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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라인, 포스코 흔들기?

영포라인, 포스코 흔들기?
권력실세와 관련 특정 협력사 지원 의혹… 임원들, “청탁 많아 힘들어”
[주간경향 975호] 박송이 기자 | 2012.05.15


서울에서 출발한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의혹 수사가 포항을 향하고 있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의 돈이 브로커를 통해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제이엔테크는 2008년에 포스코건설 하청업체로 등록된 기계설비 공사업체다. 이동조 회장은 포항고 총동창회장, 프로축구팀 포항스틸러스 후원회장을 지냈다. 그는 2000년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포항남 지구당 중앙위원을 지내면서 당시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던 박 전 차관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박 전 차관과 막역한 사이로 지냈으며, 파이시티 건으로 박 전 차관의 자금줄이자 비자금 통로로 추정되고 있다.

▲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시행사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이 회장과 박 전 차관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제이엔테크의 수상한 성장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건설 협력업체로 선정되면서 제이엔테크는 급속도로 성장한다. 한국기업데이터에 따르면 2007년 대비 2008년 제이엔테크의 매출액 증가율은 273%에 이른다. 제이엔테크가 포스코건설의 협력업체로 선정되고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스코의 지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포스코의 지원은 포스코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박영준 전 차관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뒤따르고 있다.


정준양 회장 이례적 발탁 외압 의혹도

박영준 전 차관이 포스코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의혹은 2009년부터 제기돼 왔다. 당시 이구택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과 정준양 현 회장의 이례적인 발탁의 배경에 박 전 차관의 외압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영준 전 차관이 포스코 회장 인선을 앞두고 있던 2008년 11월 회장 후보자였던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을 만난 자리에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이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포스코 고문을 맡고 있는 윤 전 사장은 당시 정준양 현 회장과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였다. 제이엔테크가 지역의 권력실세와 유착해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회장 선임은 CEO추천위원회 멤버인 사외이사들이 나름의 룰을 만들어 심사, 선정하기 때문에 정치권 외압은 있을 수 없다”며 부인했다.

포스코를 둘러싼 외압 논란이 이동조 회장과 제이엔테크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포스코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업체들도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포항지역의 한 핵심 인사는 “포스코는 정권의 전리품처럼 취급을 받는다. 제이엔테크의 이동조 회장은 한나라당 포항남 지구당 중앙위원을 지내면서 사업을 키워왔다. 이상득 의원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영포라인의 후광을 가지고 사업을 하려고 하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포스코 임원들이 “청탁이 너무 많아서 일하기 힘들다”는 한탄을 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회장 선임을 둘러싼 의혹과 권력실세의 이권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3년간 포스코의 경영실적은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반 토막 수준인 4220억원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도 10.1%에서 4.5%로 하락했는데,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5%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출처 : [경제]영포라인, 포스코 흔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