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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Anti SamSung

‘궁궐터 훼손’ 재벌부인 모임 알고보니 삼성가 여인들

‘궁궐터 훼손’ 재벌부인 모임 알고보니 삼성가 여인들
홍라희, 정유경 등 이름 올리고 있는 ‘아름지기’ 실체에 관심
‘이상의 집’ 철거하고 기념관 지으려다 강한 반발 부딪치기도

[한겨레] 진명선 기자 | 등록 : 2012.05.07 17:40 | 수정 : 2012.05.07 18:06


▲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창의궁 터에 본격적인 공사를 위한 굴착기, 천공기 등 공사장비가 반입돼 있다. 김태형 기자

청와대가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에게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안겨주면서 맞바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창의궁 터에 ‘아름지기’라는 단체의 건물이 들어선다는 사실([7일치 1면])이 알려지면서 이 단체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름지기는 지난 2001년 홍석현 회장의 부인 신연균씨가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비영리 단체다. 전통문화 보존 및 현대적 계승을 설립 취지로 내세우고 있다. 2008년 재벌닷컴이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이 단체의 운영위원회 임원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 미술관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녀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 ‘삼성가 여인들’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 단체는 그동안 창덕궁을 비롯한 궁궐 내부 수리 등 공사를 문화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진행했고, 2007년부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문화예술계 유명인사를 초청해 강의하는 ‘아름지기 아카데미’를 해마다 열고 있다. 수익사업으로는 경남 함양에서 하루 숙박에 최고 60만원이나 되는 ‘함양 한옥’을 운영하고 있다.

아름지기가 처음 입길에 오른 것은 지난 2009년이다. 이 단체는 국민신탁기금이 매입한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80년된 한옥 ‘이상의 집’ 운영을 위탁받았는데, 이를 철거하고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이상기념관을 지으려다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사업을 유보했다. 이번에도 창의궁 터에 새 건물을 지으면서 단체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지하 유구를 이전하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문화재 보호 단체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이런 이력과 함께 단체의 폐쇄성을 들어 아름지기’가 삼성가 안주인들의 고급 사교모임이라고 폄훼하는 시각이 있다. 이 단체 누리집은 운영위원회 구성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이사회 역시 교수 등을 뺀 기업 쪽 인사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평생회원이 200만원, 연간회원이 10만원의 회비를 낸다. 현재 800~1000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원회 및 집행위원회 등에는 문화재 전문가보다는 건축학과 교수나 인테리어 업체 대표들의 이름이 많다. 한 문화계 인사는 “전통문화 보존 단체에 건축·인테리어 관계자가 이름을 올린 것은 기업 안주인들이 별장을 지을 때 건축·설계 등으로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모임의 실체는 (재벌가의) 친목을 도모하는 단체”라고 비판했다.

반론도 있다. 또다른 문화예술가 인사는 “보수적인 공공기관이 하지 못하는 일을 아름지기와 같은 단체가 하고 있다”며 “(회원들이) 직접 궁궐 마룻바닥 걸레질을 하는 모습 등은 상류층 인사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출처 : ‘궁궐터 훼손’ 재벌부인 모임 알고보니 삼성가 여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