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 웃을 ‘FTA 오역’…외환→환율, 이익→흥미
한-EU FTA ‘미공개 오류’ 보니, 내용 뒤바뀌거나 엉뚱
없는 문장 추가하기도...심각 사례 빼고 공개 의혹
정은주 기자 | 기사등록 : 2011-04-07 오후 07:30:02 기사수정 : 2011-04-07 오후 09:26:10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한글본의 번역 오류 실상은 이미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국회에 낸 비준동의안을 스스로 두 차례나 철회하도록 만든 까닭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 대목이다.
7일 <한겨레>가 외교통상부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제출한 번역 오류 자료를 입수해 전체 내용을 살펴보니, 한글본과 영문본 내용을 완전히 뒤바꾸거나 영문본에는 전혀 없는 문장을 무더기로 추가하는 등 협정문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한 사례가 여럿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4일 외교부는 협정문의 한글본을 재검독한 결과 207건의 번역 오류가 나왔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언론에는 이 가운데 사례 18가지만 공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번역 오류 실상이 너무 심각해 정부가 차마 그 내용을 밝힐 수 없었을 뿐더러 정부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이 한글본을 보고 자유무역협정을 준비했다면 낭패를 겪을 수 있었다”며 오류의 심각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내용이 정반대로 뒤바뀐 대표적 사례는 서비스 시장에 대한 유럽연합의 양허(개방) 의무를 규정한 ‘부속서7-가-1’의 수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한글본을 보면,‘영국은 수의외과의에 공급되는 수의실험 및 수의기술 서비스에 대해 (개방을) 약속 안함’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영문본에는 이와 정반대로 ‘이러한 서비스만 개방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약속하지 않는다’고 표현돼 있다. 제외한다는 뜻을 지닌 ‘except for’란 표현을 우리말로 번역하지 않은 탓에 발생한 오류다. 이처럼 협정 내용을 정반대로 옮겨놓은 사례는 ‘원산지 제품에 관한 의정서’에서 4차례, 서비스 양허 부속서 7-가-2와 7-다에서 1차례씩 발견됐다.
법률 해석상 매우 민감한 ‘초과’ 또는 ‘미만’이란 단어도 다섯 차례나 잘못 옮겼다. 영문 ‘more than’과 ‘less than’을 ‘이상’과 ‘이하’로 옮기는 실수를 되풀이한 것이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번역 오류도 수두룩했다. ‘시외버스’(intercity)는 ‘시내버스’(intra-city)로, ‘외환’(foreign exchange)은 ‘환율’(exchange rate)로, ‘소매’(retail sales)는 ‘도매’(wholesale)로, ‘종류’(kind)는 ‘등록’(enroll)으로, ‘수입업자’(importer)는 ‘무역업자’(trader)로 둔갑했다.
우리나라 공무원이 번역했다고 보기 힘든 정체불명의 용어도 한글본엔 등장했다. ‘공무원시험’(public service examination)은 ‘성인고시’로, ‘국채’(treasury bonds)는 ‘재무부 채권’으로 잘못 옮겨졌다. 성인고시란 우리나라에서 아예 존재하지도 않고, 재무부란 정부부처 역시 이미 1994년에 없어졌다.
박지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은 “통상당국이 관계부처나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소통했다면 발생할 수 없는 오류”라며 “정부 관계자들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내용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한-EU FTA ‘미공개 오류’ 보니, 내용 뒤바뀌거나 엉뚱
없는 문장 추가하기도...심각 사례 빼고 공개 의혹
정은주 기자 | 기사등록 : 2011-04-07 오후 07:30:02 기사수정 : 2011-04-07 오후 09:26:10
» 한-EU FTA 한글본에 담긴 황당한 오역 사례 |
7일 <한겨레>가 외교통상부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제출한 번역 오류 자료를 입수해 전체 내용을 살펴보니, 한글본과 영문본 내용을 완전히 뒤바꾸거나 영문본에는 전혀 없는 문장을 무더기로 추가하는 등 협정문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한 사례가 여럿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4일 외교부는 협정문의 한글본을 재검독한 결과 207건의 번역 오류가 나왔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언론에는 이 가운데 사례 18가지만 공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번역 오류 실상이 너무 심각해 정부가 차마 그 내용을 밝힐 수 없었을 뿐더러 정부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이 한글본을 보고 자유무역협정을 준비했다면 낭패를 겪을 수 있었다”며 오류의 심각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내용이 정반대로 뒤바뀐 대표적 사례는 서비스 시장에 대한 유럽연합의 양허(개방) 의무를 규정한 ‘부속서7-가-1’의 수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한글본을 보면,‘영국은 수의외과의에 공급되는 수의실험 및 수의기술 서비스에 대해 (개방을) 약속 안함’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영문본에는 이와 정반대로 ‘이러한 서비스만 개방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약속하지 않는다’고 표현돼 있다. 제외한다는 뜻을 지닌 ‘except for’란 표현을 우리말로 번역하지 않은 탓에 발생한 오류다. 이처럼 협정 내용을 정반대로 옮겨놓은 사례는 ‘원산지 제품에 관한 의정서’에서 4차례, 서비스 양허 부속서 7-가-2와 7-다에서 1차례씩 발견됐다.
법률 해석상 매우 민감한 ‘초과’ 또는 ‘미만’이란 단어도 다섯 차례나 잘못 옮겼다. 영문 ‘more than’과 ‘less than’을 ‘이상’과 ‘이하’로 옮기는 실수를 되풀이한 것이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번역 오류도 수두룩했다. ‘시외버스’(intercity)는 ‘시내버스’(intra-city)로, ‘외환’(foreign exchange)은 ‘환율’(exchange rate)로, ‘소매’(retail sales)는 ‘도매’(wholesale)로, ‘종류’(kind)는 ‘등록’(enroll)으로, ‘수입업자’(importer)는 ‘무역업자’(trader)로 둔갑했다.
우리나라 공무원이 번역했다고 보기 힘든 정체불명의 용어도 한글본엔 등장했다. ‘공무원시험’(public service examination)은 ‘성인고시’로, ‘국채’(treasury bonds)는 ‘재무부 채권’으로 잘못 옮겨졌다. 성인고시란 우리나라에서 아예 존재하지도 않고, 재무부란 정부부처 역시 이미 1994년에 없어졌다.
박지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은 “통상당국이 관계부처나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소통했다면 발생할 수 없는 오류”라며 “정부 관계자들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내용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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