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성폭행에 한-일 이렇게 다를 수가
일본 오키나와 1995년 12살 여중생 성폭행 사건
미 대통령 사과하고, 범죄자 일본 경찰 인도 합의
“느슨해진 의식도 한몫…미군 통행금지 해제로 누구나의 문제”
[한겨레] | 권오성 기자 | 등록 : 2011.10.04 16:10 | 수정 : 2011.10.04 18:23
미군에 의한 성폭행 사건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세계 모든 기지 주변에서 계속되는 문제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반응은 나라에 따라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번 ‘동두천 여학생 성폭행 사건’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미 해병 여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사회적 반향과 대응에서 격차가 크다.
1995년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 3명이 12살 여중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오키나와 주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일본 각지의 지방의회들은 미군기지협정 개정, 기지 사용면적 축소 등을 제기했다. 8만5천여명의 오키나와 주민들이 현민 집회를 열고 기지 철거를 요구했다. 일본 각지에서도 반미집회가 이어졌다. 결국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나서 사과를 하고 중대 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를 기소 전에 일본 경찰에 넘긴다는 내용의 미·일의 합의가 도출됐다.
반면, 2011년 한국에서는 18살 미성년자가 자신이 머물던 고시텔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미군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인다.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이 뒤인 지난달 28일 뒤늦게 알려졌고, 이에 대해 언급한 국내 정치인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범행을 저지른 미군이 벌인 엽기적 행각에 대한 공분과 지역 시민단체의 소규모 규탄 집회는 있었지만 대중적 행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4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일본과 한국의) 두 사건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처 방식은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민, 특히 여성과 아이와 같은 약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핵심적인 의무”라며 “오키나와의 경우 지역 정치인들이 나서 적극 문제제기를 하면서 8만여 명이 넘는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정당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미군의 성범죄 피해에 느슨해진 의식도 한몫했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과거에 큰 사건들이 계속되다 보니 미군에 의한 범죄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군 범죄는 지난해 해제된 주한미군 야간 통행금지의 여파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둔중인 주한미군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범죄 건수는 316건으로 전년도의 258건에 비해 껑충 뒤었다. 2006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는 수치다.
미군 범죄를 ‘기지촌’ 만의 문제로 보는 인식도 문제다. 박정 사무국장은 “동두천에서는 기지 이전을 앞두고 문제 지역이라는 인식을 씻고자 이와 같은 사건을 쉬쉬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 통행금지 해제와 더불어 미군 범죄는 특정 지역이 아닌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었다”며 “시민들이 ‘남의 동네’ 문제라고 바라보는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의 핵심은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SOFA)의 개정에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소속 장경욱 변호사는 “미군의 구금과 관련해 현행 소파는 조건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이는 보편적인 형사법 구조와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특별한 근거 없이 미군 피의자에게 지나친 특혜를 주는 규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소파 규정은 기소 전에는 살인·강간 사건의 현행범에 대해서만 한국이 구금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또 한국 쪽 검찰의 항소도 막고 있다.
김선동 의원은 “미군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현행 규정이 미군들에게도 ‘붙잡히지만 않으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주고 있다”며 “한국의 형사 재판 관할권을 대폭 강화해야 미군 기지 주변의 범죄를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일선 경찰은 이와 같은 현행 규정 때문에 성폭행과 같은 강력 사건이 발생해도 불구속 수사를 미리 예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김 의원은 “여학생 성폭행과 같은 천인공노할 범죄에 대해서는 좌우 여야를 떠나 국민이 합심해서 오키나와 사건 때와 같이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를 받는 등 실효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99193.html
일본 오키나와 1995년 12살 여중생 성폭행 사건
미 대통령 사과하고, 범죄자 일본 경찰 인도 합의
“느슨해진 의식도 한몫…미군 통행금지 해제로 누구나의 문제”
[한겨레] | 권오성 기자 | 등록 : 2011.10.04 16:10 | 수정 : 2011.10.04 18:23
▲ 9월30일 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 들머리에서 전국여성연대 주최로 열린 ‘10대 여학생 성폭행 주한미군 즉각 구속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야간통행금지 부활을 비롯한 주둔군지위협정 개정을 요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
1995년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 3명이 12살 여중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오키나와 주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일본 각지의 지방의회들은 미군기지협정 개정, 기지 사용면적 축소 등을 제기했다. 8만5천여명의 오키나와 주민들이 현민 집회를 열고 기지 철거를 요구했다. 일본 각지에서도 반미집회가 이어졌다. 결국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나서 사과를 하고 중대 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를 기소 전에 일본 경찰에 넘긴다는 내용의 미·일의 합의가 도출됐다.
반면, 2011년 한국에서는 18살 미성년자가 자신이 머물던 고시텔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미군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인다.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이 뒤인 지난달 28일 뒤늦게 알려졌고, 이에 대해 언급한 국내 정치인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범행을 저지른 미군이 벌인 엽기적 행각에 대한 공분과 지역 시민단체의 소규모 규탄 집회는 있었지만 대중적 행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4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일본과 한국의) 두 사건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처 방식은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민, 특히 여성과 아이와 같은 약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핵심적인 의무”라며 “오키나와의 경우 지역 정치인들이 나서 적극 문제제기를 하면서 8만여 명이 넘는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정당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미군의 성범죄 피해에 느슨해진 의식도 한몫했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과거에 큰 사건들이 계속되다 보니 미군에 의한 범죄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 주한미군 수와 미군범죄 발생 건수 비교 |
반면, 미군 범죄는 지난해 해제된 주한미군 야간 통행금지의 여파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둔중인 주한미군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범죄 건수는 316건으로 전년도의 258건에 비해 껑충 뒤었다. 2006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는 수치다.
미군 범죄를 ‘기지촌’ 만의 문제로 보는 인식도 문제다. 박정 사무국장은 “동두천에서는 기지 이전을 앞두고 문제 지역이라는 인식을 씻고자 이와 같은 사건을 쉬쉬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 통행금지 해제와 더불어 미군 범죄는 특정 지역이 아닌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었다”며 “시민들이 ‘남의 동네’ 문제라고 바라보는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의 핵심은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SOFA)의 개정에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소속 장경욱 변호사는 “미군의 구금과 관련해 현행 소파는 조건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이는 보편적인 형사법 구조와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특별한 근거 없이 미군 피의자에게 지나친 특혜를 주는 규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소파 규정은 기소 전에는 살인·강간 사건의 현행범에 대해서만 한국이 구금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또 한국 쪽 검찰의 항소도 막고 있다.
김선동 의원은 “미군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현행 규정이 미군들에게도 ‘붙잡히지만 않으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주고 있다”며 “한국의 형사 재판 관할권을 대폭 강화해야 미군 기지 주변의 범죄를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일선 경찰은 이와 같은 현행 규정 때문에 성폭행과 같은 강력 사건이 발생해도 불구속 수사를 미리 예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김 의원은 “여학생 성폭행과 같은 천인공노할 범죄에 대해서는 좌우 여야를 떠나 국민이 합심해서 오키나와 사건 때와 같이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를 받는 등 실효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991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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