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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WTO·FTA·TPP

주미 한국대사관 `한미 FTA, 미국 오락산업이 승리자 된다`

주미 한국대사관 "한미 FTA, 미국 오락산업이 승리자 된다"
MB정부, FTA 위해 한국 영화산업 포기?
기사입력 2011-03-04 오후 3:36:55



주미 한국대사관(한덕수 대사)이 스크린쿼터 축소 등의 이유를 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영화산업에 득이 된다는 홍보메일을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오직 FTA 발효만을 위해 사실상 한국 영화산업을 미국에 팔아넘겼다고 시인한 꼴이라, 국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주미대사관이 만든 한·미 FTA 홍보사이트 '한-미 무역 파트너십' 홈페이지(http://www.koreauspartnership.org)가 메일링리스트에 오른 독자들에게 발송한 '코러스 FTA가 수상했습니다! 미국 오락산업을 위한 모범적 무역협정입니다"라는 제목의 영문 이메일을 보면, 대사관은 수신자들에게 "미국영화협회(MPAA)와 문화산업연대(Entertainment Industry Coalition), 독립영화&TV연맹(IFTA), 국제지적재산권연맹(IIPA)의 지지를 받는 코러스 FTA(한미 FTA)는 미국 오락산업의 승리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그간 줄기차게 한국 영화산업의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한 곳으로, 특히 MAPP는 냉전 당시부터 미국의 영화인들이 미국의 외교정책과 반공정책 강화를 위해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친 공화당의 단체다.

메일은 한·미 FTA가 미국 오락산업에 유리한 이유로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주미대사관은 우선 "저작권(Copyrights) 보호기간이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고, 인터넷에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의 복제를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또 "코러스 FTA는 극장에서의 영화 녹화를 범죄화하고 인터넷의 온라인 해적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스크린쿼터 축소도 미국 영화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주미 한국대사관은 강조했다. 대사관은 스크린쿼터가 "2006년에 146일의 의무상영기간이 73일로 줄어들었다"며 "영화 스튜디오에 한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을 늘릴 중대한 기회(significant opportunity)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미대사관은 스크린쿼터를 두고 "미국 영화산업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주미대사관은 시장접근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홍보했다. 대사관은 "시디(CD)와 디비디(DVD), 엠피3 플레이어와 같은 오락 생산물에 무관세를 약속해, 미국 오락산업의 시장접근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 후 "조약은 또한 1500만 명 이상의 광대역 구독자가 있는 한국의 온라인 시장에도 차별없는 접근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주미대사관이 한·미 FTA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의 영화산업 붕괴를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충분히 들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내용뿐만 아니라, FTA 홍보사이트에는 다양한 내용의 홍보물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은 "FTA로 미국 수출이 늘어난다"는 등 한·미 FTA로 미국 산업이 더 큰 기회를 얻으리라는 내용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미국 영화 때문에 자국의 영화노동자들이 죽어갈 수도 있는 마당에, 한국 시장을 접수해달라고 홍보하는 몰상식한 행동"이라며 "대사관의 문구 그대로 지난 10년간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했던 MPAA가 위너가 됐고, 한국 영화산업은 루저가 됐다"고 개탄했다.

남희섭 변리사도 "한국의 공공기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지, 미국 영화업계의 돈으로 운영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의 이름으로 자국 산업을 미국 기업들한테 팔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 ⓒ주미대사관이 발송한 이메일



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