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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희망버스는 나에게도 큰 희망이다”

“희망버스는 나에게도 큰 희망이다”
불과 1m 앞에서 최루액 맞은 민노당 이정희 대표 “눈이 계속 아프다”
최루액 쏜 경찰 “몰라 봬서 그랬다” 사과, 그 뒤로 계속 시민들 향해 쏴
“시민들이 노동자 문제를 사회의 문제로 받아들인 것 느껴”

[하니Only] | 권오성 기자 | 등록 : 20110712 10:43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10일 새벽 경찰이 쏜 분사기의 최루액에 눈을 맞아 실신했다. 사진 허재현 기자
경찰이 불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야당 대표의 얼굴에 대고 최루액을 발사해 논란이다. 어떤 시민에 대해서도 과잉진압은 문제겠지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면서 공당의 대표에 대한 ‘최루권총’ 사격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새벽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향해 가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과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경찰이 조선소 700여m 앞 봉래교차로에서 막아섰다. 경찰이 차도와 인도를 모두 봉쇄하면서 집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영도 주민들조차 통행이 막히자 이 대표를 비롯한 정동영·권영길 의원,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등 정치인들이 경찰 쪽에 항의하고자 앞에 나섰다. 당시 이 대표 옆을 지켰던 한 보좌관은 “격앙한 전경들이 정치인들을 향해 막무가내로 최루액을 발사했다”며 “불과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서 얼굴을 향해 쐈다”고 말했다.

얼굴과 눈에 정통으로 최루액을 맞은 이 대표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시민 집회에 물대포와 최루액이 등장한 것은 2008년 미국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 뒤 처음이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최루액을 맞은 것은 박정희 유신정권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장 서서 경찰에 항의하다가 최루액에 맞아 눈을 뜨지 못할 상태에 빠졌던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11일 전화를 통해 인터뷰했다. 이 대표는 “봐야 할 일이 많은데 여전히 눈이 안 좋다”며 “그러나 나보다 시민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사격을 하면서도 아무런 자각이 없는 경찰이 진짜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최루액을 얼굴에 직접 맞았는데 지금 상태는 어떤가?

 “눈이 계속 아프다. 눈 부위는 점막이라 피부와 달라서 그런지 계속 아파서 매우 불편하다. 처음에는 아파서 눈을 못 떴는데 세척을 하고 겨우 뜰 수 있었다. 하지만 화끈거리는 증세가 오래 간다. 아픔 때문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 의사의 판단은?

 “일단 외상이 생기지는 않았다고 한다. 최루액을 씻어내고 멸균액으로 세척하고 기다리면 점차 나아질 거라고 한다.”

 - 맞을 때 순간 의식을 잃었다고 보도됐다

 “그렇지는 않았다. 눈을 뜰 수 없었지만 의식은 있었고 걸어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앞을 못 보니까 주변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경찰에 문제제기를 했다.”

 - 당시 상황은 어땠는가?

 “참가자들과 영도 다리를 건너서 죽 들어왔는데 경찰이 도로뿐만 아니라 인도도 차단했다. 지역에 있는 주민들마저 오도가도 못하게 해다. 주민과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항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칠어지는 싸움을 말리고 어떻게든 평화적인 행진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다른 국회의원, 대표단 분들과 같이 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바로 최루 스프레이를 쏘는 바람에 말도 붙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항의를 멈출 수도 없었기 때문에 계속 서있었다. 눈을 감고 서 있으니까 51 경비대 책임자라는 사람이 나와서 ‘몰라 봬서 그랬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도 시민들에게는 스프레이를 계속 쏘더라. 경찰이 기본적으로 시민들에게 최루액을 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 눈에 들어가거나 피부에 다른 곳에 묻게 되면 시민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전혀 자각이 없는 것 같다.”

▲ ‘희망버스’ 어린이 참가자가 고사리손으로 걸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 류우종 기자
 -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이자 정당의 대표인데, 이와 같은 공권력의 진압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사실 집회 현장에 가면 경찰 쪽에서 보호 조치를 하겠다고 보통 옆에 와 있는다. 경찰은 현장에서 시위에 누가 참가하는지 다 파악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 전혀 일체의 고려가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저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것을 문제삼고 싶지 않다. 오히려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심하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가 더 문제였다.”

 -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 등을 보면 희망버스 뒤에도 한나라당의 한진중공업에 대한 입장은 여전한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은?

 “한나라당 쪽에서는 (희망버스 참가자에 대해) ‘외부인이다’ 이런 말씀을 하고 싶은 것 같은데, 그것은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사안이다. 그것이 단순한 판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회사의 노동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시민과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인으로서 시민들을 보호하고 평화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해야 될 일은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노조지부에서 사쪽과 일부 문제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리해고 문제는 실질적으로 하나도 해결이 안 됐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최근 청문회에 아무도 안 나오는 등 사실상의 협의 거부의사를 며칠 전부터 한 상황이다. 다시 청문회를 열고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부르는 등의 조처를 고려해야 한다.

 - 희망버스가 저항의 아이콘으로 부각됐다. 참가해본 소감은?

 “새벽에 누군가 가져온 감자가 나오고 연잎밥이 돌아다니더라.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참여했다. 그런 참여들을 보면서 우리 국민이 노동자들의 문제를 자기 자신,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느꼈다. 시민의 감수성이 공동체 연대의식을 가지고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본다.

 또 스스로도 큰 희망을 보았다. 일시적으로 문제가 더 길어지고 풀리기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이만큼 힘이 모이기 시작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크레인 위에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도 비록 우리의 모습을 직접 못 보셨지만, 마음으로 보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