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乾坤一擲
명절 때 가족 놀이로 제격인 게 윷놀이다. 윷놀이는 사희(柶戱) 또는 척사(擲柶)라 한다. 사(柶)는 윷을 가리키며, 척(擲)은 던진다는 뜻이다. 일척(一擲)은 한 번 던진다는 것으로 당(唐)대 문장가 한유(韓愈)의 칠언절구 ‘홍구를 지나며(過鴻溝)’에 나온다.
‘용은 지치고 범도 고달파 강과 들을 나누었으니(龍疲虎困割川原) 억만 창생의 목숨이 살아남게 되었구나(億萬蒼生性命存). 누가 군왕에게 권해 말머리를 돌리게 했는가(誰勸君王回馬首). 참으로 한 번 던짐으로써 하늘과 땅을 걸게 만들었구나(眞成一擲賭乾坤).’
유방(劉邦)과 항우(項羽)는 싸움에 지쳐 천하를 양분키로 한다. 백성도 전란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항우의 약세를 본 유방의 신하들이 유방의 말머리를 돌리게 해 마침내 항우와 천하의 패권을 놓고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 한유는 그 싸움이 있었던 홍구를 지나며 이 시를 읊었다. 여기서 한 번 이기면 하늘과 땅이 다 내 것이요, 지면 하늘과 땅을 모두 잃는다는 뜻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이란 말이 나왔다.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 힘겨루기가 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싼 건곤일척의 내음을 풍긴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청(淸)이 패한 이후 일본은 댜오위다오를 차지했고, 아시아의 패권 또한 일본으로 넘어갔다. 이제 그 보복이라도 하려는 듯 최근 중국의 태도가 여간 강경한 게 아니다. 19세기 말의 치욕을 한 세기 건너뛴 21세기 초에 앙갚음이라도 하려는 듯하다.
이런 중국의 모습에선 흙 바람 일으키며 다시 달려오는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기세가 느껴진다. 권토중래 또한 만당(晩唐)의 대표적 시인 두목(杜牧)의 칠언절구인 ‘제오강정(題烏江亭)’에 나온다.
‘승패는 병가의 상사라 예측하기 어렵다(勝敗兵家事不期). 부끄러움을 안고 치욕을 참을 줄 아는 게 남아다(包羞忍恥是男兒). 강동의 자제 중엔 인재도 많아(江東子弟多才俊) 땅을 말아 다시 오면 알 수도 없었을 텐데(捲土重來未可知).’ 유방에게 패한 항우가 훗날을 기약하지 않고 자결한 것을 아쉬워한 노래다. 절치부심(切齒腐心) 끝에 권토중래의 모습으로 등장한 중국이 아시아 맹주의 자리로 복귀하기 위해 일본과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는 것 같다.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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