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비판' 이들이 있기에…
"MB 덕분에 참 열심히 살았어요"
[인터뷰]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대한하천학회 이원영 교수
기사입력 2010-12-30 오전 10:49:11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등장했던 한반도 대운하. 표면적으로는 폐기됐지만 '4대강 사업'으로 부활해 첫 삽을 뜰 때부터 여전히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였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제 거의 다 완공됐다"면서 논쟁의 종지부를 찍으려 하지만, 연간 7,000억 원의 유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사업은 다음 정권에까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4대강 반대'의 최전선에는 야당과 4대 종단이 있었지만, 이들의 역할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바로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이다.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하며 2008년 결성된 이 모임엔 무려 2,500여 명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고, 이들 중 환경·토목·하천학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한하천학회'는 4대강 사업 반대의 이론적 토대를 생산해내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같은 진보적 교수단체가 있고, 정치·사회·경제 분야에서 몇몇 교수들이 활발하게 정치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주로 이공계열 교수들이 주축이 돼 단일 사안을 갖고 '대정부 투쟁'에 가까운 비판 활동을 벌이는 것도 드문 일이다. 이론적 비판 외에도 직접 현장 답사를 통해 대중의 참여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왕성한 에너지의 원동력은 "진실이 외면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라고 한다.
<프레시안>은 '올해의 인물'로 그들을 주목했다. 이에 교수모임을 활발히 이끌고 있는 이원영 교수(수원대 국토미래연구소장)를 만났다. 그는 올 한 해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다. 주말마다 사람들을 이끌고 낙동강을 찾았고, 각종 토론회에 세미나, 기자회견까지 눈코 뜰 새 없이 1년을 보냈다. 그만큼 가지고 있는 직함도 많다. 환경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환경상'을 2년 내리 수상한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정책위원장부터, 4대강 사업 반대 진영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해온 대한하천학회 상임이사, 그리고 4대강 답사단인 '333프로젝트'의 공동운영위원장까지.
그는 "이명박 대통령 덕분에 참 열심히 살았던 한 해였다"고 특유의 농담을 던졌다. 다음은 29일 가진 이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10년 전 '국토 파괴 사업'으로 판명 났는데…운하 공약에 피가 거꾸로 솟았다"
프레시안 :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이 결성된 지도 만 2년이 됐다. 4대강 사업 논란에 있어서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는데.
이원영 : 2008년 2월 전국 2446명의 대학교수가 대운하 반대에 서명하면서 모임이 꾸려졌다. 현재는 약 2500여 명 규모다. 대선 당시 대운하 공약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고 느꼈던 환경·토목학자들을 중심으로 초동 모임이 결성됐고, 이후 민교협(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프레시안 :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4대강 사업에 대학 교수들이 대규모로 반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이공계열의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인데, 그 활동의 원동력이 뭐라고 보는가.
이원영 : 간단하다. 진실이 외면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이다. 그 분노의 힘이 지난 3년의 지속적인 활동을 만들어냈다. 지난 10년 동안 수립됐던 하천 관리 정책이 이명박 정부 들어 완전히 역주행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학자들의 역할이다. 정치적 선입견 없이, 학문과 과학에 근거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4월에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다룬 만화를 제작했는데, 50만 부가 넘게 배포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홍수 예방, 수질 개선, 용수 확보 등 정부가 주장하는 4대강 사업 추진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했는데,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호응이 좋았던 것 같다. 지방선거 당시엔 선거관리위원회가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이 만화를 삭제하라고 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지방선거의 여당 참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프레시안 :직함이 참 많은데, 4대강 사업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된 계기는?
이원영 : 전공이 도시계획, 국토계획이다 보니 1997년 경기도에서 정책 자문 역할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검토를 요청 받았던 것이 경부운하에 관한 구상 보고서였는데, 함께 검토한 각계 전문가들이 보기엔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운하 자체의 경제성이 전혀 없었고, 갈수기에 수질 관리가 안 되는 문제도 있었다. 식수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는데다가, 인공 시설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도 자명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다시 운하 얘기가 나왔다. 10년 전에도 전문가들이 보기엔 '경제성 제로'인 국토 파괴 사업이었다. 개인적으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그 이후 어떻게든 이 사업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는 대운하 이후의 4대강 사업이다. 이 정부가 참 그럴싸하게 포장을 했다. 운하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너무 크다보니, 이번엔 강 '살리기'라고 포장을 해 놨다. 말은 그럴싸한데, 본질적으론 다르지 않다. "대구는 항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로도 증명되는 것 아닌가.
주말마다 강으로 향하는 대학 교수…"모래강, 발로 느껴야 안다"
프레시안 : 지난 가을부터 일명 '333프로젝트' 답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원영 : 한강 처럼 콘크리트로 포장된 강,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강이 아닌 진짜 '우리 강'의 원형을 체험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젝트다. 강의 자정 능력을 눈으로 손으로 느껴보자는 것이다. 시민 1만 명을 목표로 333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강으로 가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 (웃음)
언젠가 원로 법조인들과 함께 낙동강 답사를 간 적이 있었다. 버스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한참을 설명해도 시큰둥했던 분들이, 회룡포의 모래강에 직접 발을 담가보고 나서야 모래강의 수질 자정 능력과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단번에 이해하더라. 현장 체험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거리 집회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나오는 사람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시민들이 말로만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들었을 때와 그것을 피부로 체험했을 때 와 닿는 문제의식은 전혀 다르다. '양의 승부'가 아닌 '질의 승부'가 필요한 때이다.
프레시안 : '1만 명'이란 목표는 달성돼 가고 있나?
이원영 : 지난 9월부터 답사를 시작해 현재까지 4200명이 다녀갔다. 버스 임대료를 지원하는 33명의 후원자도 이제 4차 모집을 앞두고 있다. 내년 봄쯤엔 목표했던 1만 명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후엔 동영상을 통해 모래강을 체험하는 '100만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333프로젝트 사이트 바로 가기)
전국 각지에서 참가하는데 최근엔 선생님, 부모님과 함께 온 초등학생 참가자들이 많다. 이 학생들이 앞으로 못 볼지도 모르는 강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답사가 일종의 '순환형 기부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거다. 한 번 답사에 참여했던 분들이 다른 사람들도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후원금을 내기도 하고, 아예 고정적인 후원자로 나서기도 한다. 그 다음엔 또 다른 참가자가 릴레이로 후원에 나선다.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유지·관리비만 연 7,000억 원, 4대강 원상복구 불가피하다"
프레시안 : 4대강 예산안 통과 이후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도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이르렀고, 공정률이 높아지면서 체념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나.
이원영 : 공정률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어차피 원상 복구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일단 유지·관리비용이 만만치 않다. 강기갑 의원실에서 낸 자료만 봐도, 한국수자원공사 이자, 추가 준설비, 수문 운영 인건비까지 연간 7000억 원이나 든다고 하는데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나.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번에 날치기 통과된 친수구역특별법도 그렇다. 수변 개발해서 도시를 조성해도 실효성이 없다. 인구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주택 수요가 많을 땐 수도권에선 신도시 조성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수도권에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논리없이 추진되는 사업이 많은데, 이후에 어떻게 이를 평가하고 심판할지가 관건이다. 이번 4대강 예산안 날치기 통과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정치인에 대해서도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 박근혜 의원이 대표적이다. 2008년 한반도 대운하엔 반대한 박 의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변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프레시안 :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향후 활동 계획은?
이원영 : 일단 4대 종단 종교인들과 함께 4대강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국회의원에 대한 심판을 논의 중이다. 이밖에도 4대강 사업의 위법성을 국제적으로 알려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4대강 사업처럼 우리 사회의 모순점을 낱낱이 드러내 보이는 일도 없을 것이다. 토건 독재의 문제, 기득권 언론의 문제, 권력에 야합하는 일부 학계의 문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모두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을 진행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함께 우리 사회 전체가 그 모습을 닮아가지 않도록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선명수 기자
"MB 덕분에 참 열심히 살았어요"
[인터뷰]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대한하천학회 이원영 교수
기사입력 2010-12-30 오전 10:49:11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등장했던 한반도 대운하. 표면적으로는 폐기됐지만 '4대강 사업'으로 부활해 첫 삽을 뜰 때부터 여전히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였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제 거의 다 완공됐다"면서 논쟁의 종지부를 찍으려 하지만, 연간 7,000억 원의 유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사업은 다음 정권에까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4대강 반대'의 최전선에는 야당과 4대 종단이 있었지만, 이들의 역할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바로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이다.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하며 2008년 결성된 이 모임엔 무려 2,500여 명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고, 이들 중 환경·토목·하천학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한하천학회'는 4대강 사업 반대의 이론적 토대를 생산해내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같은 진보적 교수단체가 있고, 정치·사회·경제 분야에서 몇몇 교수들이 활발하게 정치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주로 이공계열 교수들이 주축이 돼 단일 사안을 갖고 '대정부 투쟁'에 가까운 비판 활동을 벌이는 것도 드문 일이다. 이론적 비판 외에도 직접 현장 답사를 통해 대중의 참여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왕성한 에너지의 원동력은 "진실이 외면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라고 한다.
<프레시안>은 '올해의 인물'로 그들을 주목했다. 이에 교수모임을 활발히 이끌고 있는 이원영 교수(수원대 국토미래연구소장)를 만났다. 그는 올 한 해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다. 주말마다 사람들을 이끌고 낙동강을 찾았고, 각종 토론회에 세미나, 기자회견까지 눈코 뜰 새 없이 1년을 보냈다. 그만큼 가지고 있는 직함도 많다. 환경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환경상'을 2년 내리 수상한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정책위원장부터, 4대강 사업 반대 진영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해온 대한하천학회 상임이사, 그리고 4대강 답사단인 '333프로젝트'의 공동운영위원장까지.
그는 "이명박 대통령 덕분에 참 열심히 살았던 한 해였다"고 특유의 농담을 던졌다. 다음은 29일 가진 이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10년 전 '국토 파괴 사업'으로 판명 났는데…운하 공약에 피가 거꾸로 솟았다"
프레시안 :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이 결성된 지도 만 2년이 됐다. 4대강 사업 논란에 있어서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는데.
이원영 : 2008년 2월 전국 2446명의 대학교수가 대운하 반대에 서명하면서 모임이 꾸려졌다. 현재는 약 2500여 명 규모다. 대선 당시 대운하 공약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고 느꼈던 환경·토목학자들을 중심으로 초동 모임이 결성됐고, 이후 민교협(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 이원영 수원대 교수. ⓒ프레시안(선명수) |
이원영 : 간단하다. 진실이 외면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이다. 그 분노의 힘이 지난 3년의 지속적인 활동을 만들어냈다. 지난 10년 동안 수립됐던 하천 관리 정책이 이명박 정부 들어 완전히 역주행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학자들의 역할이다. 정치적 선입견 없이, 학문과 과학에 근거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4월에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다룬 만화를 제작했는데, 50만 부가 넘게 배포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홍수 예방, 수질 개선, 용수 확보 등 정부가 주장하는 4대강 사업 추진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했는데,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호응이 좋았던 것 같다. 지방선거 당시엔 선거관리위원회가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이 만화를 삭제하라고 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지방선거의 여당 참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프레시안 :직함이 참 많은데, 4대강 사업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된 계기는?
이원영 : 전공이 도시계획, 국토계획이다 보니 1997년 경기도에서 정책 자문 역할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검토를 요청 받았던 것이 경부운하에 관한 구상 보고서였는데, 함께 검토한 각계 전문가들이 보기엔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운하 자체의 경제성이 전혀 없었고, 갈수기에 수질 관리가 안 되는 문제도 있었다. 식수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는데다가, 인공 시설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도 자명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다시 운하 얘기가 나왔다. 10년 전에도 전문가들이 보기엔 '경제성 제로'인 국토 파괴 사업이었다. 개인적으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그 이후 어떻게든 이 사업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는 대운하 이후의 4대강 사업이다. 이 정부가 참 그럴싸하게 포장을 했다. 운하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너무 크다보니, 이번엔 강 '살리기'라고 포장을 해 놨다. 말은 그럴싸한데, 본질적으론 다르지 않다. "대구는 항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로도 증명되는 것 아닌가.
주말마다 강으로 향하는 대학 교수…"모래강, 발로 느껴야 안다"
프레시안 : 지난 가을부터 일명 '333프로젝트' 답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원영 : 한강 처럼 콘크리트로 포장된 강,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강이 아닌 진짜 '우리 강'의 원형을 체험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젝트다. 강의 자정 능력을 눈으로 손으로 느껴보자는 것이다. 시민 1만 명을 목표로 333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강으로 가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 (웃음)
언젠가 원로 법조인들과 함께 낙동강 답사를 간 적이 있었다. 버스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한참을 설명해도 시큰둥했던 분들이, 회룡포의 모래강에 직접 발을 담가보고 나서야 모래강의 수질 자정 능력과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단번에 이해하더라. 현장 체험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거리 집회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나오는 사람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시민들이 말로만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들었을 때와 그것을 피부로 체험했을 때 와 닿는 문제의식은 전혀 다르다. '양의 승부'가 아닌 '질의 승부'가 필요한 때이다.
▲ 이원영 교수가 답사 참가자들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33프로젝트답사단 |
프레시안 : '1만 명'이란 목표는 달성돼 가고 있나?
이원영 : 지난 9월부터 답사를 시작해 현재까지 4200명이 다녀갔다. 버스 임대료를 지원하는 33명의 후원자도 이제 4차 모집을 앞두고 있다. 내년 봄쯤엔 목표했던 1만 명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후엔 동영상을 통해 모래강을 체험하는 '100만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333프로젝트 사이트 바로 가기)
전국 각지에서 참가하는데 최근엔 선생님, 부모님과 함께 온 초등학생 참가자들이 많다. 이 학생들이 앞으로 못 볼지도 모르는 강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답사가 일종의 '순환형 기부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거다. 한 번 답사에 참여했던 분들이 다른 사람들도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후원금을 내기도 하고, 아예 고정적인 후원자로 나서기도 한다. 그 다음엔 또 다른 참가자가 릴레이로 후원에 나선다.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유지·관리비만 연 7,000억 원, 4대강 원상복구 불가피하다"
프레시안 : 4대강 예산안 통과 이후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도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이르렀고, 공정률이 높아지면서 체념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나.
이원영 : 공정률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어차피 원상 복구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일단 유지·관리비용이 만만치 않다. 강기갑 의원실에서 낸 자료만 봐도, 한국수자원공사 이자, 추가 준설비, 수문 운영 인건비까지 연간 7000억 원이나 든다고 하는데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나.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번에 날치기 통과된 친수구역특별법도 그렇다. 수변 개발해서 도시를 조성해도 실효성이 없다. 인구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주택 수요가 많을 땐 수도권에선 신도시 조성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수도권에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논리없이 추진되는 사업이 많은데, 이후에 어떻게 이를 평가하고 심판할지가 관건이다. 이번 4대강 예산안 날치기 통과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정치인에 대해서도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 박근혜 의원이 대표적이다. 2008년 한반도 대운하엔 반대한 박 의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변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프레시안 :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향후 활동 계획은?
이원영 : 일단 4대 종단 종교인들과 함께 4대강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국회의원에 대한 심판을 논의 중이다. 이밖에도 4대강 사업의 위법성을 국제적으로 알려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4대강 사업처럼 우리 사회의 모순점을 낱낱이 드러내 보이는 일도 없을 것이다. 토건 독재의 문제, 기득권 언론의 문제, 권력에 야합하는 일부 학계의 문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모두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을 진행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함께 우리 사회 전체가 그 모습을 닮아가지 않도록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선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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