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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쪽바리당과 일당들

`정부가 팔 걷고 주도한 권력형 사기사건`

"정부가 팔 걷고 주도한 권력형 사기사건"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39> 짝퉁들이 판치는 나라
기사입력 2011-09-28 오전 10:48:32


아프리카 출장길에서도 그의 위세는 대단했다. 명색은 자원외교를 표방한 순방길이었지만, 규모나 여행 수준은 가히 '행차'급이었다고 동행했던 한 기업인은 전했다. 작년 10월 하순이었다. 총리실ㆍ지식경제부ㆍ국토부ㆍ농진청ㆍ석유공사ㆍ가스공사ㆍ광물공사ㆍ한국전력공사 등 정부부처와 공기업의 고위 실무자들이 그를 수행했다. 여기에 SK에너지ㆍ코오롱ㆍSTXㆍ포스코ㆍ삼성물산ㆍ현대종합상사ㆍ현대자동차ㆍ현대건설의 임원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모두 28개 기관 57명이나 되는 일행이었다.

프로펠러 비행기까지 통째로 전세 냈다. 아프리카의 짐바브웨ㆍ잠비아ㆍ모잠비크의 하늘을 열흘 넘게 누비고 돌아다녔다. '왕과 형님의 남자' 박영준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 이야기다. 자원외교를 중시하라는 대통령과 '형님'의 뜻에 따라, 박 차관은 지식경제부 발령 2개월 만에 이 같은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바람을 일으키며 아프리카를 돌았다. 그는 통도 크고 힘도 셌다. 그러나 아무리 '왕 차관'이라 해도, 차관이면서 출장길에 비행기까지 전세 내는 '간 큰' 공무원이 있다는 이야기는,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아직 들은 바 없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일행 중 그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은 사람은 공무원이건 기업인이건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물론 전직이었던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때도 그는 자원외교 명목으로 아프리카를 들락거렸다. 2009년 8월부터 14개월 동안 모두 4차례 아프리카 10개국을 방문했고, 그 때마다 모두 기업인들과 함께 갔다. 스스로도 '자원외교의 선봉장'이라 자랑했다. 그러나 그의 행적에는 항상 조마조마한 대목들이 붙어 다녔다. 그리고 그예 사단이 났다.

▲ 박영준 전 차관. ⓒ뉴시스
그가 작년 5월 카메룬에 까지 달려가,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따준 C&K마이닝이라는 신생 자원개발업체가 있다. 그 C&K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끝없이 일어난다. '박영준'이란 이름이 두어 발짝 뒤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외교통상부의 에너지 자원대사의 이름도 그 뒤를 따랐다. 작년 말 C&K가 카메룬에서 매장량 4억2000만 캐럿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는 발표가 나왔다. 4억2000만 캐럿은 전 세계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희한하게도 C&K의 발표보다 외교 통상부의 보도 자료가 먼저 나왔다. '자원외교의 성공적인 사례'라는 내용이었다. 카메룬 정부의 광물시험 연구소 건립을 위해, 한국 국제협력단 무상 원조 자금 700만 달러가 건너갔다. 다이아몬드 개발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C&K의 다이아몬드 개발' 보도 자료는 외교통상부에 의해 올 6월 또 한 차례 배포되었다. 원래 자원 에너지를 담당하는 부처는 지식경제부인데도, 외교통상부가 이상하게도 두 번씩이나 총대를 메었다.

박영준 당시 지경부 차관이 '절묘하게 움직였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매장량'도 사실이 아니었다. 한나라당의 정태근 의원은 "외교부가 '1995년부터 97년까지 그 지역에 대해 UNDP가 조사한 보고서에도 4억2000만 캐럿 이야기가 나와 있다'고 덧붙여 발표한 것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 무렵의 UNDP 보고서에는 그런 내용이 아예 없고, 그 10년 전인 85년, 87년 보고서에, 그것도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을 뿐"이라 했다. "외교부가 전혀 사실도 아닌 것을 인용해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연거푸 두 번씩이나 '개발' 보도 자료를 내는데도 주식 값이 안 뛰면 이상한 일이 된다. C&K의 주식은 3400원에서 1만8000원 까지 수직 상승을 한다. 바로 그 때 C&K 대주주 등 핵심 관계자들은 주식을 팔아 폭리를 취했다. 주가 조작이었다. 그리고 주식 값은 폭락했다. 애꿎은 투자자들만 나가 떨어졌다. 이것이 이른바 'C&K 사건'의 개괄적 내용이다. 김성환 외교부장관은 국회에서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권재진 법무장관은 청와대 민정 수석으로 있던 올 3월 C&K 사건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했고, 내사 끝에 박 차관이 사퇴하는 쪽으로 정리 돼, 공직을 떠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C&K사건은 착오나 과실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이 나라 정부까지 팔 걷어 부치고 나선, 철저한 관(官)주도의 사기 사건이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투자자들은 그렇게 비싼 값 주고 주식을 샀을 리가 없다. "정부가 사실상의 주범"이란 이야기는 그래서 나온다. 그래서 C&K 사건은 정부가 저지른 전형적인 '짝퉁 자원개발사건'이 되었다. 짝퉁은 기본적으로 제조과정에서 실수로 잘못 만들어진 불량품이 아니다.

애당초부터 가짜나 모조품을 만들어 진품처럼 속여 팔기 위해, 작정을 하고 덤벼 생산해 낸 유사제품을 말한다. 분명한 고의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C&K 사건은 정부 쪽 유력자 몇몇이 작정을 하고 일으킨 사기사건이라는 이야기다. 국민들은 궁금하다. C&K를 비호한 윗선은 어디까지 인가, 그들은 얼마나 깊숙이 이 사건에 관여했는가, 주식 팔아 폭리를 취한 돈이 사례금으로 흘러간 대목은 없는가, 그런 것 모두를 알고 싶다.

미얀마에서도 박영준 씨와 관련된 '짝퉁 의혹'사건이 불거졌다. 역시 신생 자원 개발업체인 KMDC가 미얀마에서 해상 가스전 광구 4곳의 탐사개발권을 따냈다. 작년 1월,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었던 박영준 씨가 미얀마로 날아가 꼭지를 딴 이후, '적극적으로 지원'한 끝에 올해 1월 사업권을 땄다고 했다. KMDC의 이영수 회장은 박영준 씨와 함께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양대 사조직을 이끌었던 '개국공신'이었다.

이상한 일은 사업권을 따내기 5개월 전인 작년 8월, 문제의 광구가 이미 우리 정부에 의해 '빈(dry) 광구'로 판정받았다는 사실이다. 석유공사ㆍ가스공사ㆍ광물공사 등으로 꾸려진 지식경제부의 대규모 합동 조사단이 문제의 4개 광구를 점검한 끝에,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왜 그 '빈' 광구의 사업권을 따 냈을까, 박영준 씨와 이영수 회장은 그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

'짝퉁'이란 의혹은 거기서 비롯된다. C&K처럼 '뻥튀기'를 해 주식에서 '한 탕'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도 있다. 박영준 씨는 누구인가. 의혹투성이로 남은 민간인 붙법사찰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다가, 국무총리실에서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피신'해간 MB정권 실세 중의 실세다. '형님' 이상득 의원의 심복 중의 심복이다. 총리실에 있을 때는 이상득 의원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하여, 한나라당의 중진 의원들 뒷조사까지 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MB정권 들어 자원개발예산은 짝퉁들의 '놀이비용'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2006년 431억 원이던 자원 개발 예산은 2010년 3664억 원으로 늘었다. 코스닥에 상장한 신생 중소업체들이 정권의 짝퉁 실세들을 등에 업은 뒤, 이 돈 빼내 자원개발 한다며 허위 정보 흘리고는, 주식 값 띄워 시세차익 챙긴 다음 파산한다고 했다. C&K나 KMDC 모두 그런 짝퉁이라 했다.

2008년 초 MB정권이 들어서면서 본 계약이 체결된 쿠르드 원유개발사업도 짝퉁 자원개발사업이었다. 고의성은 없었으나 국민을 향한 '선전욕심'에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사업을 밀어부쳤다. 선전차원에서는 큰 효과를 보았다. '쿠르드 대박'이니 뭐니 대문짝만한 제목으로 언론들은 열을 올렸다. 추정되는 원유량이 19억 배럴로 이 나라 2년치 소비량이라 했다. 그러나 헛 돈만 4400억 원을 날렸다. MB정권의 선전욕심이 바로 짝퉁이었다.

그런 짝퉁 선전욕심은 여론 조작을 목표로 한다. 입시를 앞둔 초중고교생들이 친(親)정부 기사에 "잘한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면, 봉사 활동으로 인정해 준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최근 보도되었다. 행정안전부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민간단체 '선플 달기운동'이 그런 짓 한다고 했다. 정부관련 기사 등에 선플 ("잘한다"는 내용의 댓글) 20개를 단 것이 확인되면 봉사활동 확인증을 발급해 주고, 악플 ("나쁘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 경우 봉사활동 확인증을 신청해도 발급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하는 일에 박수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선의라 해도 질 나쁜 짝퉁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한창 배워갈 나이의 학생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학습을 시키는 건 위헌이요, 비민주적 행위다. 게다가 '봉사활동'은 교육이다. 교육 기본법 제6조는 '교육은…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에 악플을 달게 하거나, 이름을 대면 알만한 단체들에게 돈을 대주며 '물타기 데모'하게 하는 것도 다 같은 여론조작의 수법들이다. MB정권은 특별히 그런 짝퉁을 잘한다. '달인'의 수준이다. 그래서일까, 나라가 온통 짝퉁 천지다. 짝퉁 공화국이다. 바른 길 걸어가는 것 마다하는 짝퉁 정권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정부가 건강하지 못한데 나라 형편이 좋아질 리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이 나라의 국가 경쟁력이 MB집권 후 수직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1위에서 4년 만인 올 해 24위로 주저앉았다. 나라가 건강해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쓰나미는 몰려오는 중이다. 슬프고 숨 막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