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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시국선언 교사 무죄 판결 받자, ‘참사 6주기’에 항소한 검사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 무죄 판결 받자, ‘참사 6주기’에 항소한 검사
시국선언 참여 교사의 한숨...“잠깐 스쳐가는 봄이 아니길”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20-04-24 18:30:08 | 수정 : 2020-04-24 18:53:23


▲ 지난 2014년 5월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 촉구 교사선언'기자회견에서 교사들이 가슴에 '미안합니다. 잊지않겠습니다'라고 적힌 추모 리본을 달고 있다. ⓒ양지웅 기자

지난 10일, 법원이 세월호 참사 직후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던 강원지역 교사 6명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약 6년 동안 징계 논란 등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교사들은 무죄 판결에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재판 결과가 나온 지 일주일 만인 4월 16일(세월호 참사 6주기) 검찰이 항소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취했던 고발을 취하했음에도 검찰은 끝까지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더니, 법원의 판단에 불복하고 항소장까지 제출했다.

시국선언 참여 교사 남정아 씨는 2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6주기 맞춰서 주는 선물도 아니고, 어떻게 날짜를 그렇게 딱 맞춰서 항소하나”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교사들

앞서 지난 2014년 4월 16일 단원고 학생·교사 등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 바다에서 가라앉았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기고 분노할 때, 이 참사를 지켜본 교사들의 충격과 슬픔은 어느 집단에 비할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가 곧 동료 교사와 제자의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기력함에 빠져있을 수 없었다.

마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홈페이지에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 박근혜 퇴진 촉구 교사선언을 시작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시국선언을 제안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 최고책임자인 당시 박근혜의 퇴진 등을 요구하는 교사선언을 게시하는데 동참을 호소하는 글이었다. 이에 남 씨를 비롯한 40여 명의 교사는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해 5월 1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1차 교사 시국선언’이 게시됐다. 자본의 탐욕과 책임을 다하지 않은 당시 정권을 비판하는 글이었다.

이후 해당 교사선언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정권 차원의 탄압이 시작되자, 김 모 씨 등 80여 명의 교사가 그해 5월 2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교사선언 탄압 중단’, ‘박근혜 퇴진’ 등의 내용으로 ‘2차 교사 시국선언’을 게시했다.

또 161명의 교사는 그해 6월 12일 경향신문에 ‘세월호 참사 잊혀질까 두려운 교사들이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으로 ‘3차 교사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해당 시국선언엔 박근혜 정부가 1·2차 교사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사들에 대해 고발과 체포·구속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보단 제왕적 독단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고 사람의 생명보단 자본의 탐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사들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그해 6월 교육부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경찰·검찰 수사기관에 불려가 조사도 받았다. 검찰은 교사들이 국가공무원법 제66조에 명시된 ‘정치적 행위 금지 의무’, ‘공무 외 집단행위 금지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기소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정훈 위원장과 교사들이 지난 2014년 5월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노조 사무실에서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발표하며 박근혜에게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무죄판결에 눈물 보인 교사
참사 6주기 날 항소한 검사

재판은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남 씨는 “재판 결과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기소된 79명의 교사 중 시국선언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교사 33명에 대해선 지난 2016년 8월(서울중앙지방법원 1심)과 2017년 8월(서울고등법원 2심)에 걸쳐 모두 벌금형 유죄판결이 내려진 바 있기 때문이다.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던 나머지 교사들에 대해선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교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 결과가 나온 이후’로 재판 일정이 미뤄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른 지역 법원과는 다르게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4월 10일 판결을 내렸다.

최후 진술에서 교사들은 “다시 이런 선택의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선언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우린 교사로서의 양심을 가지고 이 일이 너무 안타까웠고, 학생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로선 침묵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교사의 양심적인 행동이 이렇게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는 얘기도 했다고 남 씨는 전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한 국민 일부나 정치적 세력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로서 조직된 공동체의 대통령이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며,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하여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함으로써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진다는 점을 비추어 보면, 대통령이 이러한 책무를 위반했을 때 주권자인 국민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된다고 할 것”이라며 2014년 5월 14일 자 ‘2004헌나1’ 결정을 열거했다.

이어, 이를 근거로 “공무원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곧바로 특정 정당 내지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결에 이날 재판을 받은 교사들은 대부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남 씨는 “교사가 학생들 관련한 일에 목소리를 냈다고 해서 이런 억압을 당해야 하는 게 상식적인가”라며 “우리 모두 이전에는 평범한 교사였다. 이런 일이 우릴 평범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시국선언을 제안해준 선생님(1·2심에서 벌금형 받은)들에게 고마웠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남 씨는 세월호 참사 6주기 날 담당 변호사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검사가 항소했다는 소식이었다. 담당 변호사에 따르면, 검사는 항소 마감일인 이날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남 씨는 “재판 결과가 나왔을 때만 해도, 세월호 진상규명도 풀릴 실마리가 보이나 보다 했다”며 “그런데 검사가 항소하는 걸 보고 아직 멀었구나 생각이 들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잠깐 스쳐 가는 봄이 아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판 결과에 담당 검사가 교사들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는데, 그 웃음의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출처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 무죄 판결 받자, ‘참사 6주기’에 항소한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