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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중독성 강한 공익광고 한 편을 내놓았다. 귀엽게 생긴 외국인 소녀의 시선을 빌려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하는 광고였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터지자 복구에 힘을 보태겠다며 시민이 직접 나서는 모습이나, 세계가 경제위기였을 때 통장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외국인에게는 이상하게 비친다는 내용이었다.
» 한국에 앞서 지난 6월 제4차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세계 각국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모여 반세계화 구호를 외쳤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토론토 시민 70% “G20 개최는 실수”
공익광고 버전이 아니라 실제로는 어떨까? 한국의 G20 정상회의 준비 과정을 바라보는 세계 시민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와 경제단체 등이 전망하는 G20 경제 효과에 대해 전해들은 캐나다 폴라리스 연구소의 토니 클라크는 <한겨레21> 인터뷰에서 “와우”라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는 물의 상품화와 민영화 실태를 다룬 저서 <블루골드>로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시민사회 이론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9월15일 ‘서울 G20 정상회의와 기대효과’ 보고서에서 G20의 파급효과를 최대 24조6359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한국무역협회는 10월7일 보고서에서 좀더 과감하게 경제적 효과가 31조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서울 G20 준비위원회는 이같은 전망치를 홈페이지 등에서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토니 클라크는 한국이 기대하는 G20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자 캐나다의 경험을 소개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지난 6월 제4차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와, G20 토론토 정상회의에서는 그렇게 엄청난 경제적 수익을 얻었다는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정상회의 개최로 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별로 없다. 이와 관련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수치는 정상회의가 열리는 기간에 호텔 객실 이용률이 100%가 됐다는 것과, 이로 인한 수익이 발생할 거란 이야기였다. 수치로 환산하면 5천만달러 안팎이었다. 다른 경제적 효과가 있다면 식당과 택시업계가 얻는 부수적인 효과 정도였다.”
실제로 그는 토론토 정상회의가 끝난 뒤 캐나다에서 G20 개최가 지역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정상회의 개최를 이유로 보안이 강화된 구역에 생계 기반이 있던 소규모 자영업자와 가게 주인은 일정 기간 생계를 포기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토론토 정상회의로 경제적 손실을 입은 사람들인데, 캐나다 정부는 이들에게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았다.”
G20 토론토 정상회의가 캐나다인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 계기는 오히려 정부가 행사 준비와 보안 강화에 12억달러의 예산을 쓰겠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도 캐나다 길거리에서는 대형 시위가 발생했고 1천 명이 넘는 사람이 시위 혐의로 체포됐다. 토니 클라크는 “토론토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자 관련 의제는 관심에서 멀어진 대신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만 남았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캐나다의 주요 설문조사기관 가운데 한 곳에서 캐나다 국민을 상대로 G20 정상회의 개최가 실수였느냐고 묻자, 전체 응답자의 6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직접 행사가 치러진 토론토 지역 시민은 70%가 ‘그렇다’고 했다.”
» 일본의 평화활동가인 사코다 히데후미. 청와대사진기자단 |
서울에 이어 제6차 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프랑스 시민사회에서도 G20을 정치적 행사로 보는 시각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시민사회단체인 국제금융관세연대(ATTAC·아탁)의 아멜리에 카농은 “2012년 5월 프랑스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G20 같은) 국제회의 유치 실적을 자신의 임기 연장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일반인은 아직 G20 개최 사실을 거의 모른다”고 말했다.
1998년 창설된 아탁은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시위, 2001년 스위스 제네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반대 시위에 나선 이래 국제통화기금(IMF)과 WTO의 구조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단체다. 이들은 투기자본의 횡포와 조세회피에 대항해 외환거래에 1%의 세금을 물려 제3세계 개발에 투입하자는 이른바 ‘토빈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아탁은 11월6일부터 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나는 12일까지 ‘G20대응민중행동’ 등의 주최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G20 대응 공동행동주간’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멜리아 카농은 “G8과 마찬가지로 G20 역시 정당성이 없는 기구이기 때문에 G20의 역할은 끝났다고 본다”며 “G20 서울 정상회의에도 더 이상 기대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카농의 한국 입국이 순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법무부가 ‘G20 정상회의 출입국 안전대책’에 따라 외국인 입국 제한 조처를 크게 강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평화활동가 사코다 히데후미는 지난 7월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입국을 거절당했다.
“정상회의 개최로 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별로 없다.
G20 토론토 정상회의와 관련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수치는
정상회의가 열리는 기간에 호텔 객실 이용률이 100%가 됐다는 것이다.”
- 캐나다 폴라리스 연구소의 토니 클라크
“아, 지금 다시 생각하니까 정말 화가 난다. 가나가와현 미군기지 반대운동을 함께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 10여 명과 원래부터 1년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해왔다. 경기 평택이나 의정부 등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를 방문하고 해당 지역 주민·활동가와 만나 대화하는 정도의 행사였다.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종의 여행이다. 그런데 그날 입국심사를 하는데 유독 나만 걸렸다. 왜 한국을 방문할 수 없는지도 말해주지 않았다. 공항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AWC 맞죠’ 하고 물은 것이 내가 입국하지 못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AWC란 ‘미일 제국주의반대 아시아공동행동’이라는 이름의 일본 시민사회단체를 가리킨다. 사코다는 “AWC 회원 여부를 확인하는 걸 보니 블랙리스트를 따로 뽑아놓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도) 이명박 정부 때문에 어디 들어갈 수나 있겠나. 나는 조만간 주일 한국대사관에 가서 따질 생각이다. 전자우편을 보냈지만 무시당했다. 답장도 없다. 이건 인권유린 아닌가. 가서 ‘나는 벌레가 아니다’라고 외치겠다.”
» 캐나다 폴라리스 연구소의 토니 클라크.청와대사진기자단 |
국제노총(ITUC)에서는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고용창출에 초점을 맞춘 경기부양책 유지 △교육·훈련 등 사람에 대한 투자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 체제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에 주요 역할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G20 정상회의를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노점상, 노숙인 등에 대한 경찰의 표적 단속에도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샤론 버로 ITUC 사무총장은 10월22일 <한겨레21>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ITUC는 이미 한국의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G20 경호안전특별법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며 “한국 정부가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이같은 조처를 즉각 철회하지 않는다면 이는 한국에 대한 국제적 평판에 해를 끼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도쿄(일본)=황자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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