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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이 추운 날, 초등생 나무심기…‘4대강 홍보’ 너무하네

이 추운 날, 초등생 나무심기…‘4대강 홍보’ 너무하네


9일 오전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4대강 살리기 사업 3공구 현장에서 여주 군민과 여주 능서매류초등학교 학생들이 나무를 심으며 4대강 수변생태공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생 MT가 4대강 홍보수단으로 활용된 데 이어 초등학생들까지 4대강 행사에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9일 오전 10시쯤 경기 여주군 대신면 당남지구에선 때아닌 나무심기 행사가 열렸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가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숨쉬는 4대강 수변생태공간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남한강변 생태 숲가꾸기’ 행사였다.

당남지구는 정부의 4대강 사업 3공구 현장으로 5만여㎡에 달하는 광활한 천연 숲을 갈아 없앤 뒤 인위적으로 수변 생태공원을 만들고 있는 곳이다.

행사에는 김춘석 여주군수, 이범관 국회의원, 김규창 여주군의회의장, 이충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을 비롯해 여주군민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매류초등학교 4·5·6학년 학생 41명도 참가했다. 이날 학생들은 체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날씨 속에서 몸을 떨면서 고생을 했다. 기념식이 열리는 동안 타고 온 차 안에서 몸을 녹이다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생태공원내 야구장 조성 부지 주변 자연학습장과 둔치에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었다.

한 학부모는 “4대강 나무심기 행사를 한다면서 이 추위에 어린 학생들을 왜 참가시키는지 모르겠다”며 “나무심기가 교육적인 측면에서 무슨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여주군 관계자는 “학부모 동의를 얻어 한 것이며 강제로 동원하지 않았다”면서 “학생들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고생은 했지만 의미있는 행사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 측도 “공무원들만 참여하기보다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마련한 행사”라며 “초등학생의 경우 공사장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 학생들로 모두 자발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심은 나무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강변에 심기 적합하지 않은 나무라는 것이다. 이날 심은 나무는 교목(느티나무·은행나무) 50주와 관목(철쭉) 3,000주다. 환경전문가들은 느티나무, 은행나무 등은 강변에 적합하지 않은 나무로, 물가에 잠기면 죽는다고 지적했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지금 남한강 주변에는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 나무나 마구 심고 있다”면서 “이처럼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으면 주변에 자생하는 다른 수종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금강(12일), 영산강(19일), 낙동강(19일) 순으로 이팝나무·영산홍·소나무 등 1만4700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경북 상주시청 관계자는 “19일 오후 2~4시 낙동강 34공구와 33공구에 걸쳐 있는 도남동 도남서원 입구 고수부지와 제방에서 나무 심기를 한다”며 “지역 주민에 대한 홍보 차원에서 왕벚나무·느티나무 등 교목 100 그루와 철쭉·조팝나무 등 관목 5,000 그루는 4대강추진본부에서 제공하고 우리는 인원 동원만 한다”고 말했다.

나주시도 19일 오후 영산강 석현지구 강변에서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나주시는 주민 150명, 시민단체 대표·회원 50명, 기업체·기관 대표 50명, 공무원 100명 등 350명을 동원키로 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강변이 조금 급하고 공사 중인 상태라 학생이나 어린이를 동원할 계획은 애초부터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