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나흘 쯤 빈둥거리며 살고 싶었습니다.
화장실 가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맘껏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습니다.
아니, 그 마저도 마뜩찮고 내키지 않으니 그저 내버려지고 싶은 마음 뿐이었지요.
불편한 사람과 통화할 일도, 다급하게 시계를 들여다 볼 일도 없는 하루하루가
일탈이 아닌 일상이 되어준다면 참 고마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평소 불가능했던 일들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무단결근을 하고 핸드폰은 꺼놓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마음이 편안 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가슴이 방망이질을 치고 정돈되지 않은 마음에
어지러웠습니다. 자정이 지나 핸드폰을 켜보니 모든 사람들이 나를 찾느라고
애먹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부재중 1통화...
그나마 그 주인공은 1588로 시작하는 번호였습니다.
휴식이 아닌 표류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날.
출근길에 마주치는 모든 풍경들이 3월의 꽃봉오리처럼 설레고 반갑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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