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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직장폐쇄법 허술, 불구경한 노동부, 하나마나한 처벌

직장폐쇄법 허술, 불구경한 노동부, 하나마나한 처벌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조장한 3종 세트
[한겨레] 김소연 기자 | 등록 : 2012.09.25 21:30 | 수정 : 2012.09.25 23:38


유성기업·상신브레이크·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등에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노조 파괴’가 가능했던 데에는 허술한 직장폐쇄 제도, 고용노동부의 무능, 노동법 위반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노조의 힘이 강한 제조업 사업장의 노조를 파괴할 때 자주 사용된다. 법이 허술한 반면 효과가 큰 탓이다. 노동조합법 46조에는 ‘사용자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미리 행정관청 및 노동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라고 딱 두 줄로 규정돼 있다. 문제는 직장폐쇄가 이뤄진 뒤 파업 중인 노조가 업무복귀를 선언했는데도 회사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끝까지 버틴다는 점이다. 법원은 직장폐쇄가 사용자의 ‘방어적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노동부의 관리감독은 부실했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한겨레>가 입수한 창조컨설팅의 ‘상신브레이크 전략회의’(2010년9월9일) 문건을 보면, 전국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는 9월2일 공문을 통해 파업을 철회하고, 9월7일 조합원 250명이 “성실히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인한다”고 근로확약서를 작성해 회사에 제출하는 등 사실상 ‘백기’를 들었지만 직장폐쇄는 계속됐다.

문건에는 “회사의 대응전략 목적은 노사관계 안정화와 회사의 경영 질서 회복에 있기 때문에 직장폐쇄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고 돼 있다. “노사관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조직형태(금속노조 탈퇴) 변경 검토”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직장폐쇄를 사용자의 방어적 수단이 아니라 금속노조에서 탈퇴시킬 수 있을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면서 회사는 증거 수집에 집중했다. 문건에는 “지회 집행부의 강경투쟁과 같은 발언은 회사의 직장폐쇄 정당성을 확보하는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채증 자료를 수집해 소식지나 가정통신문 활용”하거나 “대외적으로 공격적 직장폐쇄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지회와 대면하는 자리에서 공격적인 발언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공격적 직장폐쇄’를 숨기려는 꼼수에 노동부는 그대로 놀아났다. 법이 허술하지만, 노동부의 유권해석으로 직장폐쇄를 중단시킬 수 있었는데도 노동부는 방치했다. 결국 2010년 10월13일 상신지회 집행부가 총사퇴하자, 19일 직장폐쇄가 철회됐고 보궐선거에서 회사 쪽에 가까운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 다음날 문건(2010년 10월22일 전략회의)에는 “직장폐쇄 동안 업무복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조합원들이 온건적 성향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미약한 처벌도 문제로 꼽힌다. 노동부가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최근 1년(2011년6월~2012년 6월) 동안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74건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 벌금 500만원이 검찰의 최고 구형이었고, 대부분은 기소유예나 불기소로 처리됐다. 재판까지 가면 벌금은 더 줄어든다. 부당노동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창조컨설팅 문건에도 “부당노동행위 등 사건은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적혀 있다.


출처 : 직장폐쇄법 허술, 불구경한 노동부, 하나마나한 처벌