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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한겨레21] 제833호 - “와우 24조?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

“와우 24조?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 [2010.10.29 제833호]
[표지이야기]
G20 경제효과 24조원 등 국내의 보랏빛 전망 전하자 세계시민사회 이론가·운동가들 “와우” 외쳐…
입국 거부당한 일본 활동가 “인권유린” 호소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중독성 강한 공익광고 한 편을 내놓았다. 귀엽게 생긴 외국인 소녀의 시선을 빌려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하는 광고였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터지자 복구에 힘을 보태겠다며 시민이 직접 나서는 모습이나, 세계가 경제위기였을 때 통장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외국인에게는 이상하게 비친다는 내용이었다.


» 한국에 앞서 지난 6월 제4차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세계 각국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모여 반세계화 구호를 외쳤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토론토 시민 70% “G20 개최는 실수”

공익광고 버전이 아니라 실제로는 어떨까? 한국의 G20 정상회의 준비 과정을 바라보는 세계 시민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와 경제단체 등이 전망하는 G20 경제 효과에 대해 전해들은 캐나다 폴라리스 연구소의 토니 클라크는 <한겨레21> 인터뷰에서 “와우”라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는 물의 상품화와 민영화 실태를 다룬 저서 <블루골드>로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시민사회 이론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9월15일 ‘서울 G20 정상회의와 기대효과’ 보고서에서 G20의 파급효과를 최대 24조6359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한국무역협회는 10월7일 보고서에서 좀더 과감하게 경제적 효과가 31조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서울 G20 준비위원회는 이같은 전망치를 홈페이지 등에서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토니 클라크는 한국이 기대하는 G20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자 캐나다의 경험을 소개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지난 6월 제4차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와, G20 토론토 정상회의에서는 그렇게 엄청난 경제적 수익을 얻었다는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정상회의 개최로 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별로 없다. 이와 관련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수치는 정상회의가 열리는 기간에 호텔 객실 이용률이 100%가 됐다는 것과, 이로 인한 수익이 발생할 거란 이야기였다. 수치로 환산하면 5천만달러 안팎이었다. 다른 경제적 효과가 있다면 식당과 택시업계가 얻는 부수적인 효과 정도였다.”

실제로 그는 토론토 정상회의가 끝난 뒤 캐나다에서 G20 개최가 지역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정상회의 개최를 이유로 보안이 강화된 구역에 생계 기반이 있던 소규모 자영업자와 가게 주인은 일정 기간 생계를 포기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토론토 정상회의로 경제적 손실을 입은 사람들인데, 캐나다 정부는 이들에게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았다.”

G20 토론토 정상회의가 캐나다인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 계기는 오히려 정부가 행사 준비와 보안 강화에 12억달러의 예산을 쓰겠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도 캐나다 길거리에서는 대형 시위가 발생했고 1천 명이 넘는 사람이 시위 혐의로 체포됐다. 토니 클라크는 “토론토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자 관련 의제는 관심에서 멀어진 대신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만 남았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캐나다의 주요 설문조사기관 가운데 한 곳에서 캐나다 국민을 상대로 G20 정상회의 개최가 실수였느냐고 묻자, 전체 응답자의 6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직접 행사가 치러진 토론토 지역 시민은 70%가 ‘그렇다’고 했다.”

» 일본의 평화활동가인 사코다 히데후미. 청와대사진기자단
프랑스인 “개최 사실 거의 모른다”

서울에 이어 제6차 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프랑스 시민사회에서도 G20을 정치적 행사로 보는 시각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시민사회단체인 국제금융관세연대(ATTAC·아탁)의 아멜리에 카농은 “2012년 5월 프랑스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G20 같은) 국제회의 유치 실적을 자신의 임기 연장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일반인은 아직 G20 개최 사실을 거의 모른다”고 말했다.

1998년 창설된 아탁은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시위, 2001년 스위스 제네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반대 시위에 나선 이래 국제통화기금(IMF)과 WTO의 구조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단체다. 이들은 투기자본의 횡포와 조세회피에 대항해 외환거래에 1%의 세금을 물려 제3세계 개발에 투입하자는 이른바 ‘토빈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아탁은 11월6일부터 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나는 12일까지 ‘G20대응민중행동’ 등의 주최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G20 대응 공동행동주간’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멜리아 카농은 “G8과 마찬가지로 G20 역시 정당성이 없는 기구이기 때문에 G20의 역할은 끝났다고 본다”며 “G20 서울 정상회의에도 더 이상 기대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카농의 한국 입국이 순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법무부가 ‘G20 정상회의 출입국 안전대책’에 따라 외국인 입국 제한 조처를 크게 강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평화활동가 사코다 히데후미는 지난 7월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입국을 거절당했다.

“정상회의 개최로 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별로 없다.
G20 토론토 정상회의와 관련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수치는
정상회의가 열리는 기간에 호텔 객실 이용률이 100%가 됐다는 것이다.”
- 캐나다 폴라리스 연구소의 토니 클라크


“아, 지금 다시 생각하니까 정말 화가 난다. 가나가와현 미군기지 반대운동을 함께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 10여 명과 원래부터 1년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해왔다. 경기 평택이나 의정부 등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를 방문하고 해당 지역 주민·활동가와 만나 대화하는 정도의 행사였다.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종의 여행이다. 그런데 그날 입국심사를 하는데 유독 나만 걸렸다. 왜 한국을 방문할 수 없는지도 말해주지 않았다. 공항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AWC 맞죠’ 하고 물은 것이 내가 입국하지 못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AWC란 ‘미일 제국주의반대 아시아공동행동’이라는 이름의 일본 시민사회단체를 가리킨다. 사코다는 “AWC 회원 여부를 확인하는 걸 보니 블랙리스트를 따로 뽑아놓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도) 이명박 정부 때문에 어디 들어갈 수나 있겠나. 나는 조만간 주일 한국대사관에 가서 따질 생각이다. 전자우편을 보냈지만 무시당했다. 답장도 없다. 이건 인권유린 아닌가. 가서 ‘나는 벌레가 아니다’라고 외치겠다.”

» 캐나다 폴라리스 연구소의 토니 클라크.청와대사진기자단
국제노총 “G20 경호안전특별법 우려”

국제노총(ITUC)에서는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고용창출에 초점을 맞춘 경기부양책 유지 △교육·훈련 등 사람에 대한 투자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 체제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에 주요 역할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G20 정상회의를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노점상, 노숙인 등에 대한 경찰의 표적 단속에도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샤론 버로 ITUC 사무총장은 10월22일 <한겨레21>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ITUC는 이미 한국의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G20 경호안전특별법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며 “한국 정부가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이같은 조처를 즉각 철회하지 않는다면 이는 한국에 대한 국제적 평판에 해를 끼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도쿄(일본)=황자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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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계화 이론가 세라 앤더슨 인터뷰
“더 나은 G20은 가능하다. 시민의 감시로”

» 반세계화 이론가 세라 앤더슨
세라 앤더슨은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에서 세계경제 프로젝트 디렉터를 맡고 있다. 2000년 미 의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평가 및 개혁을 위해 만든 이른바 ‘멜처위원회’(국제금융기구 자문위원회)에 참여했다. 당시 멜처위원회는 IMF와 세계은행을 겨냥해 ‘지구촌 빈곤 해소’와 ‘균형성장’이라는 애초 목적보다 선진 7개국(G7), 특히 미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에 놀아나고 있다며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월든 벨로, 헬레나 노르베르크 호지, 반다나 시바 등과 함께 반세계화 진영의 핵심 이론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반세계화 운동의 교과서’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의 공동 저자로 2003년 한국에 알려졌다. ‘G20대응민중행동’과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서울 국제민중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1월 초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을 맡은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나.
=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신흥 경제국이 G20 의장국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1990년대 경제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G20 의제에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가가기 바라고, 개발 이슈를 주요 의제로 삼아줬으면 한다. 그게 아니라 이번 G20 회의가 더 활발한 자유무역과 더 많은 IMF 대출, 더 공허한 원조 약속을 내놓는 데 그친다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이슈는 G20을 포함해 새천년개발목표(MDGs)에 관한 유엔 정상회의 등에서도 논의해왔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 한국이 다섯 번째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된 이유는 뭐라고 보나.
= 잘 모르겠다. G20 공식 홈페이지에는 “G20 의장국은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하고, 매년 다른 대륙에서 뽑는다”고 나와 있다. (G20 재무장관 회의를 포함해) 2005년 이후 아시아가 의장국이 된 적은 없다. 2010년 의장국을 아시아에서 해야 한다면, 각각 2002년과 2005년 의장국을 맡은 인도와 중국을 뺀 나머지, 즉 한국이나 일본, 인도네시아 정도가 후보였을 것이다.

- 각 대륙이 돌아가면서 한다는 원칙 외에 다른 고려가 없었다는 뜻인가.
= 개최국으로 한국을 일부러 지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진행하는 미국이 한국 개최를 강력하게 지지했을 수는 있다고 본다.

- 개발 이슈도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 2009년 4월 (영국 런던) 정상회의 때 G20은 IMF가 그동안 해온 관행에 대해 별다른 개혁 없이 모두 1조달러 이상의 IMF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이는 곧 G20 국가에서 저소득 국가로 옮겨간 새로운 형태의 빚에 불과했다. 만약 G20이 IMF의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지 않은 채 IMF를 통한 경제개발 방식을 계속 고수한다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 지금의 세계경제 질서에서 G20 정상회담은 어떤 권위를 갖는다고 보는가.
= G20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2008년 경제위기 직후 경기부양책을 효과적으로 조율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G20은 뚜렷한 경기회복의 징후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이런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정상들은 단지 자국의 정치적 상황에만 매달려 있다. 우리나라인 미국부터 그렇다.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적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는 반면, 대기업은 그의 핵심 경제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해 수조달러씩 쏟아붓고 있다. 미국이 G20 의제에 맞게 어떤 개혁을 추진한다면 이는 다자간 협상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녹록지 않은 국내적 상황을 고려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서울에 가서 수많은 합의에 서명하더라도 이것이 귀국해서 곧바로 실행하겠다는 약속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 G20 정상회의를 맞아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 G20의 정당성을 물어야 한다. 임의로 선출된 기구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경제정책을 만드는 것이 타당하냐고 따져야 한다. 시민사회가 G20에 개입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좀더 투명한 절차와 전면적인 개혁, 국제적 경제협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G20 의제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도 중요하다.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한국 시민사회가 지금 안팎에서 그 역할을 잘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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