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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보 설치 탓’ 알았으면서…왜 자꾸 하늘 탓할까

‘보 설치 탓’ 알았으면서…왜 자꾸 하늘 탓할까
[토요판] 뉴스분석 왜?
낙동강 녹조, 정부 거짓말

[한겨레] 글 남종영 기자, 사진 장하나 의원실 제공 | 등록 : 2012.08.10 17:28 | 수정 : 2012.08.11 12:20


▲ 지난 9일 4대강 사업으로 세워진 낙동강의 합천창녕보 일대도 녹조에 뒤덮였다. 소수력발전소 인근 지천의 물 흐름이 정체돼 녹조가 피면서 죽은 물고기가 발견됐다. 남조류가 번성하면 수중 산소가 줄어들면서 수생태계도 위협받는다. 장하나 의원실 제공

‘녹조 현상과 4대강 사업은 관련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공무원들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대통령의 한마디는 ‘집안 단속’ 효과가 큽니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방사성 물질이 국내에 올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발언 그리고 지난 6월 “(4대강 사업으로) 홍수와 가뭄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발언 뒤에 펼쳐진 모습이 지금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미리 결론을 내릴 경우 과학적 객관성은 지탱하기 힘들어집니다. 정치적 언사가 과학을 짓누르게 되는 것이죠.

낙동강 8개 보가 물길 막아 유속 느려지고 수온 상승, 남조류 번성에 부채질한 꼴

“날은 덥고 비가 안와서…” 천재지변 몰고 가는 정부
작년 4대강 사업 보고서엔
“보 설치땐 부영양화 우려” 방재 대책까지 내놔


지난달 30일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 앞에서 환경단체인 녹색연합과 <한겨레>에 의해 처음 발견된 낙동강 중류의 녹조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북상하고 있다. 10일 녹조 현상을 이루는 남조류 세포 수는 낙동강 중류인 강정고령보·달성보·구미보에서 3만~5만개로, 조류예보제상 ‘조류 경보’ 수준의 최대 10배 가까이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녹조는) 기후 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하늘에 화살을 돌렸다. 반면 환경단체는 9일 이 대통령에게 ‘녹조수 발명상’을 수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낙동강 녹조의 원인으로 4대강 사업을 지목하고 있다. 누가 옳을까?


‘조류 경보’ 수준의 최대 10배 육박

우선 낙동강 중류와 북한강의 녹조 현상은 구별해서 봐야 한다. 올해처럼 눈으로도 쉽게 구별되는 녹조 현상은 북한강·한강에서 몇년에 한번꼴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낙동강 중류에서는 결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녹조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물빛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보통 겨울에는 규조류가, 여름에는 남조류가 번식하는데, 육안으로도 관찰되면 ‘녹조 현상’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남조류다. 남조류 가운데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원소를, ‘아나베나’는 ‘아나톡신’이라는 독성 원소를 지니고 있다.

녹조 현상은 △높은 수온 △많은 일사량 △느린 유속 등 세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발생한다. 여기에 부영양화 물질인 인이나 질소가 조류 번식의 원료가 된다. 유속이 느릴수록 남조류는 더욱 번성하기 마련이다. 물이 느리게 흐를수록 단위 면적이 받는 일사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강에서 녹조 현상이 생긴 이유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한강의 경우 가장 최근에는 2008년 7월에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팔당호에서 남조류 세포가 1㎖당 7300개까지 번식해 ‘조류주의보’가 발령됐다. 우리가 느끼는 바와 달리 한강은 일종의 ‘계단식 호수’다. 강물이 자연 상태로 흐르지 않고 댐과 보에 막혔다 흐르길 반복한다. 1934년 청평댐이 수력발전용으로 세워진 이래 의암댐(67년), 팔당댐(73년)이 차례로 한강을 가로막았다. 화룡점정은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이었다. 서울올림픽에 앞서 한강 서울 구간에 유람선을 띄우기 위해 각각 86년과 87년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를 세워 물을 가둔 것이다. 한강 백사장은 사라지고 춘천에서 서울까지 한강은 개미처럼 강물이 흘러가는 계단식 호수가 되었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모범을 한강에서 찾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는 8개의 보가 들어섰다. 4대강 사업의 목표인 ‘수자원 확보’를 위해서라면 물 부족 지역에 집중적으로 보가 설치돼야 하지만 하류를 제외하곤 20~40㎞ 안팎에 하나씩 세워졌다. 일부에게 ‘대운하 계획의 흔적’ 혹은 ‘대운하의 전초 단계’라고 의심받는 이유다. 그럼 얼마나 유속이 느려졌을까? 정부는 낙동강 녹조에 8개 보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안동댐에서 하굿둑까지 강물이 내려가는 데 며칠이 걸리는지를 보여주는 ‘체류일수’는 밝히지 않고 있다. 김상배 낙동강환경청장의 말이다.

“아직 알 수가 없어요. 수자원공사에 요청했는데 날마다 수문의 개폐 시기가 달라 아직 축적된 자료가 없다고 합니다.”

“수질 관련 주무부서가 체류일수도 모른다고요?”

“우리가 유량 주무부서가 아니다 보니….”

현재 정부 주장에서 남조류 번성의 주요 변수인 유속은 빠져 있다. 물론 높은 수온과 일사량이 낙동강 녹조를 일으켰다는 것에 대해선 환경단체도 인정한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 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가 말했다.

“과거에는 낙동강 중류에서는 대구 공단과 금호강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돼 총인(부영양화 물질) 농도가 높았지만 이런 녹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덩달아 수온도 빨리 높아지면서 상승효과가 일어나죠.”

사실 보를 세우면 조류가 많아지는 건 상식에 속한다. 정부에서 이런 상식이 뒤집어진 건 낙동강 중류에 남조류가 번성한 지난달 말부터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장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정부는 공식 보고서에서 낙동강의 남조류 발생을 예측했고 방재 대책까지 제시해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이 공개한 ‘함안보 수역 조류발생 대응방안’(2011년 7월 환경부 작성)을 보면, 환경부는 선제적인 조류 예방대책을 펴더라도 여름철 집중 강우 뒤에 수온이 상승하면서 유해 남조류 개체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낙동강 사업 완료 뒤 수질이 개선되더라도 국지적 조류 과다 발생 때 심미적 영향으로 인해 낙동강 수질에 대한 국민 불신이 우려”된다며 현재 상황을 일부 ‘예견’하기도 했다.

2009년 환경부와 국토해양부가 협의를 마친 낙동강 중류(2권역)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보를 설치할 경우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져 수질 오염물질 정체 및 조류 발생 등 부영양화가 우려된다”며 다음과 같은 방재 대책을 주문하기까지 했다. △폭기시설 설치(달성보) △물순환 장치 설치(칠곡보) △수질정화 식물 식재(구미보) 등으로 조류 발생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국토해양부도 지난해 12월 낸 <보 유역의 환경관리방안 연구 및 최종보고서>에서 호소 내 응집제 투여 등 극약 처방을 내놓기까지 했다. 응집제에는 생태계 독성이 있어서 지금껏 하천에 투여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 9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주변에 생긴 녹조 상황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앞)이 조사하고 있다. 장하나 의원실 제공


유일한 임시처방은 ‘보 수문 완전개방’

낙동강 남조류를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희석 방류’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안동·남강 댐의 오염되지 않은 물을 흘려보내고 8개 보의 수문을 완전 개방함으로써 녹조 현상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원래 정부는 4대강 사업 계획서인 ‘4대강 마스터플랜’에서, 유역별로 기상·기후를 관측해 보와 댐 운영에 연계하는 선진국형 ‘수문기상 시스템’(수문기상 시나리오)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같으면 기상청이 유역별로 강수량과 일사량 그리고 유량과 증발산량 등을 예보하면, 국토해양부는 이에 따라 댐·보의 수문 개폐를 조정함으로써 조류 발생을 억제하게 된다. 환경부도 이 자료를 토대로 조류 발생 등 수질을 예보할 수 있다. 많은 비가 예상돼 홍수가 우려될 때에도 이 시스템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장하나 의원이 확인한 결과, 수문기상 시스템 개발 사업은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스템의 일부인 기상청의 ‘수문기상예측정보’ 사업도 예산을 받지 못해 중단 위기를 겪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9일 “지난해와 올해 두번이나 예산 30억원을 신청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반려됐다”며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의 전자정부 지원 사업으로 예산을 받아 국립지리원, 소방방재청과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이 표류하면서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등은 일단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를 방어하는 보 운영과 독성물질 발생 예측이 없는 반쪽짜리 시스템으로 전락한 것이다.

환경부 내외부에선 ‘사고는 국토부가 치고 설거지는 환경부가 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수질의 핵심 변수인 보 운영권은 국토부가 가지고 있어서 환경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강의 경우 10일 충주댐과 남한강 3개 보의 방류를 결정했다. 김좌관 교수는 “(희석 방류를 하려면) 왜 녹조가 낀 북한강 먼저 하지 않는가”라며 “3개 보가 새로 들어선 남한강마저 녹조가 피면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낙동강의 경우 안동댐의 물이 방류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주일 전부터 요청하고 있지만 국토부 쪽에서 가뭄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며 “13일 수자원공사, 지방자치단체 등이 모인 협의체에서 다시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 : ‘보 설치 탓’ 알았으면서…왜 자꾸 하늘 탓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