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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쪽바리당과 일당들

[사설]대통령 측근의 4대 금융지주 ‘싹쓸이’가 공정사회인가

[사설]대통령 측근의 4대 금융지주 ‘싹쓸이’가 공정사회인가
한겨레ㅣ입력 : 2011-03-11 21:13:36ㅣ수정 : 2011-03-11 21:13:39



이명박 대통령의 ‘제식구 챙기기’ 인사는 아마도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모양이다. 공기업은 물론이고 금융회사,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측근들 자리 챙겨주기 인사로 지탄받아온 이 정권은 결국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 다섯 곳 가운데 네 곳의 회장 자리를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로 채우겠다고 나섰다. 우리나라 금융 역사상 전무후무한 것은 물론이고 후진국에서도 보기 드문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이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 내정됐다. 강 위원장이 누구인가. 이 대통령의 허황된 ‘7·4·7’(7% 경제성장, 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 대선 공약을 설계하고, 이 정권 첫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고환율·부자감세 등 이른바 ‘MB노믹스’를 밀어붙이다 중도하차한 인물이다. 금융회사를 경영한 경험도 없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소망교회 인맥인 데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부자감세 철회 논의를 거론하자 곧바로 전화를 걸어 무산시켰을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실세’다. ‘보은 인사’ 외에는 달리 설명될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금융위원회가 산은지주 회장의 보수를 올리겠다고 나선 점이다. 그동안 항간에는 강 위원장이 개인 사정 때문에 연봉 수준이 높은 금융기관의 장으로 올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았다. 이 풍문대로 이 대통령이 강 위원장의 개인 사정을 고려해 그를 산은지주 회장에 임명하고 위인설관 식으로 보수까지 올려주는 것이라면 이는 특정인의 필요에 의해 국책 금융기관 최고경영자 자리를 제공하는 염치없는 짓이다. 더구나 이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 공기업의 보수를 삭감한 바 있다. 국민이 어떻게 볼지 전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다.

금융계에는 이미 이 대통령의 친구와 대학 동문이 세 곳의 금융지주회사 회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에는 이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인 어윤대씨와 이팔성씨가 있고, 하나금융지주에는 역시 이 대통령의 대학 동문이자 오랜 친구인 김승유씨가 있다. 금융계에서 “아무리 나눠먹기 한다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 측근 챙기기 인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강 위원장의 산은지주 회장 내정은 그 중에도 최악이다. 이 대통령 자신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격이나 공정사회에 맞는 일인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인사다. 강 위원장에 대한 임명 제청을 철회하든지 강 위원장 스스로 거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