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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2차 희망버스 - [13신: 10일 오전 11시 30분]

[13신: 10일 오전 11시 30분]

야당 의원들, 해고자 가족 만나... '희망엽서' 나누기


▲ 경찰이 '2차 희망버스'의 거리행진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릴 집회를 불허한 가운데 10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인근 태종로에서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도경정씨(오른쪽 두번째)가 "남편들이 다시 배를 만들겠다는 염원으로 종이배를 접었다"며 "참가자들이 남은 엽서에 희망 메시지를 적어달라"며 부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10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인근 태종로에서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도경정씨가 "남편들이 다시 배를 만들겠다는 염원으로 종이배를 접었다"며 "여러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받고 싶다"고 말하자,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엽서에 희망 메시지를 적고 있다. ⓒ 유성호

야당 국회의원들이 10일 오전 10시쯤 경찰 차벽을 넘어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해고자 가족들을 만났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정청래 전 의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 전현직 야당 국회의원 4명은 이날 오전 10시쯤 경찰 차벽을 가로질러 한진중공업 정문에서 농성 중인 한진중공업 가족 대책위원회 해고자 가족 10여 명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가 미리 와 있었다. 배씨는 의원들 손을 잡은 채 "차벽을 뚫을 수 없어 산을 너머 1시간 걸려 왔다"면서 "내가 차마 내려오라고 말은 못하겠으니 의원들이 진숙이 좀 내려오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새벽 가족 대책위쪽에서도 해고자 아내 권미경씨와 정만심씨, 고등학교 1학년인 딸 박예슬양 등 3명이 경찰에 연행당했다. 박예슬양의 경우 고등학생이라고 밝혔는데도 경찰이 연행해 가 모두 마음이 무거운 상태였다.

▲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2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정청래 전 의원이 10일 오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사무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정동영 최고위원은 "오전에 경찰서를 방문하고 왔는데 고등학생이라도 오늘 안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해 더 안타깝게 했다.

가족대책위 변은경씨는 "오늘 새벽 돌 된 아기를 다른 곳에 맡겨놓은 사이 차벽 앞에서 최루액을 맞았는데 만약 아이가 맞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었다"면서 "우린 아무 것도 안 했는데 (경찰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의원들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농성중인 85크레인 앞으로 가 "야호! 힘내세요, 파이팅" 하고 외쳐 부른 뒤 전화로 짧게 통화했다.

권영길 원내대표는 "면목이 없다"면서 "협상해서 관철시키는 게 중요한데 한진중공업 집행부와는 협상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여러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몸은 어떠냐"고 안부를 전하자 김진숙 위원은 "몸살기가 좀 있다"고 답했다.

조승수 대표는 "미안하다, 힘이 이것밖에 안돼서 시민들이 저렇게 많이 왔는데도 안으로 못 들어왔다"면서 "내려와서 같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85크레인에 있던 김진숙 지도위원과 해고노동자 6명이 손을 흔들어 이들의 응원에 화답했다. 크레인에는 '농성 186일째'라는 문구가 보였다.

한편 차벽 반대쪽 전경들 수천 명도 밤샘 근무 피로감에 길바닥에 늘어져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고 있었다.

야당 의원들은 오전 11시쯤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이 만든 희망엽서 1만 장을 들고 차벽 너머로 다시 돌아왔다.

해고자들이 1주일 동안 만든 희망 엽서 1만 장을 배낭과 기저귀 가방 등 4~5개에 나눠 담아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희망 엽서에는 다시 배를 만들고 싶은 해고자들의 소망이 담긴 종이배가 붙어있다. 종이배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나눠 갖고 남은 엽서에 희망 메시지를 담아 해고자들에게 다시 전달할 예정이다.

야당 의원들과 함께 차벽 너머로 나온 해고자 가족 도경정씨는 "최루액과 물대포를 맞으면서도 앉아 있는 여러분 보니 눈물이 난다"면서 "김 지도위원과 해고자 남편들을 보고 싶을 텐데 우리가 대신 나왔다"며 눈물이 담긴 감사 인사를 전했다.

▲ 2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김형식(49) 보건의료노조 조직2실장이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게 전하는 희망엽서. ⓒ 문해인
도씨는 "아이 아빠들이 밤새 배를 만들다 하루 아침에 일자리 잃어 1주일동안 노숙하며 종이배 1만 개를 접었다"면서 "여러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에게 보낼 희망 엽서에 저마다 응원 메시지를 담았다.

"한 사람의 신념이 여러 사람 신념으로 확산되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겠지요" - 나영명(48)씨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사람의 등불이신 그대. 그리고 그대와 함께 하는 우리가 이 야만의 시대에 맞서는 참희망입니다" - 이유만(26)씨

"절망의 시대, 희망을 말하길 기도하지 않고 투쟁하는 동지들, 가족 여러분 존경합니다." - 김경화(40)씨

"김진숙 지도위원, 우리는 잔인했습니다. 당신이 혹한의 한겨울부터 폭염과 장맛비를 맞으며 이 지상에서 가장 아득한 곳에서 생과 사를 수없이 넘나들고 있지만 아직 우리 앞에 있는 장막을 뚫지 못 했습니다..." - 김형식(49) 보건의료노조 조직2실장


일부 희망버스 참가자들 가운데서는 전부 만나지 못하면 몇 명이라도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게 해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곧 부산지방경찰청장을 면담할 예정이다.

희망버스는 나눔이다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 동화책-주먹밥-티셔츠 등 나눔 활동
▲ '2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동화작가들이 10일 오후 부산 중구 태종로 앞에서 12개 출판사로부터 기증 받은 아동 관련 서적을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가족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서명을 하고 있다. ⓒ 유성호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다양한 나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화책 1천 권과 이른바 '크레인 티셔츠' 판매 수익금이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원회 가족들에게 전달될 예정이고 돌아가는 길에 주먹밥도 서로 나눠 먹기로 했다.

희망버스에 참여한 동화작가들은 12개 출판사에서 기증받은 아동 관련 서적 1천여 권을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원회 가족들에게 전달한다. 동화작가 박효미씨는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기획했다"면서 "작가들이참여해 책에 직접 서명을 해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달하고 남은 책은 쌍용차 해고자 가족과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노동조합 조합원 자녀들에게 우편 등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 중인 85크레인을 디자인한 '크레인티'를 판매해 거둔 수익금도 한진중공업 가족 대책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크레인티'는 한 장에 1만 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어제 오늘 300장 정도를 판매했다.

이명철(30)씨는 "어제 서울에서도 100장 정도 팔았다, 다른 티셔츠에 비하면 크레인티가 잘 팔리는 편"이라면서 "김진숙 지도위원도 이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참가자들이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함께 입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먹밥 나눔도 벌어지고 있다. 2차 희망버스 기획단은 아침밥으로 먹고 남은 밥에 김과 양념을 버무려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이 주먹밥은 희망버스가 돌아갈 때 버스 안에서 참가회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