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교수의 눈물 "MB, 정말 유명해질 거다"
베른하르트 교수 준설지 현장조사...
"4대강사업은 라인운하보다 어리석다"
11.08.21 14:42 | 최종 업데이트 11.08.22 10:30
독일의 노 교수가 방한했다. 국제적 하천 전문가인 베른하르트 교수이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삼았던 곳이 바로 독일의 라인강이다. 바로 그 라인강의 나라에서 온 학자의 눈에 4대강사업은 어떻게 비쳐졌을까.
베른하르트 교수는 8월 18일 국회에서 열리는 4대강 국제심포지엄을 앞두고 12-15일 3박4일동안 남한강과 낙동강의 현장을 직접 조사했다.
전 카를스루에 공대교수이자 하천정비와 재자연화 분야의 전문가인 베른하르트 교수가 한국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5월이다. 당시 4대강사업을 녹색성장의 모범사례로 평가한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낸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그는 이 서한에서 "하천복원이란 강을 자유롭게 흐르는 상태로 되돌리는 조치"라며, "공사를 당장 중지하는 것만이 유일하고도 옳은 결정"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순탄치 않은 첫 조사일정
베른하르트 교수의 현장조사는 첫 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조사 첫날 남한강에서의 방한 기자회견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그를 처음 맞이한 이들은 4대강 사업 찬성 단체의 회원들이었다. 녹색성장실천연합이라는 이름의 단체회원 30여 명은 베른하르트 교수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위협을 가했고, 동행하던 환경단체 활동가와 변호사들에게 "매국노"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신륵사의 기자회견장 진입을 막은 그들은 "라인강 운하 만들어서 독일은 잘 사는 나라가 되지 않았냐"하고 교수에게 물었다. 그들은 이 학자가 라인강의 잘못된 과거 경험을 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 것일까.
조사를 시작하며 기자회견 장에서 베른하르트 교수는, "과거 라인강에서 했던 하천 사업은 많은 문제를 일으켜 이제 독일에서 다시는 하지 않는다"며, "IT나 자동차와 같은 좋은 기술을 많이 가진 한국이 50년 전의 과거지향 정책을 시행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사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단순히 4대강 사업의 공학적 평가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는 "강은 홍수 등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임을 강조했다.
"강의 자갈과 모래가 사라지면 강의 생명체들에게 치명적인데, 인간에게 강의 생명을 죽일 권리가 있는가?"
이 질문이 베른하르트 교수가 공학자 관점을 떠나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었다.
"살아있는 강의 시스템" 강조
그는 스스로의 전공분야를 기술적인 하천공학(technical river engineering)이 아닌 생태적 하천공학(ecological river engineering)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공학자이면서도 생태시스템의 관점에서 강을 이해하는 것이다. 베른하르트 교수가 4대강 현장을 다니면서 계속해서 강조한 것이 "living river system"이었다. 보 건설과 준설이 어떻게 전체 살아있는 살아있는 하천의 역동적인 시스템을 파괴하는지가 초점이었다.
12일 하루동안 베른하르트 교수가 많은 시간동안 살펴보았던 것이 이포대교 부근 하천변에 조성된 인공공원이었다. 자연습지가 파헤쳐지고 준설로 직선화된 모습에 베른하르트 교수는 "매우 충격적(very shocking)"이라는 느낌을 밝혔다. 얼마 전 4대강 사업본부의 차윤정씨가 "한국의 강은 수천년된 늙은 강이라서 준설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베른하르트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강에 쌓이는 것은 항상 새로운 것이다. 홍수로 인해 매년 새로운 모래가 쌓인다. 퇴적된 모래와 자갈은 강물과 함께 흘러간다. 강에 배를 띄우고 강물 속의 소리를 들어보면, 모래와 자갈이 굴러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낙동강의 준설현장에서 분노한 베른하르트 교수
강의 모래와 자갈의 가치에 대해 역설하는 베른하르트 교수와 함께 3억입방미터가 넘는 모래를 퍼낸 낙동강을 찾았다. 낙동강 조사는 내성천, 병산습지 등 아직 훼손되지 않은 한국의 강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영강, 내성천, 낙동강의 합수부를 보고 난 뒤 베른하르트 교수의 평가는 "국립공원감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런 자연 그대로의 강의 모습과 비교되어서였을까.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영강과 낙동강 합류부분에서 베른하르트 교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 게시된 홍보판의 공사 전후 비교사진을 보면서, "이런 자연상태의 강을 왜 준설하고, 왜 하상보호공을 설치하는 일을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격해진 감정을 드러냈다. 아울러 덧붙인 말이 "이건 좋은 수업 소재(lecture material)이다." 아마도 4대강 사업이 해외 대학의 강의실에서 다루어지고, 그만큼 대통령의 바람대로 덕분에 한국이 국제적으로 더 유명해질 듯싶다.
영강 둔치에는 거대한 모래산이 만들어져 있다.
"외국에서는 준설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설사 공사 등의 필요 때문에 일부 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모래를 준설해서 왜 저렇게 쌓아놓은 것인가? 어쨌든 그러함에도(일부 준설해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준설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Nevertheless, dredging is totally wrong)."
준설토 적치장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 말이다.
"비가 오면 모래는 다시 쌓일 것이고, 준설은 매년 계속될 것이다. 끝낼 수 없는 사업. 시지푸스 신화와 같다."
"Unbelievable"
준설만이 아니라 대형 보 건설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보 건설이 살아있는 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파괴할 것을 경고했다. 14일 오전, 상주보를 찾았다. 지난 6월말 수문 앞 제방이 붕괴한 곳이다. 상주보 부근에는 시공사에서 설치한 공사 전후 사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공사 후 조감도를 보며, 베른하르트 교수는 "뭔가 믿기 어려운 모습(someting really unbelievable)"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4대강 현장 곳곳에서 사용한 표현 중에 가장 많이 쓴 것이 "unbelievable"이었다.
세계 곳곳의 강을 다녀본 전문가의 눈에 4대강사업은 믿기지 조차 않는 사업이었다. 상주보 건설 현장에서 공사관계자가 상주보에 관한 브리핑을 하였다. 10분 정도의 브리핑 직후 베른하르트 교수는 별다른 질문도 없이 주변 현장을 사진 촬영했다. 그러면서 혼자말처럼 한 말이 "저 관계자는 그냥 토목공학자이지 하천전문가는 아닌 것 같다." 그렇게 강에 대해 무지한 이들이 만드는 4대강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
"이제 공사가 거의 끝난 상태에서 강은 이미 죽은 것 같다. 보가 완공되면 호수로 바뀐다. 물론 호수에도 물고기들이 산다. 하지만 호수와 강은 전적으로 다른 시스템이다. 살아있는 강 시스템은 매우 독특한 것이다. 물을 가두는 것은 문제만 일으킬 뿐이다."
왜관철교 붕괴는 4대강사업 때문
베른하르트 교수는 4대강사업을 라인-다뉴브 운하보다 더 어리석은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이 어리석은 사업이 일으키는 폐해는 명확하다. 지난 6월 붕괴된 왜관철교가 그 사례다. 정부는 4대강사업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환경단체에서는 4대강 준설이 일으킨 인재라는 입장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15일 현장조사단은 왜관철교 붕괴현장을 찾았다. 무너진 다리의 모습을 보자마자 베른하르트 교수는 "저것의 원인은 명확하다. 교각 아래 침식때문이다"고 말하면서, 그림을 그려가며 무너진 원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물살이 교각에 부딪히면 소용돌이가 생기면서 침식이 일어나게 되고, 상류쪽으로 교각은 쓰러지게 됩니다." 쓰러진 2번 교각아래는 준설하지 않아서 4대강사업과 무관하다는 정부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설사 부러진 교각 아래를 준설 안 했다해도 그 옆을 준설하면 침식은 발생하게 마련이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 대답이다.
파괴된 강의 모습에 눈물 흘려
현장조사의 마지막 지점은 해평습지였다. 세계적 철새 도래지라는 홍보판이 무색하게 습지의 대부분은 준설로 사라진 상태였다. 교사는 홍보판에서 한 군데 잘못된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철새도래지입니다(This is the wintering site.....'가 아니라 '철새도래지였다(This was ...)'로 바뀌어야 합니다."
사라진 습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는 지적이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바닥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4대강 사업으로 직강화된 하천과 제방의 모습을 그리며, 이것은 "운하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하천 복원도 아니고, 하천 정비도 아닌 하천 운하화입니다(not river-restoration, not river-regulation, but river-canalisation)."
현장조사를 마치며 일행은 강가에서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는 노래를 불렀다. 독일 노학자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사실 전날 저녁 창원에서는 "강의 눈물"이라는 공연이 있었다. 강의 죽음과 생명을 표현하는 바디페인팅 퍼포먼스였는데, 이 공연이 끝난 후 무대 위에 올라 인사말을 했다.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며칠 동안 한국의 강이 파괴된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눈물을 참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생전 처음 한국을 찾은 독일의 노학자를 눈물 짓게 했다. 그는 "제가 한국에 2년 늦게 온 것 같습니다"라며 그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동시에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복원을 위해 애써 주십시오. 그 첫걸음은 보의 수문을 닫지 않고 물이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막힌 강을 흐르게 하는 것, 바로 노교수의 눈물, 시민의 눈물, 그리고 강의 눈물을 멈추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황인철은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 소속입니다.
베른하르트 교수 준설지 현장조사...
"4대강사업은 라인운하보다 어리석다"
11.08.21 14:42 | 최종 업데이트 11.08.22 10:30
독일의 노 교수가 방한했다. 국제적 하천 전문가인 베른하르트 교수이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삼았던 곳이 바로 독일의 라인강이다. 바로 그 라인강의 나라에서 온 학자의 눈에 4대강사업은 어떻게 비쳐졌을까.
베른하르트 교수는 8월 18일 국회에서 열리는 4대강 국제심포지엄을 앞두고 12-15일 3박4일동안 남한강과 낙동강의 현장을 직접 조사했다.
전 카를스루에 공대교수이자 하천정비와 재자연화 분야의 전문가인 베른하르트 교수가 한국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5월이다. 당시 4대강사업을 녹색성장의 모범사례로 평가한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낸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그는 이 서한에서 "하천복원이란 강을 자유롭게 흐르는 상태로 되돌리는 조치"라며, "공사를 당장 중지하는 것만이 유일하고도 옳은 결정"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순탄치 않은 첫 조사일정
베른하르트 교수의 현장조사는 첫 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조사 첫날 남한강에서의 방한 기자회견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그를 처음 맞이한 이들은 4대강 사업 찬성 단체의 회원들이었다. 녹색성장실천연합이라는 이름의 단체회원 30여 명은 베른하르트 교수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위협을 가했고, 동행하던 환경단체 활동가와 변호사들에게 "매국노"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신륵사의 기자회견장 진입을 막은 그들은 "라인강 운하 만들어서 독일은 잘 사는 나라가 되지 않았냐"하고 교수에게 물었다. 그들은 이 학자가 라인강의 잘못된 과거 경험을 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 것일까.
▲ 남한강 강천보를 찾은 베른하르트 교수 일행 ⓒ 녹색연합 |
▲ 베른하르트 교수의 기자회견을 방해하는 4대강사업 찬성 단체 회원들 ⓒ 녹색연합 |
조사를 시작하며 기자회견 장에서 베른하르트 교수는, "과거 라인강에서 했던 하천 사업은 많은 문제를 일으켜 이제 독일에서 다시는 하지 않는다"며, "IT나 자동차와 같은 좋은 기술을 많이 가진 한국이 50년 전의 과거지향 정책을 시행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사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단순히 4대강 사업의 공학적 평가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는 "강은 홍수 등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임을 강조했다.
"강의 자갈과 모래가 사라지면 강의 생명체들에게 치명적인데, 인간에게 강의 생명을 죽일 권리가 있는가?"
이 질문이 베른하르트 교수가 공학자 관점을 떠나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었다.
"살아있는 강의 시스템" 강조
그는 스스로의 전공분야를 기술적인 하천공학(technical river engineering)이 아닌 생태적 하천공학(ecological river engineering)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공학자이면서도 생태시스템의 관점에서 강을 이해하는 것이다. 베른하르트 교수가 4대강 현장을 다니면서 계속해서 강조한 것이 "living river system"이었다. 보 건설과 준설이 어떻게 전체 살아있는 살아있는 하천의 역동적인 시스템을 파괴하는지가 초점이었다.
▲ 남한강 이포대교 부근에 조성한 공원. 자연습지는 인공공원으로 바뀌고, 준설로 하천변은 직선화되었다. ⓒ 녹색연합 |
12일 하루동안 베른하르트 교수가 많은 시간동안 살펴보았던 것이 이포대교 부근 하천변에 조성된 인공공원이었다. 자연습지가 파헤쳐지고 준설로 직선화된 모습에 베른하르트 교수는 "매우 충격적(very shocking)"이라는 느낌을 밝혔다. 얼마 전 4대강 사업본부의 차윤정씨가 "한국의 강은 수천년된 늙은 강이라서 준설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베른하르트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강에 쌓이는 것은 항상 새로운 것이다. 홍수로 인해 매년 새로운 모래가 쌓인다. 퇴적된 모래와 자갈은 강물과 함께 흘러간다. 강에 배를 띄우고 강물 속의 소리를 들어보면, 모래와 자갈이 굴러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낙동강의 준설현장에서 분노한 베른하르트 교수
강의 모래와 자갈의 가치에 대해 역설하는 베른하르트 교수와 함께 3억입방미터가 넘는 모래를 퍼낸 낙동강을 찾았다. 낙동강 조사는 내성천, 병산습지 등 아직 훼손되지 않은 한국의 강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영강, 내성천, 낙동강의 합수부를 보고 난 뒤 베른하르트 교수의 평가는 "국립공원감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런 자연 그대로의 강의 모습과 비교되어서였을까.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영강과 낙동강 합류부분에서 베른하르트 교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 게시된 홍보판의 공사 전후 비교사진을 보면서, "이런 자연상태의 강을 왜 준설하고, 왜 하상보호공을 설치하는 일을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격해진 감정을 드러냈다. 아울러 덧붙인 말이 "이건 좋은 수업 소재(lecture material)이다." 아마도 4대강 사업이 해외 대학의 강의실에서 다루어지고, 그만큼 대통령의 바람대로 덕분에 한국이 국제적으로 더 유명해질 듯싶다.
▲ 낙동강의 지류인 영강을 조사중인 베른하르트 교수. ⓒ 녹색연합 |
영강 둔치에는 거대한 모래산이 만들어져 있다.
"외국에서는 준설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설사 공사 등의 필요 때문에 일부 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모래를 준설해서 왜 저렇게 쌓아놓은 것인가? 어쨌든 그러함에도(일부 준설해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준설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Nevertheless, dredging is totally wrong)."
준설토 적치장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 말이다.
"비가 오면 모래는 다시 쌓일 것이고, 준설은 매년 계속될 것이다. 끝낼 수 없는 사업. 시지푸스 신화와 같다."
▲ 낙동강 병성천 부근의 준설토 적치장. 하천변을 따라 모래산이 쌓여있다. ⓒ 녹색연합 |
"Unbelievable"
준설만이 아니라 대형 보 건설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보 건설이 살아있는 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파괴할 것을 경고했다. 14일 오전, 상주보를 찾았다. 지난 6월말 수문 앞 제방이 붕괴한 곳이다. 상주보 부근에는 시공사에서 설치한 공사 전후 사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공사 후 조감도를 보며, 베른하르트 교수는 "뭔가 믿기 어려운 모습(someting really unbelievable)"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4대강 현장 곳곳에서 사용한 표현 중에 가장 많이 쓴 것이 "unbelievable"이었다.
세계 곳곳의 강을 다녀본 전문가의 눈에 4대강사업은 믿기지 조차 않는 사업이었다. 상주보 건설 현장에서 공사관계자가 상주보에 관한 브리핑을 하였다. 10분 정도의 브리핑 직후 베른하르트 교수는 별다른 질문도 없이 주변 현장을 사진 촬영했다. 그러면서 혼자말처럼 한 말이 "저 관계자는 그냥 토목공학자이지 하천전문가는 아닌 것 같다." 그렇게 강에 대해 무지한 이들이 만드는 4대강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
"이제 공사가 거의 끝난 상태에서 강은 이미 죽은 것 같다. 보가 완공되면 호수로 바뀐다. 물론 호수에도 물고기들이 산다. 하지만 호수와 강은 전적으로 다른 시스템이다. 살아있는 강 시스템은 매우 독특한 것이다. 물을 가두는 것은 문제만 일으킬 뿐이다."
▲ 상주보 부근에 설치된 안내판. 공사 이전 모래톱과 습지가 남아있는 모습이다. ⓒ 녹색연합 |
▲ 상주보 근처 홍보게시판. 공사 후 조감도이다. 모래톱과 습지는 사라지고 하천변은 인공공원으로 바뀌어 있다. ⓒ 녹색연합 |
왜관철교 붕괴는 4대강사업 때문
베른하르트 교수는 4대강사업을 라인-다뉴브 운하보다 더 어리석은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이 어리석은 사업이 일으키는 폐해는 명확하다. 지난 6월 붕괴된 왜관철교가 그 사례다. 정부는 4대강사업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환경단체에서는 4대강 준설이 일으킨 인재라는 입장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15일 현장조사단은 왜관철교 붕괴현장을 찾았다. 무너진 다리의 모습을 보자마자 베른하르트 교수는 "저것의 원인은 명확하다. 교각 아래 침식때문이다"고 말하면서, 그림을 그려가며 무너진 원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물살이 교각에 부딪히면 소용돌이가 생기면서 침식이 일어나게 되고, 상류쪽으로 교각은 쓰러지게 됩니다." 쓰러진 2번 교각아래는 준설하지 않아서 4대강사업과 무관하다는 정부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설사 부러진 교각 아래를 준설 안 했다해도 그 옆을 준설하면 침식은 발생하게 마련이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 대답이다.
▲ 왜관철교를 조사중인 베른하르트 교수 일행. 이곳에서 그는 그동안의 논란을 종식시키는 설명을 하였다. ⓒ 녹색연합 |
▲ 왜관철교의 부러진 교각은 베른하르트 교수의 설명대로 물이 흘러오는 방향으로 넘어져 있다. ⓒ 녹색연합 |
파괴된 강의 모습에 눈물 흘려
현장조사의 마지막 지점은 해평습지였다. 세계적 철새 도래지라는 홍보판이 무색하게 습지의 대부분은 준설로 사라진 상태였다. 교사는 홍보판에서 한 군데 잘못된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철새도래지입니다(This is the wintering site.....'가 아니라 '철새도래지였다(This was ...)'로 바뀌어야 합니다."
사라진 습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는 지적이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바닥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4대강 사업으로 직강화된 하천과 제방의 모습을 그리며, 이것은 "운하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하천 복원도 아니고, 하천 정비도 아닌 하천 운하화입니다(not river-restoration, not river-regulation, but river-canalisation)."
▲ 창원에서 열린 "강의 눈물"공연 모습. ⓒ 녹색연합 |
▲ "강의 눈물" 관람 직후 무대에 올라 인사하는 베른하르트 교수. 그는 눈물을 참느라 인사말을 잇지 못했다. ⓒ 녹색연합 |
현장조사를 마치며 일행은 강가에서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는 노래를 불렀다. 독일 노학자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사실 전날 저녁 창원에서는 "강의 눈물"이라는 공연이 있었다. 강의 죽음과 생명을 표현하는 바디페인팅 퍼포먼스였는데, 이 공연이 끝난 후 무대 위에 올라 인사말을 했다.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며칠 동안 한국의 강이 파괴된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눈물을 참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 파헤쳐진 해평습지에 설치된 철새도래지 안내판. 베른하르트 교수는 "is"를 가리키며 "was"로 바뀌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철새도래지는 과거형이라는 것이다. ⓒ 녹색연합 |
한국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생전 처음 한국을 찾은 독일의 노학자를 눈물 짓게 했다. 그는 "제가 한국에 2년 늦게 온 것 같습니다"라며 그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동시에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복원을 위해 애써 주십시오. 그 첫걸음은 보의 수문을 닫지 않고 물이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막힌 강을 흐르게 하는 것, 바로 노교수의 눈물, 시민의 눈물, 그리고 강의 눈물을 멈추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황인철은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 소속입니다.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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