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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읽고

가족과의 사랑은 무한리필이 아닙니다




    일년에 딱 하루, 생일은 누구와 보내시나요?
    지난 여름휴가는 누구와 다녀오셨나요?
    올 크리스마스엔 누구와 보낼 계획이신가요?


    생일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자정을 넘겨 들어오기 일쑤고
    여름휴가는 부모님한테 친구들과 놀러 간다고 거짓말하고는
    보란듯 커플티를 입고 제주도 6성급 호텔로 다녀왔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라는 것도 해보고
    올해는 오매불망 꿈꾸던 공연의 티켓오픈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빨간 날을 집에서 보낸다는 것, 그건 젊음을 방치하는 것과 같고
    부모님과 휴일을 지낸다는 건 보려는 영화가 모두 매진일 때
    어쩔 수 없이 시시한 영화를 봐야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갑작스런 아빠의 간암 말기 판정.
    우리 가족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네요.
    독한 말을 쏟아내며 대들었던 치기를 후회하고
    가족끼리 밥 먹자는 말을 '다음에, 다음에'라고 미룬 걸 후회하고
    주름 깊은 손을 어루만지며 '잘해 줄 걸, 잘해 줄 걸', 우는 것 말고는.

    우리 엄마와 아빠는, 제 생일엔 동네제과점에서 사 놓은 케이크상자를 보며 얼마나 기다리셨을까요.
    크리스마스엔 휘황찬란한 트리장식을 TV로 보시며 얼마나 쓸쓸하셨을까요.
    그 때마다 아홉 시 뉴스를 보시며 두 분이서 조용한 식사를 하셨겠지요.


    만시지탄.
    세상일에 눈 돌리다 이제사 효도를 하려고 하니 그땐 이미
    나이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없다는 사자성어입니다.
    무한리필일 것만 같았던, 그래서 우선순위에서 늘 밀려났던
    가족과의 시간들이 아깝고 아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