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
우포에 가면 삶이 깊어진다.
풀숲 사이로 피어오르는 물안개 때문도 아니고
대지를 붉고 노랗게 물들이며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 때문도 아니다.
새벽부터 물질을 하는 어부 역시 까닭은 되지 못한다.
당신, 그 나이를 아는가.
1억 4천만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숫자를 나이로 먹고 사는 우포늪.
지구에 인류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자연의 늪.
오로지 내일만 꿈꾸며 살았던 사람들에게
우포늪은 오늘을 꿈꾸라고 말한다.
우주의 영원한 공간 속에 찰나로 존재하는 그대,
미움과 아쉬움과 서글픔은 모두 버리고
여기 거대한 시공 속에 당당히 서라고 이른다.
더 이상 오늘을 버리지 말고
장롱 속에 아껴두었던 옷을 꺼내 입 듯
미련 없이 새 신발을 신고 문밖으로 나가라고 부추긴다.
'읽을거리 > 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에게 배운다 (0) | 2009.11.22 |
---|---|
연봉높은 조인성은 세상에 없습니다. (0) | 2009.11.22 |
가족과의 사랑은 무한리필이 아닙니다 (0) | 2009.11.22 |
언제고 찾아들지 모르는 사랑에... (0) | 2009.11.22 |
날씨 휴가, 그 발칙한 상상 (0) | 2009.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