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민형사소송' 총정리, 가카께 헌정합니다
[아는만큼 보이는 법 100] 이 대통령 관련 소송은 어떻게 됐을까
[오마이뉴스] 김용국 | 12.09.17 14:20 | 최종 업데이트 12.09.17 15:10
<아는만큼 보이는 법> 100번째 이야기는 대통령의 소송과 관련된 이야기다. 시쳇말로 '가카 헌정 기사'쯤 되겠다. 그렇다고 퇴임을 앞두신 '가카'에게 불경을 저지를 뜻은 전혀 없으니 측근들께서는 긴장하지 마시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아리송한 질문 한 가지. 현직 대통령이 민·형사상 소송을 걸 거나 당할 수 있을까.
정답. 형사소송을 당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능하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쉽게 말해 전아무개 대통령처럼 쿠데타를 일으켜 '내란수괴'가 되지 않는 한, 현직 대통령이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되어 수사기관 또는 법정에 갈 일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 개인이 상대방을 형사고소하거나, 민사소송을 걸거나 당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개인으로서 민사소송의 피고로 된 사건,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된 사건을 정리해봤다. 단, 대통령 취임 전이라도 언론에 비중있게 보도됐거나 적어도 관심사가 될 만한 사건들은 함께 추렸다.
벌써부터 소송의 결과가 궁금하다고? 얼른 사건 속으로 들어가보자.
[판결 ①]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 사건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이던 2004년 있었던 일이다. 그해 5월 이명박 시장은 기독교 단체들로부터 연합기도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수락한다. 기독교인인 이 시장은 새벽 행사에 참석하여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라는 것을 낭독하게 된다. 봉헌서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중략)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합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큰 파문이 일었다. 특히 비기독교인들로서는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시장이 언론과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타종교 지도자들에게 사과를 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00명이 넘는 서울시민이 원고가 되어 '피고 이명박'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시민들은 소장에서 "봉헌서 낭독은 기독교를 믿지 않은 시민을 차별한 것이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하였으며 다른 나라, 다른 지역 사람들이 모든 서울시민을 기독교신자로 알게 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1인당 1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재판결과는 원고패소였다. 판결의 요지는 도덕적, 윤리적 비난 가능성은 있으나 시민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위자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고 중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가 봉헌서를 낭독한 행위는 서울시장이라는 직위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부적절하고 사려깊지 않은 언동"이라고 꼬집었다. 이명박 시장으로서는 패소를 면했지만 체면은 확실히 구긴 사건이었다.
[판결 ②]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사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독도 문제는 국가의 주권이 걸린 민감한 사안이다. 2008년 7월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총리는 한일정상회담을 가졌는데 당시 오간 독도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됐다. <요미우리> 신문은 후쿠다 총리가 '다케시마를 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통고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대통령이 주권수호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 대통령은 곤경에 처했다. 청와대는 보도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급기야 시민들은 "대통령이 영토 주권 침해에 단호히 대처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묵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며 대통령 개인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참여한 원고인단도 5,000명이 넘었는데 이들은 상징적인 의미로 1인당 2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피고 이명박이 영토주권 침해를 묵인하거나 원고들의 국민으로서의 존엄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또한 법원은 판결을 통해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올해 2월 위키리크스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이 확인되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다가 일본과 불필요한 긴장관계를 빚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 대통령과 독도는 좋은 인연은 아닌 것 같다.
[판결 ③] 노무현 영결식장 "사죄하라" 사건
2009년 5월 29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장. 백원우 당시 의원은 장의위원으로서 맨 앞자리에 있었다.
노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그는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헌화하려는 순간 헌화대로 다가가면서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가 경호원들에게 입을 막힌 채 끌려나갔다.
한때 소란 정도로 끝날 사건이었건만 검찰은 백 전 의원을 기소했다. 죄명은 이름도 생소한 '장례식방해'. 하지만 많은 이들은 현직 대통령을 모욕한 행위에 대한 괘씸죄로 받아들였다. 이 대통령은 이 사건의 피해자 아닌 피해자인 셈이었다.
1심 법원은 "장례식을 방해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며 백 전 의원에게 유죄(벌금 100만 원)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소리를 지른 것만으로 장례식을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 백 전 의원이 노 대통령의 죽음에 현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여 왔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사죄하라"고 소리를 지른 것은 고인에 대한 추모의 감정을 나름대로 표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 국민장의 "경건하고 엄숙한 집행"이 반드시 참석자들이 계속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생전에 노 전대통령을 소환조사하고 피의사실까지 수시로 언론에 흘렸던 검찰이 고인의 장례식을 방해했다고 고인의 측근을 기소한 사건은 난센스에 가깝다. 이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2년이 다 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판결 ④] '이명박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
대통령이 심복의 총에 맞아 비명에 간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나라. 어디냐고? 대한민국 아닌가. 유신시대의 아픈 기억이다. 그런데 2010년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이 벌어졌다면 믿겠는가.
검찰은 2010년 "박아무개씨가 대통령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살인을 준비했다"며 박씨를 살인예비죄로 구속한다. 검찰은 정부정책에 불만을 품던 박씨가 ▲ SNS에 대통령 살해의사를 밝히고 ▲ 인터넷에서 '이명박 암살' 등의 단어를 검색했으며 ▲ 경복궁과 청와대 주변을 탐색했다며 기소했다. 그가 SNS에 올린 글은 "이명박 암살 원하시는 분은 추천요~ 추천 100개 돌파하면 암살 실행합니다"였다.
검찰의 기소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2011년 4월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난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법원은 우선 "살인예비죄는 살인의 준비에 대한 고의와 살인죄를 범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박씨에게는 고의나 확정적인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 박씨가 추천을 100명 받지 못하여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 점 ▲ 이후 운영자의 게시글 삭제로 암살계획이 무산됐다는 글을 올린 점 ▲ 사건 당일에만 살인과 연관된 검색을 하였을 뿐 그 후 하지 않은 점 ▲ 박씨의 휴대폰에 "계획한 것은 없다, 여론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음성이 저장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사건은 2심을 거쳐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무죄로 최종 확정됐다. 박씨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박씨는 2003년부터 강원랜드에서 도박에 빠져 10억 원이 넘는 돈을 탕진했다. 그는 내국인 카지노출입 허용이 자신처럼 도박중독자를 양산한다고 생각하여 강원랜드, 국회, 청와대 등에서 일인시위를 하거나 민원을 제기해왔다. 국회 앞에서는 입법을 촉구하며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하자 트위터와 미투데이에 이같은 글을 올리게 되었고 검찰은 얼마 뒤 그를 구속기소한 것이다. 박씨의 행동은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 극단적이며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과 검색어 등을 근거로 시민을 구속하고 대통령 암살범으로 기소한 것이 적절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이 사건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 중의 하나로 기억될 듯싶다. 다음에 소개할 사건도 마찬가지다.
[판결 ⑤] '이명박 ×××야' 사건
지난 2월 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의 아파트 구입 사건을 다시 수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터넷 정치포털 서프라이즈를 운영하는 신상철씨는 '독고탁'이라는 필명으로 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울분에 찬 글을 올린다.
글 중에는 "네 놈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가족들에게 다시 음모의 덫을 씌우려고 한다면 이번에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명심해라 이명박, 이 ×××야"와 같은 원색적인 욕설도 담겨 있었다. 말미는 "이렇게 거칠지만 냉정하게 던지는 조언이 네 놈과 네 놈의 가족 그리고 네 놈의 수하들이 그나마 목숨이라도 보전할 수 있는 마지막 경고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되어 있었다.
검찰은 신씨를 법정에 세웠다. 죄명은 협박죄. 기소한 내용은 "인터넷 게시판에 이명박 대통령과 그 가족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 듯한 내용을 고지함으로써 협박하였다"는 것이다.
지난 8월 31일 법원의 1심 판결은 무죄였다. 법원은 우선 이 게시물이 이 대통령에게 도달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검찰은 언론보도 등으로 대통령이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형사소송의 엄격한 증거법칙상 검사의 증거 부제출에 따른 불이익"으로 보아 섣부르게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법원은 "협박죄의 '협박'은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여야 한다"면서 "이 게시물은 노정연에 대해 수사를 재개할 경우 저항에 부딪힐 것이고 그로 인하여 불행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로 볼 수 있을 뿐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취지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업으로 하는 언론인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비난하였다 하더라도 도덕적, 사회적 비난을 넘어 국가의 형벌로써 의율하는 것은 지극히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사건은 검사의 항소로 곧 2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판결 ⑥] '국정운영 책임 손해배상' 사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는 민사사건도 2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패소였다.
2011년 4월 정부는 이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 중 하나인 동남권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다. 영남권 국민들의 반발은 컸다. 경남 진주에 사는 김 아무개씨는 "공약 백지화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피고 이명박'에게 4천만 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선거공약은 정치적 약속으로서, 그 이행의무는 도덕적, 정치적 의무에 불과하여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사법상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자신이 '심판주로서의 사명을 갖고 이 땅에 왔다'고 자처한 아무개 교주는 무려 100억 원대 소송을 냈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내용증명우편을 보내 국정운영방향에 대해 '예언'과 '충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충고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아무런 회신도 해주지 않았다.
그는 "이 대통령이 나를 구속하고, 내 경고를 무시하여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태, 구제역 발병 등이 일어나게 되었다"며 "손해배상으로 120억원을 지급하고 나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법률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교주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출처 : 'MB 민형사소송' 총정리, 가카께 헌정합니다
[아는만큼 보이는 법 100] 이 대통령 관련 소송은 어떻게 됐을까
[오마이뉴스] 김용국 | 12.09.17 14:20 | 최종 업데이트 12.09.17 15:10
▲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
<아는만큼 보이는 법> 100번째 이야기는 대통령의 소송과 관련된 이야기다. 시쳇말로 '가카 헌정 기사'쯤 되겠다. 그렇다고 퇴임을 앞두신 '가카'에게 불경을 저지를 뜻은 전혀 없으니 측근들께서는 긴장하지 마시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아리송한 질문 한 가지. 현직 대통령이 민·형사상 소송을 걸 거나 당할 수 있을까.
정답. 형사소송을 당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능하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쉽게 말해 전아무개 대통령처럼 쿠데타를 일으켜 '내란수괴'가 되지 않는 한, 현직 대통령이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되어 수사기관 또는 법정에 갈 일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 개인이 상대방을 형사고소하거나, 민사소송을 걸거나 당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개인으로서 민사소송의 피고로 된 사건,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된 사건을 정리해봤다. 단, 대통령 취임 전이라도 언론에 비중있게 보도됐거나 적어도 관심사가 될 만한 사건들은 함께 추렸다.
벌써부터 소송의 결과가 궁금하다고? 얼른 사건 속으로 들어가보자.
[판결 ①]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 사건
▲ 지난 2004년 7월 6일 당시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 봉헌' 발언에 대해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등 40여개 불교단체 대표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이던 2004년 있었던 일이다. 그해 5월 이명박 시장은 기독교 단체들로부터 연합기도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수락한다. 기독교인인 이 시장은 새벽 행사에 참석하여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라는 것을 낭독하게 된다. 봉헌서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중략)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합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큰 파문이 일었다. 특히 비기독교인들로서는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시장이 언론과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타종교 지도자들에게 사과를 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00명이 넘는 서울시민이 원고가 되어 '피고 이명박'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시민들은 소장에서 "봉헌서 낭독은 기독교를 믿지 않은 시민을 차별한 것이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하였으며 다른 나라, 다른 지역 사람들이 모든 서울시민을 기독교신자로 알게 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1인당 1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재판결과는 원고패소였다. 판결의 요지는 도덕적, 윤리적 비난 가능성은 있으나 시민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위자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고 중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가 봉헌서를 낭독한 행위는 서울시장이라는 직위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부적절하고 사려깊지 않은 언동"이라고 꼬집었다. 이명박 시장으로서는 패소를 면했지만 체면은 확실히 구긴 사건이었다.
[판결 ②]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사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독도 문제는 국가의 주권이 걸린 민감한 사안이다. 2008년 7월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총리는 한일정상회담을 가졌는데 당시 오간 독도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됐다. <요미우리> 신문은 후쿠다 총리가 '다케시마를 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통고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대통령이 주권수호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 대통령은 곤경에 처했다. 청와대는 보도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급기야 시민들은 "대통령이 영토 주권 침해에 단호히 대처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묵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며 대통령 개인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참여한 원고인단도 5,000명이 넘었는데 이들은 상징적인 의미로 1인당 2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피고 이명박이 영토주권 침해를 묵인하거나 원고들의 국민으로서의 존엄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또한 법원은 판결을 통해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올해 2월 위키리크스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이 확인되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다가 일본과 불필요한 긴장관계를 빚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 대통령과 독도는 좋은 인연은 아닌 것 같다.
[판결 ③] 노무현 영결식장 "사죄하라" 사건
▲ 2009년 5월 29일 오전 서울 경복궁에서 거행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를 하려던 순간 백원우 당시 민주당 의원이 '사죄하라'며 소리치다 경호원들에게 입을 틀어막힌 채 끌려나오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
2009년 5월 29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장. 백원우 당시 의원은 장의위원으로서 맨 앞자리에 있었다.
노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그는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헌화하려는 순간 헌화대로 다가가면서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가 경호원들에게 입을 막힌 채 끌려나갔다.
한때 소란 정도로 끝날 사건이었건만 검찰은 백 전 의원을 기소했다. 죄명은 이름도 생소한 '장례식방해'. 하지만 많은 이들은 현직 대통령을 모욕한 행위에 대한 괘씸죄로 받아들였다. 이 대통령은 이 사건의 피해자 아닌 피해자인 셈이었다.
1심 법원은 "장례식을 방해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며 백 전 의원에게 유죄(벌금 100만 원)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소리를 지른 것만으로 장례식을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 백 전 의원이 노 대통령의 죽음에 현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여 왔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사죄하라"고 소리를 지른 것은 고인에 대한 추모의 감정을 나름대로 표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 국민장의 "경건하고 엄숙한 집행"이 반드시 참석자들이 계속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생전에 노 전대통령을 소환조사하고 피의사실까지 수시로 언론에 흘렸던 검찰이 고인의 장례식을 방해했다고 고인의 측근을 기소한 사건은 난센스에 가깝다. 이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2년이 다 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판결 ④] '이명박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
대통령이 심복의 총에 맞아 비명에 간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나라. 어디냐고? 대한민국 아닌가. 유신시대의 아픈 기억이다. 그런데 2010년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이 벌어졌다면 믿겠는가.
검찰은 2010년 "박아무개씨가 대통령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살인을 준비했다"며 박씨를 살인예비죄로 구속한다. 검찰은 정부정책에 불만을 품던 박씨가 ▲ SNS에 대통령 살해의사를 밝히고 ▲ 인터넷에서 '이명박 암살' 등의 단어를 검색했으며 ▲ 경복궁과 청와대 주변을 탐색했다며 기소했다. 그가 SNS에 올린 글은 "이명박 암살 원하시는 분은 추천요~ 추천 100개 돌파하면 암살 실행합니다"였다.
검찰의 기소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2011년 4월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난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법원은 우선 "살인예비죄는 살인의 준비에 대한 고의와 살인죄를 범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박씨에게는 고의나 확정적인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 박씨가 추천을 100명 받지 못하여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 점 ▲ 이후 운영자의 게시글 삭제로 암살계획이 무산됐다는 글을 올린 점 ▲ 사건 당일에만 살인과 연관된 검색을 하였을 뿐 그 후 하지 않은 점 ▲ 박씨의 휴대폰에 "계획한 것은 없다, 여론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음성이 저장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사건은 2심을 거쳐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무죄로 최종 확정됐다. 박씨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박씨는 2003년부터 강원랜드에서 도박에 빠져 10억 원이 넘는 돈을 탕진했다. 그는 내국인 카지노출입 허용이 자신처럼 도박중독자를 양산한다고 생각하여 강원랜드, 국회, 청와대 등에서 일인시위를 하거나 민원을 제기해왔다. 국회 앞에서는 입법을 촉구하며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하자 트위터와 미투데이에 이같은 글을 올리게 되었고 검찰은 얼마 뒤 그를 구속기소한 것이다. 박씨의 행동은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 극단적이며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과 검색어 등을 근거로 시민을 구속하고 대통령 암살범으로 기소한 것이 적절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이 사건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 중의 하나로 기억될 듯싶다. 다음에 소개할 사건도 마찬가지다.
[판결 ⑤] '이명박 ×××야' 사건
지난 2월 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의 아파트 구입 사건을 다시 수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터넷 정치포털 서프라이즈를 운영하는 신상철씨는 '독고탁'이라는 필명으로 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울분에 찬 글을 올린다.
글 중에는 "네 놈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가족들에게 다시 음모의 덫을 씌우려고 한다면 이번에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명심해라 이명박, 이 ×××야"와 같은 원색적인 욕설도 담겨 있었다. 말미는 "이렇게 거칠지만 냉정하게 던지는 조언이 네 놈과 네 놈의 가족 그리고 네 놈의 수하들이 그나마 목숨이라도 보전할 수 있는 마지막 경고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되어 있었다.
검찰은 신씨를 법정에 세웠다. 죄명은 협박죄. 기소한 내용은 "인터넷 게시판에 이명박 대통령과 그 가족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 듯한 내용을 고지함으로써 협박하였다"는 것이다.
지난 8월 31일 법원의 1심 판결은 무죄였다. 법원은 우선 이 게시물이 이 대통령에게 도달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검찰은 언론보도 등으로 대통령이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형사소송의 엄격한 증거법칙상 검사의 증거 부제출에 따른 불이익"으로 보아 섣부르게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법원은 "협박죄의 '협박'은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여야 한다"면서 "이 게시물은 노정연에 대해 수사를 재개할 경우 저항에 부딪힐 것이고 그로 인하여 불행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로 볼 수 있을 뿐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취지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업으로 하는 언론인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비난하였다 하더라도 도덕적, 사회적 비난을 넘어 국가의 형벌로써 의율하는 것은 지극히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사건은 검사의 항소로 곧 2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판결 ⑥] '국정운영 책임 손해배상' 사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는 민사사건도 2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패소였다.
2011년 4월 정부는 이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 중 하나인 동남권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다. 영남권 국민들의 반발은 컸다. 경남 진주에 사는 김 아무개씨는 "공약 백지화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피고 이명박'에게 4천만 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선거공약은 정치적 약속으로서, 그 이행의무는 도덕적, 정치적 의무에 불과하여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사법상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자신이 '심판주로서의 사명을 갖고 이 땅에 왔다'고 자처한 아무개 교주는 무려 100억 원대 소송을 냈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내용증명우편을 보내 국정운영방향에 대해 '예언'과 '충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충고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아무런 회신도 해주지 않았다.
그는 "이 대통령이 나를 구속하고, 내 경고를 무시하여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태, 구제역 발병 등이 일어나게 되었다"며 "손해배상으로 120억원을 지급하고 나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법률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교주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기자의 말] 아는만큼 보이는 법 연재 100회,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
이번 기사로 연재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 100회를 맞았습니다. 2009년 초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막막했는데 벌써 3년 하고도 반년이 흘렀습니다.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법을 대중의 곁으로 오게 하겠다는 무모한 도전이 그래도 실패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법을 매개로 대중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글쓰기와 법률지식 때문에 날을 샌 적도 많았고 전문용어 투성이인 법률을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조회수 600만을 훌쩍 넘길만큼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 덕분에 연재를 이어올 수 있었음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그동안 제 연재기사는 책으로 엮어지기도 했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언론사의 방송소재·기사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연재를 관심있게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현직 공무원입니다. 이 연재는 제 개인으로서도 모험이자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공무원에게도 일반 시민들처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제 기사를 통해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통해 법과 조금 더 가까워졌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이 연재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연재 횟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법이 더 만만해지고 누구나 법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앞으로도 새로운 기획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
출처 : 'MB 민형사소송' 총정리, 가카께 헌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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