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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2차 희망버스 - [최종신: 10일 오후 3시 58분]

* 특별취재팀
- 취재 : 윤성효 팀장, 홍현진 기자, 문해인·강유진 인턴기자
- 사진 : 권우성·유성호 기자
- 동영상 : 이종호 김윤상 박정호 오대양 최인성
- 정리 : 선대식 기자, 김민석 인턴기자
- 그래픽 : 고정미



[최종신: 10일 오후 3시 58분]

희망버스, 결국 김진숙 못 만나고 떠나


▲ 전국 각지에서 모인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결국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지 못한 가운데, 10일 오후 부산 중구 태종로 앞에서 '2차 희망버스 마무리 집회'가 끝나자, 한진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참가자들을 격려하며 환송하고 있다. ⓒ 유성호

희망버스는 결국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지 못했다. 이들은 3차 희망버스를 계획하고 있다.

오후 3시경 열린 집회에서 2차 희망버스 기획단의 송경동 시인은 잔뜩 쉰 목소리로 눈물을 흘리면서 오전에 이들이 요구한 사항과 관련한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 10일 오후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2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경찰 차벽에 막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고공농성중인 '85호 크레인'에 접근하지 못한 채 1박 2일 일정을 마무리하게된 가운데,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고 있다. ⓒ 권우성

▲ 10일 오후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2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경찰 차벽에 막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고공농성중인 '85호 크레인'에 접근하지 못한 채 1박 2일 일정을 마무리하게된 가운데, 환송 나온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와 희망버스 참가단이 포옹을 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 권우성

앞서 정동영·권영길·조승수 의원 등 국회의원 대표단 3인이 부산지방경찰청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경찰은 ▲ 연행자 석방은 경찰의 손을 떠나 검찰로 넘어갔기에 어쩔 수 없다, ▲ 김진숙 지도위원 만나러가는 건 대표단 30명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이런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회의결과를 분명히 밝혔다. 송 시인은 "시민들이 이 먼 부산까지 왔는데 94개 중대를 배치하고, 차벽을 세워서 평화행진을 막은 게 누구인가"라며 "평화행진을 막아놓고 30명만 받겠다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송 시인은 "오늘의 분노로 더 거대한 3차 희망 버스를 한 달 이내에 만들자"라고 제안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 전국 각지에서 모인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결국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지 못한 가운데, 10일 오후 부산 중구 태종로 앞에서 열린 '2차 희망버스 마무리 집회'에서 전화로 연결된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목소리가 방송차로 나오자,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이 자리에서는 전화로 연결된 김진숙 지도위원의 목소리를 방송차로 들려줬다.

"더는 이 땅에서 정의를 말 할 일도, 진실을 드러낼 일도, 연대를 할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먼길을 걸어온 여러분이 눈물겹도록 사랑스럽고 고맙습니다. 한달간 우리가 만든 일은 기적입니다. 어제 오늘 일은 역사가 될 것입니다. 모두 절망이라고, 아무도 절망의 벽을 넘을 수 없다고 할 때 온몸으로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처럼 우리는 조금씩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라고 왜 이 크레인이 두렵지 않았겠습니까. 2003년 10월 17일 김주익 동지의 시신을 확인한 후 다시 이 크레인에 오르면서부터 전 이 크레인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한진 자본에 대한 분노보다 죄책감이 더 컸습니다.

비바람과 지독한 안개가 끼어있는 이 크레인에서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조남호에게는 쓰레기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지라도 제게는 너무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 형제 같은 분들이 같이 있기 때문입니다. 희망버스 여러분, 희망버스는 소외당하고 억압당하는 사람을 향한 새로운 희망입니다. 2011년 7월 9일은 역사가 반드시 기억하는 날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지 않습니다. 반드시 승리합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합시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목소리가 방송으로 흘러나오는 동안 집회 자리는 이내 눈물바다가 되었다.

▲ 전국 각지에서 모인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결국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지 못한 가운데, 10일 오후 부산 중구 태종로 앞에서 열린 '2차 희망버스 마무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노찾사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함께 부르고 있다. ⓒ 유성호

▲ 전국 각지에서 모인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지 못한 가운데, 10일 오후 부산 중구 태종로 앞에서 열린 '2차 희망버스 마무리 집회'에서 전화로 연결된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목소리가 방송차로 나오자, 해고자 가족대책위 소속 아내들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이어 단상에 오른 가족대책위원회 도경정씨는 "오늘 비록 만나지 못했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희망버스는 성공했고 여러분 덕분에 힘을 얻었다. 고맙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정리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른 뒤 해산해 각자 타고 온 버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