 나머지 수납원들을 위해 싸웠다. 캐노피에 올라 비바람을 맞아가며 고공농성을 벌였고, 공권력의 강제진압에 맞서기 위해 윗옷을 벗어던져가며 저항했다.

결국, 도로공사는 지난 17일 “해고 요금수납원 전원을 일단 직접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번에도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선 ‘해제조건부’를 달았다. 2015년 이후 불법파견 요소를 제거한 점이 법원에서 인정되면 고용계약 효력이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이날 농성 해단식에서 수납원들이 “끝까지 함께 가자”고 외친 이유다.

▲ 31일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 해단식 이후, 농성장을 떠나는 요금수납원들 뒷모습. ⓒ민중의소리

▲ 31일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점거농성 해단식엔 성주 소성리에서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소성리 주민들도 왔다. ⓒ민중의소리


시원섭섭

이날 145일의 본사 점거농성 해단식에서 만난 수납원들에게 심경을 묻자, 모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 그러다 꺼낸 대답은 “시원섭섭하다”였다.

도로공사가 일단 전원 직접고용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15년 이후 입사자 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도로공사가 농성에 참여한 수납원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문제도 풀리지 않았다.

지난한 농성을 마무리 지어서 기쁘면서도, 문제가 깨끗하게 풀리지 않은 채 떠나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해단식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버티다가 가고 싶은가, 아니면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은가’ 묻는 집회 사회자의 질문에, 수납원들은 “둘 다”라고 답했다.

해고 요금수납원 이원정 씨는 “(농성을 마무리 지어서) 기쁘면서도,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게 없어서 많이 답답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이후 입사자 문제도, 고소고발 취하 건도, 직무배치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래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7개월 동안 우리 조합원들 너무 고생을 많이 했지만, 앞으로도 단결된 모습으로 우리의 일자리를 쟁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해고 요금수납원 김진희 씨는 “본사 점거농성은 오늘이 끝이지만, 새로 투쟁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내일 다시 서울에서 모인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배치가 되면,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흩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전에 미리 모여서 앞으론 어떻게 싸울지 논의를 할 것”이라며 “당당하게 도로공사 직원이 되고, 비정규직 (투쟁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31일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을 해산하고, 농성을 끝낸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민중의소리

▲ 31일 김천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 해단식에서 해방춤을 추고 있는 요금수납원들의 모습. ⓒ민중의소리


투사가 된 요금수납원 “모두 함께 직접고용”

7개월 전만 해도 평범한 요금수납원에 지나지 않았던 이들은 어느새 투사가 돼 있었다.

해단식에서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요금수납원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제 여러분은 이미 투사가 됐다”며 “다른 노동자들도 자기 권리를 단결로 지켜내는 여러분을 보며 배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진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은 “어찌 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한 가정의 여성으로, 장애인으로, 그렇게 살았던 우리들”이라며 “그래서 돌이켜보면, 처음엔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캐노피에 오를 때도, 청와대로 달릴 때도, 손잡아주던 동료들이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우린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지치지 말고 맞잡은 손 놓지 말자”고 말했다.

김천 도로공사 본사농성 요금수납원들은 해단식 결의문을 통해 “오늘 우린 145일간 도로공사 농성을 해단하면서 새로운 투쟁을 결의한다”고 선언했다.

수납원들은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것은 단지 ‘직접고용’ 네 글자가 아니라, ‘모두 함께’ 네 글자였음을 (도로공사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며 “우린 도로공사에 민주노조 깃발을 세우고 부당함에 맞서 끝까지 투쟁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

또 “145일 김천 농성 투쟁은 수많은 지지와 연대로 함께 싸워온 시간이기도 했다”며 “함께 싸워 함께 승리하자는 것처럼 모든 연대에 감사를 전하며, 톨게이트 투쟁을 완전한 승리로 매듭지어 모두의 승리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결의했다.

그러면서, 도로공사에 “조건 없는 직접고용 이행하고, 양심 없는 고소고발·손해배상청구 즉각 취하하라, 제대로 된 직무배치와 차별 없는 임금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해단식을 끝내며 수납원들은 145일 점거농성 동안 항상 들고 다녔던 깔판을 하늘 위로 던졌다. 강강술래처럼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해방춤’을 추며, 서로를 끌어안으며, 점거농성을 마무리했다. “내일 보자, 그만 울어”라며, 다음날 서울 청와대 사랑채 부근에서 열리는 결의대회에 모일 것을 약속했다. 수납원들은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을 시작하던 첫날 경찰과 대치하면서 원망했던 현장 경찰 간부와도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오는 2월 1일 오후 2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선 ‘톨게이트 승리를 위한 민주일반연맹 결의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 31일 김천 도로공사 앞에서 열린 농성 해단식에서 깔판을 하늘 위로 던지는 요금수납원들의 모습. ⓒ민중의소리


출처  평범한 여성·장애인서 ‘투사’가 된 요금수납원들의 도로공사 농성 해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